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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격압박 뿐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식품 회사들이 미국산 유전자 변형(GMO) 옥수수를 수입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GMO가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는 발혀진 바가 없는 상태이고, 단 한개의 연구 결과에서 GMO를 사료로 준 쥐가 유산율이 증가하고, GMO를 먹은 산모로부터 출생한 쥐는 출생체중이 적게 나가고 장기 무게도 적게 나가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만 연구의 신빙성 문제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연구는 신뢰가 안가는 게 연구 결과가 제대로 된 저널에는 실린 바가 없고, 공식적으로 GMO를 반대하는 그린피스의 기관지에만 실렸습니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GMO가 인체에 해로울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병충해 저항성을 지닌 유전자나 성장을 촉진시키거나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유전자가 작물에 추가되지만 그런 유전자나 그 유전자 산물이 사람의 유전자를 교란시키거나 변형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예가 감자의 발아를 억제하여 보관을 용이하게 하게 위해 방사선을 쪼여주는 조치인데 이 조치 역시 환경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방사선을 쏘는 것과 방사선에 맞은 적 있는 감자를 사람이 먹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아주 드물게 방사선을 맞은 감자에서 감자에게는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해도 그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자에 혼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감자에 대해 방사선을 사용해도 인체에 해가 될만한 이유는 이론적으로 따지면 없습니다.
어쨌든 환경단체에서 GMO나 감자에 대한 방사선 조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입니다.
소에게 소를 사료로 먹이면 광우병이 범람하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GMO나 감자에 대한 방사선 처리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죠.
감자에 대한 방사선 처리는 일단 논외로 하고, GMO만 따져본다면 현재 세계의 식량사정이 GMO를 무조건 배척할만큼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GMO를 반대하는 그린피스 기관지에 실린 논문들조차도 GMO를 무조건 먹지 말자는 쪽보다는 안전성을 확보한 뒤에 먹자는 쪽인 것을 보면 환경단체들도 결국 식량문제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GMO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저희 실험실에서 연구원들하고 교수 사이에 GMO에 대한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 나온 이야기들을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1. 새로운 유전자 도입 후 결과의 불확실성
이론상으로는 새로운 유전자가 그 고유기능만을 할 것이므로 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유전자들의 기능은 많은 유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네트워크 같은 양상을 띱니다.
따라서 도입된 유전자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효과를 내게 되어 본래 그 식물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던 어떤 물질을 많이 만들어 내는데 그 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자연 물질 (자연물질 중 독소는 아주 많지요. 솔라닌도 있고, 아플라톡신도 있고…)이라면 인체에 해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본래 그 작물이 풍부하던 어떤 미량원소의 함량을 줄여서 그것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에서 그 미량원소의 부족을 초래할 수도 있겠죠.
물론 이런 가능성은 거의 가마귀 날자 배떨어질 가능성일 듯 합니다.
어쨌든 이런 문제들은 만들어진 GMO에 대한 자세한 영양분석 및 독성분석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2. 이종간 유전자 교환으로 인한 유해식물의 창궐
원래 작물에만 이득을 주라고 집어넣은 유전자가 이종 식물간 유전물질 교환으로 인해 작물에 해를 주는 식물에 들어가 그런 식물들이 창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물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아닌데 이종간의 이런 유전자 교환은 매우 드문 현상일 듯 합니다.3.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인한 문제
이건 제가 꺼냈던 이야기인데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라는 만화영화에서 온통 강화인간으로 구성된 공각기동대에 거의 평범한 남자가 하나 끼어 있습니다.
이 남자가 자기 상관에게 “왜 나 같은 남자를 뽑았죠?”라고 묻자 상관인 여 주인공이 이런 대답을 하죠.
“바로 네가 강화인간이 아닌 생몸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규격의 개체로 구성된 집단에게 기다리는 것은 느슨한 죽음 뿐이다.”
만약 겸형적혈구 빈혈증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모두 제거한 인구 집단과 자연적 인구집단을 동일한 인원으로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창궐지역에 투입한 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양쪽 인구집단이 얼마나 번성하는지를 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겸상적혈구 빈혈증 유전자는 한쌍을 가지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이라는 질병이 발생하지만 이 유전자 한개와 정상 유전자 한개를 가지면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겸상적혈구 빈혈증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인구 집단은 말라리아 창궐지역에서 맥을 못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규격의 개체로 구성된 집단에게 기다리는 것은 만화영화의 대사대로 죽음뿐인 것이죠.
GMO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생물체이므로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나타날 것이지만, 그렇게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전의 상황이라면 GMO 개체들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이 아주 낮고, 유전적으로 동일성이 매우 큰 개체들로만 이루어진 군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병충해가 나타나고, 유전적으로 서로 매우 동일한 GMO가 그 병충해에 큰 취약성을 보일 경우, 그리고 그 시점에 세계가 GMO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 우리는 수백만명이 굶어 죽은 아일랜드 대기근 같은 상황을 전세계적으로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GMO라고 해서 유전적 다양성이 없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4. GMO의 환경 파괴
GMO가 야생식물에 대해서도 지나친 우월성을 보여서
야생화하면서 야생식물군을 멸종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반면, 농작물은 인간의 서포트가 있다는 전제 하에
일반적인 식물이 그런 행동을 하면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과잉생산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유전적으로 강화된 작물이라도
야생상태에서는 농작물이 야생식물들과의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