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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도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느끼겠네요….
25만 시위 … 소르본대 폐쇄
[중앙일보 박경덕] 프랑스 학생 시위가 폭력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이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최초고용계약.CPE) 때문이다. 시위대는 막대기로 건물 유리창을 부수는가 하면 화염병 투척으로 소규모 화재도 냈다. 16일 전국적 시위에는 약 25만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18일엔 노동단체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또 벌어질 예정이다.
문화대국임을 자처하는 프랑스이지만 시위문화는 여느 나라 못지않게 폭력적이다. 일간 르 몽드는 17일 인터넷판 톱 기사에서 “폭력이 시위를 더럽혔다”고 꼬집었다. 르 파리지앵 등 다른 언론들도 폭력을 사용한 시위자들을 ‘파괴자’로 규정하면서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국 84개 대학 중 64개 대학의 학생들이 거리에 나서는 등 시위 규모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소르본.툴루즈.오를레앙 등 5개 대학은 아예 문을 닫기까지 했다. 고등학생 참가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16일에는 전국에서 200여 건의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측은 6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곤봉으로 시위대를 저지했다. 학생들은 화염병과 보도블록, 주변 카페의 테이블과 의자 등을 경찰을 향해 마구 집어던졌다. 시위 과정에서 소르본대의 신문 가판대와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들이 불탔으며, 일부 상점 창문이 파손됐다. 당국은 최소 8명의 진압 경찰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연행된 학생도 수백 명에 달했다.
이날 파리 시내에서는 ‘좌절당한 젊은이들’이란 피켓을 든 대학생.고등학생 수만 명이 정부 정책을 비웃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북을 치며 문제의 CPE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지방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보르도에서 2만5000명이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마르세유.릴.리옹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렌에서는 100여 명의 학생이 한때 시청 건물을 점거하기도 했다. 시위가 확산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진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 CPE란=최초고용계약(Contrat Premi?re Embauche)을 뜻한다. 고용주가 26세 미만의 사원을 채용한 경우 처음 2년 동안은 특별한 사유 없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시행 시기는 다음달 말이다. 프랑스 정부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장려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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