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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만든 ‘평산책방’이 8시간 자원봉사자에게만 식사를 제공하고 활동에 대한 대가 대신 간식을 제공한다고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졌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평산책방 측은 당초 계획을철회했다. 법조계에서는 “평산책방 도서구입 영수증을 보면 ‘개인사업자 평산책방’이 책을 판매한 것으로 나오는 만큼 개인이 영리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명백한 노동 착취”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평산책방 측은 ‘자원봉사자 50명 선착순 모집’ 공고를 냈다. 책방 측은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종일 8시간 자원봉사할 사람을 구한다”며 “평산책방 굿즈, 점심식사 및 간식 제공”이라고 했는데, 점심 식사는 종일 봉사자만 제공한다고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8시간 자원봉사자로 일해야 무료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모집 공고는 즉각 ‘열정페이’ 논란을 일으켰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시절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대통령 임기 중에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등을 역설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책방에 정규직 직원이 아닌 무급 자원봉사자를 고용해 운영하려고 하자 “자원봉사라는 이름의 노동착취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비판이 거세지자 ‘평산책방’은 8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원봉사자 모집을 철회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이날 ‘평산책방’ 측은 “마을 안내, 마을 가꾸기, 책 읽어주기 등 재단이 하고자 하는 공익사업에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자 했으나 과욕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자원봉사자 모집을 철회하면서 앞으로 필요할 때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공익사업을 밝히고 재단 회원을 상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평산책방이 당초 계획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노동을 시킨 뒤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노동착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산책방이 문 전 대통령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는 영리 목적의 업장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법 소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김경율 회계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평산책방에서 도서를 구입한 영수증에는 문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개인사업자 평산책방’이 책을 판매한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개인이 영리행위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은 비영리성, 무보수성, 자발성, 공익성, 비종파성의 원칙 아래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윌 김소연 변호사는 “평산책방은 비영리법인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평산책방에서 발행된 영수증을 보면 ‘개인사업자’라고 나와 있다”며 “개인사업자 가게에 대한 자원봉사를 가족은 할 수 있지만, 민간인이 할 수는 없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경우 임금 미지급이나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굉장히 세게 처벌받는다. 만약 문 전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집행유예 이상의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었지만, 변호사 출신이다. 비영리 법인, 재단 법인, 개인사업자, 조세 관계, 세무 관계, 근로기준법 등 이런 내용에 대해선 문 전 대통령 정도의 법조 경력이면 모를 수가 없다”며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내건 것을 보면 ‘무식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