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유시민보다 진보적인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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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이꼴이 68.***.91.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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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유시민보다 진보적인 ‘홍준표’를 보며
    [김영국의 정치시평] ‘한나라민주노동당’ 후보 홍준표를 ‘아끼는’ 이유

    김영국

    홍준표의 ‘이명박-박근혜 필패론’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오늘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대선 전망과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다.

    물 론 홍 의원의 그동안 언행으로 보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대통합 또는 중도통합을 주창(主唱)하며 격하게(?) 보수·우경화하고 있는 범여권의 대선주자 및 민주화 운동 출신 정치인들과 시대착오적인 꼴통 집단이 돼버린 친노세력들과 ‘역방향으로’ 뚜렷한 대조를 이뤄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오늘(27)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나라당 집권 비전>이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대선 정국 전망,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내세워야 할 ‘정책 방향’과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

    먼저 홍 의원은 올 대선 전망과 관련 ‘이명박-박근혜 필패론’을 주장하며, 자신이 그 ‘대안’임을 강조했다.

    특히 홍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양대 후보 진영의 진흙탕 싸움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높은 여론지지도는 전혀 의미가 없으며, 진짜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들을 향해 “상대편이 없어지면 당선은 거저먹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지금과 같은 싸움이 지속된다면 누가 범여권 후보로 나오든 훨씬 신선해 보일 것이며, 국민 지지도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홍 의원은 또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검증문제가 대통령 선거일까지 갈 것이고,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경험했듯이 한번 ‘흠 잡힐 여지’를 허용하면 선거는 더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검증문제로 치고받다 보면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심판도, 선진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선택도 물 건너 갈 수 있다.”며 ‘이명박 불가론’을 펼쳤다.

    또 한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경우) 대선구도가 <민주 對 반민주>구도로 갈 것.”이라며 “모든 선거는 구도의 싸움인데 <민주 對 반민주>구도 하에서는 젊은 시절에 이 땅의 민주화를 꿈꾸었던 30대 이상 50대 초반까지의 연령층은 동요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현재의 반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수 있다.”며 ‘박근혜 불가론’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강점에 대해 ‘개인적 검증에서 흠 잡힐 여지가 없고, 정책 역시 <국적법>, <반값 아파트> 등 범여권의 어젠다(Agenda)를 선점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인 데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까지 자동 흡수되기 때문에 자신이야말로 “범여권이 가장 상대하기 벅찬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대선 전망과 관련한 이같은 홍 의원의 주장은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기 위한 자화자찬이자 아전인수란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한나라민주노동당’ 후보 홍준표

    내가 정작 홍준표 의원의 ‘집권 비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그의 ‘정책 지향점’들이다.

    특 히 홍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워야 할 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현재 범여권에서 거론되는 어떤 대선주자들보다, 개혁·진보적이라는 어떤 국회의원들보다도 파격적이고 친(親)서민적이며 진보적인 정책 구상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는 길’을 가기 위해선 “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성장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지 못하면 부의 편중, 소득 양극화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해소하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의 정책적 지향점을 “몰락해가는 중산층과 대다수 서민들의 욕구와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인 대북한 강경 노선과 친미 노선과 관련하여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대북 유화적이고, 대미 자주적이었다.

    홍 의원은 “‘탈(脫) 이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국제법상 이미 ‘국가’인 북한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에 국가적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국제 사회에서 달라진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익 우선의 실질적인 ‘대미 자주 노선’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자존심을 되살려 주어야 하며, 6자회담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포용·대미자주 노선에서 친재벌적 출총제·금산법 개정 반대까지

    홍준표 의원의 경제정책 노선은 가히 진보진영의 ‘골수’들도 울고 갈 정도였다.

    홍 의원은 “재벌중심의 산업구조는 고도성장만이 살길이라 믿었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자 허상이며, 재벌중심의 경직된 산업구조는 국가 경제 재도약의 걸림돌일 따름이다.”며 “출총제, 금산법 등 재벌에 대한 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출총제, 금산법을 재벌에 유리하게 개정하려는 데 앞장섰던 ‘김근태’ 의원과도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홍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여 내실 있는 성장을 기하는 것이 한국이 잘사는 길이다.”고 강조해 진보적 정치인들은 물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제정책 노선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친재벌 성장중심주의, 시장지상주의가 판치는 한나라당에 안에서.

    그러나 내 눈을 의심케하는 것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홍준표 의원의 친서민·진보적 노선은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교육 등 사회경제정책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홍 의원은 서민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성인 1인 1주택>, <토지 소유 상한제>, <반값 아파트> 공급 등을 통해 투기를 잡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하며, 주거복지 차원의 ‘서민 주거안정’을 부동산 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해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의 이른바 친시장주의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1인1주택·토지소유상한제에서 ‘대학 무상교육’까지 ‘거침없이 하이킥’

    홍 준표 의원의 친서민·진보성은 교육정책에서 ‘절정’를 이뤘다. 홍 의원은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며 “GDP 6% 수준의 교육 예산을 확보하여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서민층 자제들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층 자제의 대학까지 무상교육 주장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범여권의 어떤 정치인도 입밖에조차 꺼내지 않은 민주노동당만의 영역이었다. 민주노동당이 홍준표 의원에게 ‘지적재산권 로얄티’를 요구해야 할 판이다.

    이 외에도 홍 의원은 ‘파없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고,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이날 집권 비전에는 빠져 있지만, 현재 진보진영의 최대 이슈인 한미FTA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지난 5월 28일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갖다 바친 것으로 이런 협상을 해선 안 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검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그의 이런 지적은 진보진영의 한미FTA 비판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고교 평준화를 지양하고, 외고·특성화고·특목고 등의 설립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학생 선발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 진보진영과 다른 면모을 보이기도 했다.

    이 런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노동당까지 넘나드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소한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의 어떤 정치인보다 친서민적이고 진보적인 공간을 마음껏 주유(周遊)하고 있다. 이건 그만의 독특한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상상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대목이다.

    홍준표를 지지하진 않지만 ‘격하게 아낀다’

    사 실 나는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홍 의원이 제아무리 친서민적이고 진보적 구상을 펼쳐도 한나라당은 그것을 담아내줄 그릇 자체가 못 되기 때문에 그의 주장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을 가당치도 않게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부분, ‘선진강국’ 이데올로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 무상교육을 통한 교육 평등화와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미심쩍은 부분, ‘겸손하지 못한’ 정치 스타일 등도 내가 그의 창조적 발상과 집념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지지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들이다.

    게다가 홍 의원의 정책 구상이 ‘진정성이 있느냐’ 여부도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노무현의 경우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듯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전혀 다른’ 포퓰리스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처럼 현재 기성 정치인 중에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스스로 담보할 정도로 신뢰성을 갖춘 정치인은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보는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홍 의원이 자신의 열정과 집념으로 한나라당을 ‘홍준표식’으로 개조하는 데 일정 정도 성공한다면, 내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 지금의 이유들은 구차해진다. 이 점은 미리 깨끗하게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 리고 분명한 것은 지금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등 범여권보다 한나라당을 ‘친서민적’이라고 바라보게 만든 일등공신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반서민·친재벌적 경제정책과 행보 즉 ‘포크레인질’이라고 본다면, 홍준표 의원의 친서민·진보적 사회경제정책 ‘이슈 파이팅’은 최소한 2등 공신은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선 이명박-박근혜의 진흙탕 싸움을 상쇄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의 범여권과 친노세력들이 내세우는, ‘구차한’ 민주성과 진보성마저 구질구질하게 만든다.

    홍 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지만, 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는 걸 가장 싫어할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 내 수구꼴통들이 아니라,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일 것이다. 홍준표의 등장은 대선 과정에서 이들의 무장해제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저(低)차원의 선거공학적 관점이 아니다. 적지에서 쏘아올린 진보적 어젠다를 받아먹지도 못하고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한 개혁·진보진영의 ‘몰골’ 그 자체다.

    그 런 점에서 홍 의원의 거듭된 친서민·진보적 언표들은 그것이 설사 ‘좌파 시뮬라시옹’에 불과할지라도 개혁·진보진영에게 쉼 없이 부끄러움을 일깨워주고, 한편으론 자극을 주는 채찍이자 보약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나는 한나라당이라는 공간에서 놀고(?) 있는 정치인 중에 홍준표만큼은 ‘격하게 아낀다.’

    개혁·진보진영의 구차한 몰골과 ‘새 진보 정치주체’

    참 으로 안타까운 건, 홍준표 의원이 친서민·진보적 어젠다를 치고 나올 때 이를 공론의 장에서 활성화시키고, 한 차원 높은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대안을 이끌어내야 할 개혁·진보진영이 현재 그럴 역량도 없거니와 그럴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런 역할을 해줄 정치세력이 이미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 으로 개혁·진보진영에서 현재의 범여권 통합파와 친노세력을 비롯한 기성 정치꾼들과 ‘완전히 단절’하고, 진보적 혼과 열정,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순발력과 재치가 넘쳐나는 ‘새로운 진보적 정치주체’가 탄생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해서 당원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복한 진보정당’이 나타나지 않는 한, 벼락대신 홍준표가 ‘좌파 시뮬라시옹’을 통해 이 땅의 진보를 마음껏 유린하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고 홍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것’과 ‘홍준표의 창조적 발상과 집념을 통해서 배워야 할 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홍준표의 <집권 비전>을 가상하게 여기고 진보 언론인 대자보에 ‘기꺼이’ 소개하는 이유이다.

    개혁과 진보를 운운하면서도 아직도 80년대 최루탄의 향수에 취해 ‘민주세력 대동단결’ 따위나 주절거리며 그들만의 동창회 부활만을 외치는 소위 민주파 정치꾼들보다 홍준표가 훨씬 낫다는 ‘부끄러운 고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