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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일자 스포츠 서울에 실린글입니다. 매우 공감가는 글입니다.
승리란 짜릿하고 신나는 일이지만, 그것에 집착하게 될때, 오히려 멋친 패배보다 못하는 경우를 한국의 여러 분야, 즉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보고 있습니다.
새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승리만이 아름다운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고 싶네요.========================================
지난 14일 한일 클럽챔피언십에서 요미우리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보여준 매너는 국내에선 드문 신선한 것이었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일본시리즈 우승에 이어 한일 클럽챔피언십 승리로 기고만장할만도 했지만 그는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 는 경기가 끝난 뒤 “KIA는 전통의 강팀이었다. 우리가 이겼지만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였다. 한국의 우승팀다운 경기를 했다. KIA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WBC에 출전했던 윤석민이 나왔다면 좀 더 좋은 경기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패자를 배려했다.
이 대목에서 하라 감독이 올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후 “훌륭한 팀과 겨뤘고 그들을 응원하는 훌륭한 팬들 앞에서 우승하게 돼 더욱 기쁘다”면서 패자의 아픔을 달랜 장면이 오버랩됐다. 나시다 마사다카 니혼햄 감독도 “요미우리가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열심히 뛴 우리에게도 감동적인 경기였고 바로 이것이 야구다”라며 승자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로 눈을 돌려보면 사뭇 다른 모습이 떠오른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시리즈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SK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수 절반 가량이 준우승 메달을 목에서 빼내 주머니에 넣어버린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같은 차이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창시절 야구 습관이 프로무대로 고스란히 이어진 결과로 봐야 한다. 국내 중·고교 대회에선 승자는 과도하게 기쁨을 표시하고. 패자는 경기 종료 후 곧바로 짐을 챙겨 구장을 떠난다. 상대에 대한 존중 등 인성교육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일본고교야구 고시엔대회에선 경기 종료와 함께 양팀 선수들이 두 줄로 서서 인사를 나누고 이긴 팀 선수들은 소리높여 교가를 부른다. 진 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상대팀 교가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서 있다.
KIA 조범현 감독은 한일 클럽챔피언십 종료 후 “꼭 이겨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남해캠프에서 준비를 착실하게 했지만 베스트 전력이 아니라 아쉬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큰 무리가 없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듣던 대로 훌륭한 팀이었다”는 멘트 한 마디를 추가했더라면 어땠을까.
레오 듀로서 감독은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승패가 가려지기 전까지 냉철하게 판단하고.철저히 준비하며.끈끈한 승부근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케케묵은 생각이 아니라 스포츠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