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미안한 돼지야

  • #99435
    roundone 68.***.189.127 2617

    요즈음은 왜이리도 경악한 이야기들이 들려오는지요. 어제신문에 나온 일명 능지처참 (사실은 이러한 방법은 “거열형” 이라고 한다네요) 돼지사건을 대할때 무슨표현으로 그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할지 많이 당황 했답니다. 아직까지 아내와 아들에겐 말 안해줬구요.

    동서고금에 이런일들 숱하게 벌어졌고, 한국이던 다른나라던 우리네 인간의 잔혹성은 끝이없어 왔지요. 그걸 잘 알면서도 이번일은 너무나 우울하고 서글프게 하네요. 우선 돼지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미안하단 말밖에 별도리가 없네요.

    • 껌딱지 136.***.1.3

      형을 당하기 직전 돼지의 얼굴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겁에 질린 인간의 얼굴과 똑같더군요. 돼지가 무슨 죄가 있다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인간의 광기가 느껴져서 너무 슬펐습니다.

      정말 우리 민족이 평화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는 민족이 맞는 지 너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 roundone 68.***.189.127

      껌딱지님, 많은분들이 함께 아파해 주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저를 더욱 슬프게 한건 그 돼지는 사람으로 치면 아직도 아이 라는 것이지요.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잘먹어주고 잘자라주어, 때가되면 알아서 많은 사람들의 먹걸이가 되어 주었을 것이련만… 그냥 한없이 부끄러워 지네요.

    • 올림피아 71.***.234.196

      지난주인가 전설적인 쇼진행자인 밥바커의 은퇴기념으로 저녁시간에 하는 “프라이스 이즈 롸잇”을 보던 중이였습니다 – 이 분이 80대 후반이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은퇴기념 쇼에서 무엇보다도 지난 1987년 미스 유에스에이 보이콧 사건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년을 진행한 미인대회를 모피코트때문에 과감히 보이콧한 뒷이야기를 말입니다. 밥이 인터뷰중에 그러더군요. “어느날 아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채식주의자가 되었지요.”

      헬렌과 스컷 니어링의 Living The Good Life를 처음 접했을 때, 적어도 인간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오늘저녁 누군가의 밥상위에 올라가는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은 그냥 퍼어엉 이였습니다.

      원글님의 글을 보고, 기사검색으로 내용을 읽고나서, 저도 모르게 열여덟 소리를 내뱉게 되었답니다. 점심으로 먹은 월남국수에 잔뜩 들어있던 소고기 생각에..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깊은 밤입니다.

    • . 70.***.80.54

      채식주의 이슈는 아닌듯 합니다.
      생명의 존엄에 대한 도전이겠지요.
      가축도축, 가축안락사, 환자안락사, 사형집행… 날마다. 무수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서. 하지만 이것들과 전혀 관계 없는 잔인한 살생을 소집단 이해관계 때문에 한다? 공공집회에서? 영 아닙니다. 아프리카 후진국에서? 도무지 감이 않잡히네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 roundone 68.***.189.127

      올림피아님, “열여덟 소리” 정말 참신한 표현이네요. 오늘 한가지 배웠습니다.

      70.249.80x 님 말씀대로 저도 채식주의 이슈라고는 생각지 않는데요, 다시한번 채식을 생각하게 해주네요. 저도 한때는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시도한적도 있었지만 첫째는 사회생활에 많은 제한을 주고, 둘째는 제자신을 완전히 설득시키지 못해서, 즉,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으려고 잡식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고기를 안먹으려고 노력은 하지요.

      저는 이번사건으로 다시한번 생각 한것은, 인간이 정말 우수한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아울러 인간많큼 우수하지 못한 동물도 역시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저들을 과연 얼만큼 이해하는가 인데, 그들의 언어도 모른다면 최소한 그들의 존재만큼에 대해서는 respect 는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너무 오버 인가요? 좀더 젊었을땐 그냥 지나칠 수 도 있었겠지만, 인생의 중반기가 약간 지나고보니 예전에 별생각없이 지났던 것들에 대해 이젠 자꾸 sensitive 해지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물론 힘의원리, 자연원리, human rights vs. aminal rights 등등에 대해 argue 할 의도는 없읍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돼지참사에서 보여진 것은 사람의 마음의 표현들을 보면 우리가 어디까지 왔나 함을 최소한 느낄 수 는 있네요.

      한가지 더, 최소한 그 돼지는 여느 돼지처럼 잘 먹고 (먹어주고), 잘 살찌고 (살쪄주고), 정상적으로 도살되어 (도살되어 주어) 생을 마칠 권리는 최소한 있는것 아닌가요?

    • 올림피아 71.***.234.196

      제가 참.. 이야기를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채식주의보다는 생명존중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자신이 믿고있는 신념에 따라서 전혀 고민없이 (물론 있었는지도 몰지만^^;) 자기자신을 지킬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요즘 신념과 원칙에 따라서 하루 하루 아니 순간마다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라 더더욱이 이 이야기가 커보였나봅니다.

      댓글을 달면서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어 죄송한 마음 가득 입니다.

      향기로운 하루되십시요

    • roundone 68.***.189.127

      올림피아님, 박식 하신것은 충분히 짐작했읍니다만 이렇게 겸손하시다니…
      죄송하시다니요, 원별말씀을.

      그런데 채식주의이슈는 생명존중이슈와 치명적으로 결부된것 같읍니다. 사실 사랑, 자비, 윤리, 도덕, 진리, 또는 신념역시, 오직 생명을 귀히 여길때 만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네 삶도 신명 날텐데요.

      올림피아님의 고민에 숙연해 지네요. 아름다운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시미 64.***.181.173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아무 생각없이 밤에 텔레비젼을 보는데,
      채식주의자들이 방송하는 돼지 사육 장면이 나오더군요.

      하겐다스의 상속자가 상속을 포기하고 이 운동에 나선 것 같고.

      마지막에 모든 것을 떠나서 이렇게 사육된 고기를 먹는 것이
      과연 당신에게 득이 되겠는지 당신 자신에게 물어 보라는데
      정말 득이 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강력한 의지도 없고 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잡식성으로 잘 먹습니다만, 그 방송은 정말 잔인하더군요.

      원숭이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동물이 돼지인데,
      좁은 곳에 가두어 놓아서 스트레스로 인해 자기 몸을 물어 뜯으려 하는 모습등등
      새* 돼지의 이빨을 뻰지로 뽑거나
      발육상태가 나쁜 새* 돼지를 바닥에 패대기 쳐서 죽이는 모습
      다리를 저는 소를 삽으로 찍어 죽이는 모습
      양계장에 갇혀서 피부병으로 털이 거의 빠진 닭들
      고기맛을 좋게 하려면 철분이 없어야 한다고 송아지 에게 철분을 공급하지 않아서
      본능적으로 경첩같은 곳은 쇠붙이를 계속 핥는 모습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소를
      전기봉으로 찔러서 들이미는 모습
      오리에게 사료를 억지로 먹이는 모습

    • roundone 68.***.189.127

      뉴욕에 있을때, 뉴욕의 명물 veal (송아지 고기) 요리는 오리지날인 이태리에서 보다 더 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서 많이 즐기곤 했었지요. 그후, 송아지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위해 송아지가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틀에 가둬서 키운다는 사실 (똥, 오줌, 스트레스와 기거) 을 알고난 후, 더이상 veal은 못먹겠더군요. 많이들 좋아하는 꽃등심 같은 부위도 소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하여 생기게 하는 비정상적인 세포일것 입니다.

    • 올림피아 71.***.234.196

      다시한번 좋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게 자리 깔아주신 라둔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나마 좋은 세상이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