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평화론

  • #84129
    eroica 69.***.144.179 4115

    김치찌개 평화론

    곽재구

    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주며
    야근 준비는 다 되었니 어머니가 묻고
    아버지가 고춧잎을 닮은 딸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지 그렇게 얘기할 때
    이 따뜻하고 푹신한 서정의 힘 앞에서
    어둠은 우리들의 마음과 함께 흔들린다
    이 소박한 한국의 저녁 시간이 우리는 좋다
    거기에는 부패와 좌절과
    거짓 화해와 광란하는 십자가와
    덥석몰이를 당한 이웃의 신음이 없다
    38선도 DMZ도 사령관도 친일파도
    염병헐, 시래기 한 가닥만 못한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포성도 없다
    식탁위에 시든 김치 고추무릅 동치미 대접 하나
    식구들은 눈과 가슴으로 오래 이야기하고
    그러한 밤 십자가에 매달린
    한 유대 사내의 웃는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끝내는 식구들의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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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ven and Hell – Black Sabbath

    • 연상 76.***.26.49

      웬지 ‘감자를 먹는 사람들’ 이란 그림이 떠오르는 시입니다.

    • ‘감자를 먹는 사람 68.***.116.178

      나는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일용할 양식을 암시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화가의 길에 들어선 후 2년간의 습작 기간을 거쳐 처음으로 완성한 대작. 그가 이렇게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복잡한 구도의 작품을 제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반 고흐는 그를 위대한 화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최초의 걸작을 완성하기도 전에 이 석판을 제작했는데, 전사지를 사용하지 않아 유화와 판화의 화면 구성이 정반대다.

      작업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디멘 게스텔에 따르면 반 고흐는 사전에 스케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석판용 크레용으로 직접 그림을 그렸다.

      모델도 없이 기억에 의존해 그린 그림이지만, “농부를 이상화하지도 감상주의로 포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그리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충실하게 달성해 냈다.

    • eroica 69.***.44.86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말씀하니 고흐의 ‘구두’가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