남자로서 부끄러운 일

  • #409447
    소심남 142.***.3.11 3347

    앞뒤 다 잘라먹고 지금 심정만 얘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 여행 갔다가 알게 된 미국 여자가 있는데요
    그 전부터 language exchange 사이트에서 알게 돼
    email도 하고 skype 도 하면서 친하게 지냈었다가
    같이 한 열흘 정도 한국에서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adventure를 좋아하는 성격인데다 그 여자도 항상
    지루한 일상생활을 벗어날 수 있어서 정말 재밌고 잊지 못할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 원하는 그 친구의
    기대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구차한 이유를 열거할 낯짝은 없지만, 서로 생활권이 다르고
    그 친구는 입양해서 부양중인 딸들이 둘이 있으며,
    제 스스로 long-term relationship 을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게 5-6년 전인데,
    워낙 오지랍 넓고 친절한 성격이라는 칭찬 또는 질책을 받긴 합니다.
    잘 생긴 거나 대중적인 매력(외모나 재력 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저에게 호감을 가졌던 여자들이 많았습니다.
    사람 바보 만드는 것도 한 두 번이고, 이제 나이도 서른 다 돼 가는데
    소문 나빠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번뜩하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여러 사람 모인 자리에서 우스갯 소리도 잘 하지 않고
    개인적인 질문하면 그냥 얼버무리거나 웃어넘기기만 하다 보니
    재미없는 사람이 돼 가고 있지만, 차라리 그런 게 남들 구설수에 오르는 것 보단 낫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나니
    제 자신이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워 자괴감 마저 듭니다.
    이메일이나 전화할 생각만 하면 무슨 말을 해야하나 심장이 떨려
    잠이 안 올 지경이예요. 학교 공부 집중도 안 되고.
    gmail.com 가서 패스워드 입력하고 엔터 치고 로딩되는
    몇 초 동안 스팸메일만 잔뜩 뜨면 안도감에 한 숨을 내 쉴 정도예요.

    그러다 방금 한 3주 만에 이메일이 왔는데
    “disappointing” 이라는 단어만 덩그러니 본문에 떠 있습니다.
    순간 등골과 머리가죽이 따끔거리고 온몸이 화끈거리더군요.
    목근육 주변에 혈압이 오르면서 숨쉬는 게 불편할 정도로
    신경을 자극하는데,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관계를 끝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참 감정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군요.
    차라리 수치심 같은 걸 못 느끼는 파렴치라면 좋겠네.

    앞으로 여행은 아는 사람하고만 가든가
    혼자 가든가 해야겠어요.
    ‘having fun’은 항상 그 댓가가 따른다는 것
    잊혀질 만 하니 또 경험합니다.

    asshole 씀

    • 솔직히 68.***.207.110

      같이 여행간분도 웃기네요…
      도대체 님께 뭘 기대한거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하고 단지 이메일 몇번 주고받고 함께 여행을 간거잖아요…
      그럼 그분도 뭐 진지한 관계를 위해서 님을 만나뵌거 같진 않아요..
      당연히 원글님께서도 실수하신것도 있지만…
      그 여자분또한 잘못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솔직히 남녀 관계라는게 서로 관심이 있고 사랑을하고 믿음을 가지는게 순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만난 시간에 관계없이…) 서로 관심만 가지고 사랑하지 않는 상태에서 믿음을 강요하는건 아니라고 보네요…
      그 여자분은 님이 맘에 드는데 자신에게 관심을 안보이니까 그게 실망이라는거 같은데요…자신이 상대방이 맘에 든다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달라는건 모순입니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으실꺼라고 반성하고 계시니까…이제 안그러시면 되구요..
      그 여자분또한 다 잘한거 아니니까 너무 죄책감은 가지지 마세요….^^
      누구든 실수는 합니다…그 실수가 여러번이 되면 버릇이 되는거니까…버릇이 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 빠뿅 98.***.180.115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더 큰 상처를 남기기 전에 연락 끊으세요… 그리고 이번을 거울 삼아 다음에 만나실 여성분에게는 다신 상처를 주지 마세요–

    • 사실 97.***.237.38

      남에게 특히 이성에게 상처준거 마음에 죄의식으로 평생가더군요.
      저도 실수를 교훈삼아 두번째부터는 정말 책임감을 갖고 만났어요.
      그래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요. 님도 이번의 일로 마음의 죄책감이 심하신가 보군요.

    • 얼바인 68.***.66.195

      남녀는 대부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만나죠.

      그리고 서로, 혹은 한쪽이 실망을 하게되고 관계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쵸?

      그 여자분은 자기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 실망한거/ 그거뿐입니다. 님이 그 여자분의 기대를 맞춰줘야 할 이유가 없지 않아요?

      결혼하자고 꾀였거나, 경제적으로 부담 준 부분이 없다면 성인 남녀 사이에 일어날만한 일이 일어났다고 그냥 자위하면서 접고 가세요. 이런 문제로 자꾸 고민하면 머리 빠지고 조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