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 #98185
    귀국? 64.***.181.171 4463

    본인 이외에는 결정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어 봅니다.

    집사람이 공립학교 선생이었는데 유학휴직을 해서 나왔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기업에 근 십년 이상을 근무하다가 누구나 느끼는 비슷한 문제로 나이 마흔에 사직을 하고 미국에 중소업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는 삼년정도 집사람이 공부를 하는 동안 영어도 좀 늘리고 미국생활이나 재미있게 하다가 귀국해서 집사람은 복직하고 저는 원래 직장이나 아니면 다른 직장을 잡아서 귀국하려고 했었습니다.

    중간에 개인적인 사유가 생겨서 집사람은 두학기 정도 휴학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유학 휴직을 연장했었고 이제 한 삼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년 초정도면 학업을 마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몇가지가 얽혀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이 때문입니다. 착하기만 하지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저나 집사람이나 아이를 족치는 성격이 아니라서 한국에서 중하위권을 맴돌던 아이가, 여기서는 시골학교일 망정 그래도 상위권에 있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그리고 뭐에 대해서도 좋고 싫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이나 한국은 너무 좋은 데 학교 학교는 너무 싫어서 귀국하기 싫다고 합니다.

    저는 인생에서 큰 야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일 망정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별 불만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 합해서 경력이 이제 근 이십년에 가깝습니다만 연봉이 육만불, 이것 저것 다 제하면 집에 가져다 주는 돈이 월에 삼천불입니다. 고국에서는 떠나기 전에 연봉 팔천만원을 받았었습니다.

    체감 수입은 반이나 2/3 정도인 것 같습니다. 고국에서는 무엇을 하던 돈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좋아하는 책을 사기도 겁이 납니다.

    돈이 좀 딸리기는 하지만 아끼면서 살 수 있는데 영어가 너무 문제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거의 자괴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브리핑은 고사하고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하고 직장 동료들이 간단한 농담을 해도 그냥 웃을 수 밖에 없고.

    아직도 식당에서 빠른 소리로 무엇을 물어보면 당황스럽고.

    다른 한국분들이 미국에서 이삼년 유학하시고 어떻게 대학교수로 나가시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저도 이제 삼년 반이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짧게 짧게 텔레비젼 뉴스나 라디오 뉴스가 들리는 것 이외에는 정말 자신이 바보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던 중 다행히 옛 직장에서도 연락이 와서 이제 귀국해서 다시 같이 일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많이 고민스럽습니다. 아이 생각을 하면 남고 싶고, 제 영어 생각을 하면 귀국하고 싶고, 그러다가도 거의 매일 아홉시 열시 퇴근에, 휴가 가는 것 눈치 보이고, 룸싸롱 다니는 것, 폭탄주 마시는 것도 즐겁지 않고.

    좁아 터진 땅떵어리에서 아둥바둥 싸우기도 지겹고. 봉투 바라는 공무원, 기자, 교수 등등 상대하는 것도 지겹고.

    다들 어떻게 사시는지, 영어는 어떠신지요?

    • …… 63.***.198.94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나서 자란 세대에게 영어는 넘기 힘든 벽입니다. 제가 님이라면 아이를 빼고 순전히 님의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저도 너무나 이쁜 아이가 있지만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인생이고 님의 인생은 님의 인생입니다. 설사 아이를 고려한다해도 말(영어)도 잘 못하는 바보같은 아빠가 아이에게 필요할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사회에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아빠가 아이에게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요.
      옛 직장에서 다시 같이 일하자고 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경우입니다. 님은 그런 면에서 많은 분들의 부러움을 받을 겁니다. 좋은 결정 내리시기 바랍니다.

    • yy 67.***.209.73

      Do you think your wife can get a job when she finishes school?
      If she does, your household income will double.
      Or you chould start a business.
      Just my two cents.

    • 동감1 24.***.54.155

      너무나 공감가는 내용에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못하는 것,
      한국에서는 그래도 꽤 설득력있고, 브리핑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여기서는 얘들이 알아듣기만해도 고맙더군요.
      그리고 어떤 말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문화가 틀려서인지 영어가 짧아서인지
      짐작도 안가는 말을 할 때가 있습디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팍 들죠.
      그럴 때에는 좌절감에 몸이 무너지는 느낌이죠.
      언어 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고국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큰 문제가 없던 것들이었는데,
      여기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니깐 언제나 스트레스입니다.
      하찮은 메일이라도, “혹시나 싶어…” 짧은 영어로 읽고 또 읽습니다.
      정말이지 요즘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애들 교육 생각하고,
      한국의 부조리한 문화 생각하면 힘들더라도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길지 않은 한평생 그냥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보람 느끼는 때도 있을 것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다시 한국가서 후회될까 두렵기도하고, 지금 여기 생활이 그리워진다면 잘못된 선택이 되니깐 그냥 사는데까지 여기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10년 이상 사신 교수님 조차도 매해, 해 결심으로 “올해는 제대로 영어공부 해볼랍니다.”라고 하시더군요.
      30년 되신 분의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벙어리도 사는데 싶으면, 필요한 말만하고, 너무 욕심내지 않고 살면돼.”
      욕심이 심기를 흐리고 새로운 환경을 찾게 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공감가는 글 잘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반갑기도 하고 위로가 되는 것 같구요.^^

    • Edward 12.***.114.201

      참 재미 있군요. 다들 미국생활에 만족하며 얘들 잘 키우고 사시는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40대중반에 미국와서 5년간 생활해 보니, 말귀쬐끔 알아 듣는것과, 또 눈치로 떄려잡는 능력이 늘었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도시락으로 빵조각을 싸 갖고 왔는데, 도대체 못견뎌서, 이젠 김치나 갖김치, 고추장등등로로 화려한 도시락을 준비 해 와서 보란듯이 즐기며 먹습니다. 같이 식사하러 다니곤 했지만, 도대체 맞지않는 고깃덩어리 양식에, 빵이며, 피자등등에 이젠 그런 피곤한 체면치례 않 합니다. 회의떄요? 할말 다 합니다. 뭐 영어 잘해서가 아니라, 기죽고 살 필요가 없다는걸 눈치 챘지요. 영어 못하는것, 그건 큰 잘못이 아니란걸 알랐지요. 잘 하면 보다 높은 위치로 올라 갈 수 있는건 사실이지만, 기존의 조직에서 발탁인사가 거의 없다는걸 알았지요. 다 외부에서 대려 옵니다. 결론은 눈치보며 산다 해서 뭐 더주는것 없더라 이겁니다. 영어 잘 하는척 해봤자, 이네들 보기엔 다 도토리 키재기 입니다. 여기문화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는 이상, 다 이방인이지요. 거기에 영어잘한다면 얼마나 잘 하겠습니까? 떄 되면 짐 싸들고 한국가야지요. 나이들어 미국인들 써비스 받으면 노후가 무지 불편할것 같으니까요. 다들 행복 하세요.

    • math 141.***.165.233

      저만 그런지 알았는데… 전 여기서 대학을 나와서 그런지 무조건 영어를 잘할거라는 생각에 무지 스트레스 받아요. 옛날 군 훈련소있을때도 영어해보라는 사람들때문에 황당했었는데… 3년후면 불혹의 나이인데 교회에서도 어디 낄지모라 애매할때가 참 많아요. 집사람도 요사이 자꾸 영어 물어보는데 (집사람은 미국생활이 3년쯤 되 가네요) 모를뗀 왜 자꾸 묻냐며 화 냅니다. 이제 집사람도 제 영어실력을 눈치체어쓰면 좋겠는데… 언젠가 돌아가야지 하면서도 엄두도 나지 않고…

    • met 66.***.86.229

      한국 사람만 영어가 이렇게 힘든 겁니까?
      다른 이민자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어 되는데로 하고 살던디…
      너 영어 왜 그리 못하냐라고 쪽 주는 것도 아직 못 봤구요.
      다만 제 말을 상대편이 못 알아 들으면 스스로 부끄러운게 사실이죠.
      요는 어느 상황에서 어떠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collect 해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그런 표현을 모르면 말이 너무 descriptive해지게 마련일 것이고, 그러다보면 꼬이게 되지요. 어떤 상황에서 딱 한마디로 그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말들을 익혀야 할듯 합니다.

    • 66.***.186.90

      한국사람이라서 힘든거라고 보지는 않구요. (물론 한글과 알파벳의 차이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저희는 특히나 한민족에 비슷한 문화, 비슷한 식생활등으로 인해 미국에 와서도 미국 Community에 Join하지 않는게 영어를 하기 힘든 첫번째 이유인것 같습니다. 미국온지 3년되었지만, 현장에서 미국사람들과 이야기 하는데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주위에서도 약간은 놀라는 눈치구요. 한국에서는 영어한마디 못했었습니다. (물론 문법이며 reading등은 시험때문에 꽤 공부를 많이 했었지만요.)

      과연 스스로에게 일반 생활속에 영어를 말할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시면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직장에서 영어를 배운것 보다는, 주로 교회나 Volunteer, Roommate등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일단 6개월정도 지나서 말문이 트이고 나니, 그 뒤부터 말하는건 문제가 없더군요. 그리고서는 꾸준히 뉴스보고, 드라마 보고, 영화보고, 미국친구들과 술마시러 나가고 그러다보니 이젠 들리는것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제 생기는 영어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좀더 Effective하게 표현할까 인데…이건 영어의 문제가 아닌 제 사고를 어떻게 더 논리적으로 표현할까라는 문제인지라..영어라고만 볼 수 있을것 같지는 않구요.

      주제넘는 소리겠습니다만, 영어는 학문이 아닙니다. 언어일 뿐이지요. 언어는 공부해서 되는게 아니라, 얼마나 많이 자주 생활속에 자리잡느냐에 따라 틀린것 같습니다.

    • Musim 143.***.124.2

      You spent several years in the States and are woring here, and I have a hunch that your English is not bad. My short comment, if you don’t mind, is this: Not to speak only you have to, but do so whenever you can, lunch/coffee time, getting along with team members, etc.
      I also would say you may want to consider you and your wife first and then your child next. Your child seems fully depends on you now but it shall not be in that way for long no matter what, and eventually you will have so much control/visibility/influence to your kid. It seems like your child is still quite young, meaning pre-teenage, and if that’s the case, it is good time to prepare yourself and child to deal with his/her teenage. It can be much more difficult than you may think since by then he/she will think as American kid while you/your wife probably are still Korean parents. (this is not only about schooling, but almost everything; how he/she speaks, thinks, behaves, expects, etc)

    • 매트 192.***.20.196

      힘내십시오.. 이민 1세대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영주권을 얻기전까지는 영주권을 얻는것에 많은 신경을 쓴지라 그런 고민을 해볼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이 점점 커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사나 모두가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다른 나라는 그 나름대로 모양은 다르지만 괴로움이 있는 법입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를 한번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씨애틀 131.***.0.80

      저도 5년째 되가는데 같은 고민 하고 있습니다…

      좀 엉뚱한 발상인거 같습니다만,
      서북부에 살고 계시다면, 일본어 수업을 들어보세요.
      대게 우리가 일본어는 더 잘하기 때문에 못하는 미국 사람들 좀 가르쳐주시고…
      그들 일본어 버벅 댈때 같이 웃기도 하다보면,
      영어도 그냥 그런 언어 중에 하나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이 들더군요…

      우리는 어려서 부터 영어가 능력의 일부 또는 성공의 중요 잣대라는
      사고가 콱박혀 있어서 더 힘들게 하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