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유시민과 주로 글을 통해 만난 모양이다.
돌이켜 보면 글빨은 있었다.
나름 유명하다는 항소이유서인지 상고사유서인지는 못 읽어 봤다.
그 친구 예전에 글로 먹고 살려고 소설도 쓰고 그랬다. 어디 당선도 됐다. 아마 창비였지 아마?
창비는 너무 정치성이 강해서 참신하고 시대를 앞서는 걸 싫어했다. “군발이가 나빠서 삶이 구려여 ㅠ,ㅠ 민중의 삶을 보니 종내 꿀꿀해 스봉새” 따위의 참여문학만 조아했지. 유시민이 쓴 것도 열래 사회 참여적인 거 였는데, 은근하게 나르시즘 덩어리였다. 그러니까 군대 끌려갔을 때 회고한 거다. 그거 읽어보면 유시민이 소설적인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건 확실해진다. 사실 소설적인 글빨과 논술적인 글빨은 서로 다른 듯하다. 수필적인 글빨은 중간치라서 둘에 어중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 젤 잘 나오는 것 같고. 유시민의 재능은 논리적인 말빨 글빨이라서 하여간 소설은 음, 뭐랄까 소설 같지 않았다. 하여간 창비랑 코드를 맞춘 관계로 등단에 성공했다. 뭐 순수 글쟁이로 계속갈 맘은 없었던 듯.
아 그리고 책을 좀 썼다. 경제학이랑 세계사. 어쭙잖은 글인데, 수준은 대딩 1학년 정도. 뭐 고딩 논술용으로 써도 되는데, 하나만 잡기에는 좀 부실하다. 이런 거 왜 쓰는 걸까? 내용도 백과사전식이라 필자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경제학 개론을 뜯어서 알기쉽게 요약한 정도. 그런데 그러기엔 전문성이 약하고 병렬적이다. 그래도 품질이 소설보다는 낫다. 뭐 무식한 나는 잼나게 읽었으니, 그러라고 쓴 건가 보다.
이 책의 압권은 서문인데 경제학 교수들에게 나 좀 학교에 받아달라는 아부성 멘트로 들린다. 대놓고 편집에 넣었다는 게 낯 뜨거울 정도. 당시에 좀 급했나 보다. “내가 지난 시절 운동하느라 공부안했는데 지금 열래 경제학 공부하고 있다. 이게 그 성과다. 부디 서울대에 다시 돌아가게 해 달라.” 뭐 이런 내용이었던 듯.
이때부터 싹수는 보였는데, 글과 말로는 학벌사회를 비난하면서 정작 본인은 주류 학벌에 들어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 예를 들자면 살인은 패륜인데,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해도 되고, 특히 지금 유리하다면 내가 먼저 해야겠다는 그런 사고방식이다. 나름 실용적인 사고방식인데, 그러면서도 도덕적인 우월성의 상징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거의 패륜적인 수준의 실용주의자다. 독재자 싫다고 집권해서 통상 독재를 하는 노무현 정부와 궁합이 아주 딱 맞다.
그 조금 후에 지금은 부동산 부자가 되신 전여옥의 “여자여 테러리스트가 되자”나 “일본은 없다” 따위의 책도 나온다. “일본은 없다”는 전여옥이 쓴 게 아니니까 패스. “여자여 테러리스트가 되자”는 좀 재미있다. 수준은 유시민보다 낮은데, 의견은 있고, 더 순수한 욕망 덩어리 글이다. 유시민은 책을 아부하기 위해 쓰지만, 전여옥은 책을 출세하기 위해 쓴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담에 시사 평론가를 했다. 100분 토론에서 사회자로 가끔 나왔는데, 그때는 내가 토론쇼를 즐기던 시절이 아니라 자세히 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그 성격가지고 어떻게 사회자를 했는 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아 그 담엔 개혁당 쇼를 했었고, 그 후로도 금뺏지에 관한한 엽기적인 정치 타협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매 정치적인 선택마다 유시민 특유의 패륜적인 실용주의가 빛을 발했다.
유시민은 뭐하는 사람일까?
아주 비장하게 말하고, 특히 상대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유능한데, 놀랍게도 자기 의견은 거의 없다. 전여옥만큼 없다. 그러니까 먹을 것 없는 진수성찬이랄까? 세계 경제사를 나름 요약할 능력은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해 논평할 능력은 없다.솔직히 세계 경제사 요약이야 명 교재들이 널려 있는 거 아닌가. 간단한 번역 및 요약작업일 뿐. 먹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무늬는 먹물인데, 알고보면 지식인이 아닌, 상업용 공중파용 지식인.
지식인이라면 군대로 치면 장교인데, 현재 대국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내는 게 그의 능력이다. 근데 유시민은 병사같다. 논리를 무기로 사용하는 병사. 절 중요한 전력과 전술은 남의 걸 베껴온다. 누구말대로 지식 소매상이란 거다.
특히 유시민이 참여정부 초기에 경기 불황을 자본 파업, 자본 사보타지라 주장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분석이었다. 현 정부를 엿먹이기위해 자기 돈 버려가면서 반항하는 자본가가 얼마나 된다는 건가. 원수와도 악수하며 생글생글 웃는 게 기업가의 기본 자세다. 경제학 전공자라는 유시민의 경기 침체 분석이 고작 자본 가들의 사보타지라니 엽기다 엽기. 기업가가 정권에 반항한다는 것은 농부가 사계절에 반항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 지금은 울나라 재벌이 지술적인 자생력이나 비젼이 없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군발이 통제 경제에 길들여진 울나라 대기업 단기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유시민의 남탓 분석은 정말이지 허접했다. 원래 결정적일 때 밑천이 드러나는 법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할 때도 그렇다. 연금개혁안이란 거 그게 뭐 개혁이냐. 아주 상식적인 조정이다. 연금 시작할 때부터 예상되었던 일이고. 그게 뭐 아주 중요한 개혁인 양 하는데, 비장한 점은 인정한다. 남들 먹을 욕 내가 대신 먹겠다는 정신,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젤 싫어하는 거 아니냐. 문제를 임기 후에 터지도록 안배하는 트릭이 항상 중요하다. 유시민이 이걸 안했다는 건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복지에 대해서 뭐 정통한 파악이나 이런 거 없었던 것 같다. 차라리 민노당-한나라당안에서 제기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훨씬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에 대해 도저한 인식을 보여준다. 그냥 이익 지출 수지타산 맞추는 게 유시민의 능력인가.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챙기는 게 보건복지부의 주 임무 아니냔 말이다.
보면 항상 그런 이물감이 느껴진다. 행동도 똑똑하고, 하는 말도 특히 명철한데, 일을 맡겨보면 디테일만 중시하고, 거시적인 판단은 도저히 제대로 못하고, 특히 분야에 정통한 면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않고 남탓을 하거나,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면 뒷짐지면서 딴소리해버리는 그런. 한마디로 얄팍하다. 개혁적인 면모도 없다. 동기라는 정태인이가 24.75배 정도 유능해 보인다. 아부하는 기술 빼고.
이번에 “비젼2030+한미FTA=우리나라의 미래”라는 그의 정책은 정말 측은할 지경이다. 물론 나는 이 정책을 들고 나와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비젼이라고 할 수 있냐. 참여정부에서 우연히 나온 몇가지 정책의 병렬적 결합을 카피해 온 것에 불과하다. 이해찬 보좌관 시절부터 하면 정치 꽤나 오래했는데, 그 동안 정치인으로서 소신이 없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알려진 것만큼 똑똑하지 않고, 문제의 핵심에 거침없이 접근하는 천재적인 면모는 아예 없다. 문제를 개혁함에 있어서 자신을 중요 행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를 지적해서 유명해지는 것에 만족하고, 문제를 바꾸려기보다는 차라리 영합해서 유리해지고자 하는 성향이 더 크다. 기회주의적인 사고 방식이 뿌리 깊다. 그런 면에서 별반 개혁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니까 정치하는 것이겠지. 사실 울나라에서 농업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가 정치권이 아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