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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힘
조재도
일촉즉발 붙기 전 두 녀석이 나에게 걸렸다.
한 놈은 벌써 눈텡이가 밤텡이다.
도서실에 불러 앉혔는데도 치켜 뜬 눈이 황소 눈이다.
제 분 못 이겨 부르르 몸을 떤다.
이마가 깨져도 끄떡 않을 놈들이다.
악써대는 고함에 도서실 고요가
유리처럼 금가고 잔처럼 부서진다.사과할래, 안 합니다.
그럼 한번 쳐야겠어, 네.
너도, 네.
좋아, 치고 싶다면 쳐야지.
나도 열받는다.
막무가내 앞에서 나도 그냥 막무가내가 되고 싶다.그러다 문득,
우리 오 분만 가만있자.
그런 다음 치기로 하자.
멀뚱히 떨어져 앉아 삼백 초를 견딘다.
운동장에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은행잎 호로로 진다.
그 새 늦가을 한 토막 서둘러 간다.갈밭에 눈 내리듯 분노 잦아든다.
고요의 손길이 터진 제 몸을 한 땀 한 땀 깁는다.
씩씩거림 흥분이 고요 속으로 기어든다.
강둑 물안개 퍼지듯 고요, 고요히 제 자리 찾아 앉는다.얼핏 神性이 지나가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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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And Soul – Sarah Vaug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