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안일함이 화 키웠다’ 철저한 후속조치 단행···영국의 광우병 위기 극복은

  • #100637
    오늘의 기사 68.***.46.181 2245

    이런 글을 읽어야 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안일함이 화 키웠다’ 철저한 후속조치 단행···영국의 광우병 위기 극복은

    의심가는 감염경로 차단···과학자문 독립기구 신설

    광우병의 진앙지인 영국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영국의 위기극복은 처절한 반성이 바탕이었다.

    광우병은 86년 처음 발견됐지만 초기 대응은 미흡했다. 영국 정부는 축산업 피해를 우려해 88년 6월에야 이를 신고 대상 질병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7월에는 감염된 소는 물론 의심이 가는 거의 모든 소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89년에는 소의 뇌와 척수 비장 편도선 등 감염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는 모든 내장의 식용을 금지했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사태를 키운 셈이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이를 반성하고 철저한 조치를 취했음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영국은 동물성 사료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광우병에 감염된 소는 물론 광우병에 걸린 암소가 낳은 송아지 그리고 광우병 소와 같은 농장에서 사육된 다른 소들까지 모두 살처분했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광우병이 수혈은 물론 외과수술장비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지적이 나오자 1999년 이후 수혈용 혈액에서 감염 경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백혈구를 모두 제거했다. 혈액제제는 미국에서 수입한 혈장으로 만들고 있다. 4억달러를 들여 외과수술장비를 소독했다.

    97년 집권한 토니 블레어는 총리 취임 초기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96년 인간광우병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그전까지 영국 정부는 광우병은 사람에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 과학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블레어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해 퇴임 연설을 하면서 “과학의 신뢰 회복이 영국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광우병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잘못은 과학계가 아니라 그 위험을 경고한 과학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고집을 피우거나 안일하게 대처한 전문가 집단과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의 왕립 학술원도 “모든 보건정책 결정 과정에서 순수 전문가로 인정받은 과학자에게 자문하라”고 블레어에게 권고했다. 그러자 블레어는 정부에 독립적인 과학자문관 자리와 자문평의회를 설치했다.

    여기에다 정부기관이 확보한 모든 연구 결과를 넘겨 토론에 부치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과학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뢰인 것이다. 현재 영국인은 자국 쇠고기를 즐기고 있고 해외 수출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96년 시작된 유럽연합의 영국산 쇠고기 수출금지는 2006년 5월 2일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