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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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69.***.144.179 3894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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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ill – The Beat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