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생 얻기 위해 예수 믿지 않는다.

  • #101215
    로산 75.***.124.208 2646

    얻는다는 말은

    구걸한다는 말과 통한다

    어떤 이는 공짜로 얻고

    또 어떤 이는 돈을 주고 얻는다

    나는

    영생 얻기 위해

    예수 믿지 않는다

    천사의 말을 유창하게 해도

    천국 구경 못할 사람 있는 반면에

    거지의 동냥소리로도

    구원 얻을 사람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내 몸을 주어 불 사를지라도

    또 하늘 생명책이란 곳에서 이름 지워 달라고 해도

    그 백성을 사랑하는 일념으로 인정받듯이

    나도 그런 사랑으로만 살고 싶다

    어떤 이는 천국 가기 위해 예수 믿고

    또 어떤 이는 그저 얻기도 한다

    거저 얻는다는 말은

    공짜라는 말이다

    또 어떤 이는 천국 가기 위해

    진리를 선택한다

    성서적이니까 진리이며

    성서적이니까 “그게” 진리라는 등식이 성립하나보다

    나는 자살하신 그리스도를 본다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생활고 못 이겨 자살한 것 아니고

    목 먹고 못 살아서 자살 한 것 아니며

    죽고 못 사는 여인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 10:18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자살이란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

    무엇을?

    목숨을

    그분의 생애는

    남을 위해 스스로 버린 목숨이었다

    나를 위해 버린 목숨도 있지만

    남을 위해 버린 목숨도 있다

    형식은 다르지만 둘 다 자살 행위이다

    나는 고상하지 않아서 고상한 언어를 못한다

    저질 인생이며

    어떤 이의 지적처럼 못 배워서 저질 언어 사용한다

    그래서 튀는 것처럼 보일 것이며

    그런 것들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의 나 됨이 얼마나 험한 것인지

    나의 나 됨이 얼만 저주스런 것이었는지

    나는 스스로 안다

    그래서

    내가 언감생심 천국 가려 예수 믿지 않는다

    살다가

    죽어 묻혀 다시 삶이 없다 해도

    난 그분 원망하지 않는 마음으로 산다

    혹시 정말로 혹시

    그분 은혜로 다시 삶을 얻는다면

    더 없이 기쁠 것이라는 생각은 간혹 해 본다

    그래서 나는

    화장 할 것이다

    괜히 골짜기에 누워서 흙이 되도록 썩을 생각 없다.

    그가 나의 뭣을 보시고 일어남을 주실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올시다이다

    사랑 없이 행한 모든 것들

    눈에 보이려고 행한 모든 것들

    단지 시장에서 문안 받지 않았고

    잔치 상석에 앉지 않았다고 겸손이라 치장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아는데

    내가 나의 모든 치부를 아는데

    그런 치부가 하늘에 맞는지도 나는 아는데

    나는 이런 것 가지고 천국 갈 자신 없다

    그래서 나는

    천국 가기 위해서 예수 믿지 않는다

    그가 나를 위해 자살 하신 그 위대한 사랑으로

    그가 나를 평생도와 주신 그 은혜 못 잊어

    내가 지금도 믿는 척 하는 것뿐이다

    똑똑한 사람들만 가는 천국이라면

    나는 사양한다

    거기 가서도 똑똑한 것 자랑하고

    학벌로 가는 곳이라면

    나는 사양한다

    거기 가서도 박사모자 쓰고 다닐까 겁이 나서이며

    자랑에 절인 육신 오십 보 백보일 것 같다

    나는 천국 가기 위해 예수 믿지 않는다

    어느 구석 훑어 봐도 구원얻을 일 한 것 없다

    포기하며 살아갈 때 혹시 아나 공짜로 얻을런지

    산도 옮기지 못하고

    지붕도 뚫지 못하는 기도만 하던 나를

    가진 것 없어도 그 작은 남은 것마저 움켜쥐고 있는 나를

    그가 뭐라고 부르실까?

    대못 질이나 해대면서

    내가 가진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떠들면서

    나는 천국 가기위해서 예수 믿는다 말할 자신이 없다

    아니 자격이 없다

    어제는 경남 거창에서 누굴 만났는데

    같이 있던 분이 가방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기 힘든 장소에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 찾기 힘든 장소에 버려진다해도

    그가 혹시 버려진 곳 찾아내서 데리려 오신다면

    포기하고 있던 곳에서 건져냄을 당한다면

    더욱 기쁠 일이다

    나는 정말로

    천국가기 위해서 예수 믿지 않는다

    그가 나를 위한 사랑 못 이겨서 예수 믿는다

    믿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어서 예수 믿는다

    혹시 천국이 없다 해도 예수 믿는다

    혹시 나 같은 것 갈 수 없다 해도 예수 믿는다

    그렇게 믿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기에 예수 믿는다

    그래서 믿는 것도 어떤 때는 개똥처럼 믿기도 한다

    절인 배추처럼 세상살이에 푹 빠져도

    그를 믿는 시늉만은 하고 산다

    천국을 꿈꾸지 않으면 얻지 못할 곳이라면

    난 포기하고서 예수 믿는다

    믿어주는 것이 내가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 포기하는 척 하는 것도 내가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베드로처럼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 26:33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

    • 천구기 99.***.5.204

      신앙은 무엇을 받아내거나 얻어내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과 나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닐까요?

      나중에 벌/상을 받는다, 지옥/천국에 간다를 떠나서, 선과 악(죄)의 혼재함을 보면서 또 그러한 나를 돌아보면서 선한 편에 서고 싶어하는 희망을 품는 사람들이 선한 존재를 알아가고 가까와지려고 하는 것이 신앙이 무엇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라는 것은 ‘나에게 유익을 줄 사람을 잘 알아두는 것’이라고 밖에 정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예 자신의 이런 현실감각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순수한 관계를 상상하기 어렵겠죠. 순수한 신앙도 가지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테크니컬하게 맞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것이 신앙의 이유나 의미는 아닙니다. 불신자들에게 단 한 마디 해줄 수 있는데, 선택한 말이 바로 이것이라면 참으로 그 사람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 sd.seoul 66.***.118.78

      로산/님의 글도 잘 읽었구요,

      천구기/님의 글도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글 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