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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인 교통법규 위반자까지 추방
걸핏하면 추방, 부시 행정부의 가혹한 외국인 추방정책
미디어다음 / 윤준호 프리랜서 기자
#사례 1
미국 버지니아주 헌든시의 한인 영주권자 여성 O씨. 2002년 자신이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일식당에서 70달러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O씨는 1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3000달러 배상까지 했으나 미국 이민당국은 그녀를 중범죄자로 간주, 추방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그녀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사례 2
LA 인근의 유학생 A씨. 지난해 초 단순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받았다. 미국의 모든 교통법규 위반자들과 마찬가지로 법원에 나가야 했으나 그는 미국 사정을 잘 몰랐다. 3개월 후에 두 번째 ‘딱지’를 받고서 30일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열흘 정도 감옥에 있다가 곧바로 한국으로 추방됐다.
미국의 외국인 추방정책이 갈수록 가혹해지고 있다. 1996년 개정된 이민법에 따라 점차 높아져가던 미국의 문턱이 9.11 테러사태 이후 극단적인 ‘외국인 쫓아내기’로 번지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마약 판매 및 소지, 강간, 살인, 사기 등 중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예외없이 미국에서 추방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의 자국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사소한 범죄나 부주의한 잘못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외국인 추방정책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법안 통과 이전인 1996년 추방된 사람은 총 2만7,542명이었으나 올해는 이미 8만2,802명에 달한다. 한인들도 지난해 170여명에서 올해 60% 이상 증가한 260여명이 추방됐다.
미국 내 외국인은 크게 두 종류다. 첫째는 모국 국적은 유지하되 미국에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영주권자. 미국 국적을 취득한 시민권자와는 구별된다. 둘째는 유학생, 주재원 등 한시적인 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반이민정책이 강화되면서 유학생, 주재원 등에 비해 상대적인 법적 보호를 받아왔던 영주권자들에게도 추방정책이 마구 적용되자 한인 이민사회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영주권자들은 미국에 삶의 터전이 완전히 뿌리박힌 상태에서 한국으로 추방될 경우 생존권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등 인권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의 윤 모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5년전 이민 온 그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0대 때 대마초를 피우고 상점에서 가죽장갑을 훔쳐 전과자가 됐다. 이후 마약 소지 혐의로 두 번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피나는 재활노력 끝에 과거를 청산하고 현재는 부인, 두 딸과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며 성실히 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전과기록 때문에 지난달 19일 법원에서 추방명령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윤씨 가정의 고통이 이해되나 이민법은 어떤 구제 방법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윤씨는 항소할 예정이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한국으로 쫓겨나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다. 25년간 한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고 한국어도 다 잊어버린 그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가깝다.
미국 내 아시아 인권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은 “윤씨가 완전히 갱생했으며 한국어를 완전히 잊어버린 그가 한국에서 생계를 유지할 길이 없다”며 구명운동을 벌여왔으나 허사였다.
이처럼 미국의 가혹한 추방령이 계속되면서 한인 사회에는 ‘추방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달리 매우 사소한 언어폭력이나 범칙으로도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인들의 ‘몸조심’ 분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학생들의 경우 출입국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봐 본국 방문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인 변호사들은 “단순한 경범기록이 있어도 추방될 수 있는 만큼, 법을 어기지 않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