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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이외에는 결정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어 봅니다.
집사람이 공립학교 선생이었는데 유학휴직을 해서 나왔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기업에 근 십년 이상을 근무하다가 누구나 느끼는 비슷한 문제로 나이 마흔에 사직을 하고 미국에 중소업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는 삼년정도 집사람이 공부를 하는 동안 영어도 좀 늘리고 미국생활이나 재미있게 하다가 귀국해서 집사람은 복직하고 저는 원래 직장이나 아니면 다른 직장을 잡아서 귀국하려고 했었습니다.
중간에 개인적인 사유가 생겨서 집사람은 두학기 정도 휴학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유학 휴직을 연장했었고 이제 한 삼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년 초정도면 학업을 마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몇가지가 얽혀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이 때문입니다. 착하기만 하지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저나 집사람이나 아이를 족치는 성격이 아니라서 한국에서 중하위권을 맴돌던 아이가, 여기서는 시골학교일 망정 그래도 상위권에 있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그리고 뭐에 대해서도 좋고 싫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이나 한국은 너무 좋은 데 학교 학교는 너무 싫어서 귀국하기 싫다고 합니다.
저는 인생에서 큰 야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일 망정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별 불만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 합해서 경력이 이제 근 이십년에 가깝습니다만 연봉이 육만불, 이것 저것 다 제하면 집에 가져다 주는 돈이 월에 삼천불입니다. 고국에서는 떠나기 전에 연봉 팔천만원을 받았었습니다.
체감 수입은 반이나 2/3 정도인 것 같습니다. 고국에서는 무엇을 하던 돈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좋아하는 책을 사기도 겁이 납니다.
돈이 좀 딸리기는 하지만 아끼면서 살 수 있는데 영어가 너무 문제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거의 자괴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브리핑은 고사하고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하고 직장 동료들이 간단한 농담을 해도 그냥 웃을 수 밖에 없고.
아직도 식당에서 빠른 소리로 무엇을 물어보면 당황스럽고.
다른 한국분들이 미국에서 이삼년 유학하시고 어떻게 대학교수로 나가시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저도 이제 삼년 반이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짧게 짧게 텔레비젼 뉴스나 라디오 뉴스가 들리는 것 이외에는 정말 자신이 바보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던 중 다행히 옛 직장에서도 연락이 와서 이제 귀국해서 다시 같이 일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많이 고민스럽습니다. 아이 생각을 하면 남고 싶고, 제 영어 생각을 하면 귀국하고 싶고, 그러다가도 거의 매일 아홉시 열시 퇴근에, 휴가 가는 것 눈치 보이고, 룸싸롱 다니는 것, 폭탄주 마시는 것도 즐겁지 않고.
좁아 터진 땅떵어리에서 아둥바둥 싸우기도 지겹고. 봉투 바라는 공무원, 기자, 교수 등등 상대하는 것도 지겹고.
다들 어떻게 사시는지, 영어는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