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먹을만한 도시락반찬 생오이 무침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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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하는남자 66.***.90.189 4841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제가 예전에 올렸던 짬뽕 만드는 법 글을 여러분들이 읽으셨더군요. 많은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이 글의 마지막에 조금 손질된 짬뽕 만드는 법 업데잇도 쓰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만드는 삼류 즈질 생오이 무침을 한번 알려드릴까 하는데요. 여자분들께서 이미 다 아시는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냥 혹시 모르셨던 분은 알아두시면 도시락 반찬으로 참 좋지 않을까 해서요.

    세상의 모든 오이지는 기본적으로 아작아작하는 식감과 소리가 나야 제맛입니다. 이 아작아작하는 식감이 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오이 자체가 엄청난 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먹을 경우엔 왠지 시원하긴 하지만 아작하지는 않죠. 그래서 그 오이를 농도가 높은 액채에 담가두는 것입니다. 그럼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농도가 낮은 오이에서 농도가 높은 주변 액체로 수분이 빠져나가가 시작합니다. 그래서 오이가 물이 쫘악 빠지고 아작아작해지는 거죠. 문제는 여기서 어떤 고농도 액체를 쓰냐는건데요. 말 그대로 짠 소금물을 부으면 한국식 짠 오이지가 되는거고 달착지근한 고농도 설탕물을 부으면 일본식 규리스케 비슷한 오이지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알려드릴 오이지 만드는 법은 한국식과 일본식을 조합한 싸구려 즈질 생오이 무침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1. 가능한 크고 두꺼운 싸구려 오이들을 삽니다.
    2. 깨끗이 닦고 25센트 동전 2-3개 정도 포개놓은 두께정도로 동그랗게 썹니다.
    3. 설탕:소금 을 7:1 정도의 비율로 섞어서 물에 넣고 한번 끓입니다.
    — 양이 문제인데요. 그냥 “너무 달다” 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설탕을 넣으십시오. 그리고 소금도 약간 짠맛이 나네 할정도로 넣으세요.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 오이에는 그렇게 심한 간이 베지 않습니다. 왜냐면 오이자체의 물이 설탕맛을 희석시키거든요.
    4. 오이를 병이나 컨테이너에 담고 그 끓인물을 식혀서 붇고 뚜껑을 닫습니다.
    — 오이가 완전히 물속에 잠겨야 합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 전 병속에 무거운 무언가를 넣어서 꽉 누른채로 뚜겅을 닫습니다.
    5. 냉장고에 1- 2일 정도 그냥 놔두십시오.

    — 더운곳에 두시면 오이가 익어서 신맛이 납니다.
    6. 꺼내서 베보자기 같은데 넣고 꽈악 눌러 짜시면 완성입니다.
    — 맛을 보시면 약간 달착지근한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주 매우 아작아작합니다. 이 상태가 되면 성공한겁니다. 그럼 이상태로 그냥 드셔도 되고요 원하시는 약간의 양념을 하셔도 됩니다. 전 약간의 올리브 오일이나 살짝 설탕과 소금을 더 첨가해서 먹습니다. 하지만 정말 살짝 느낌만 날 정도로 “묻히는” 정도가 되야 오이맛도 살아나고 이맛도 저맛도 아닌 어중간한 그러면서 도시락 반찬으로 좋은 생오이 무침이 됩니다. 오이를 꺼내서 후라이팬에 볶거나 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처음 저리실때 설탕물에 설탕을 많이 넣어도 오이에 그렇게 심하게 단맛이 베지는 않습니다. 물에 너무 적은 설탕을 넣으시면 오이가 아작해지지 않습니다.

    ** 결국 오이지가 아작아작해지는건 어떤 고농도 액체에 담가도 되는거구요. 문제는 어떤 맛이 나는거냐인건데요. 그부분을 여러분 맘껏 바꿀수 있다라는거죠. 설탕+다시마에 담가도되고 식초+설탕에 담가도 되고 간장+셀러리에 담가도되고 그야말로 이부분부터 여러분의 감각을 첨가하는거죠. 그런데 어떤 액체를  쓰시던 꼭 고농도로 해야 아작해지는 느낌이 최대한 살아남을 잊지마세요.

    제가 추천하는 고농도액:

    1. 올리고당 + 소금 + 생강
    2. 일본된장 + 올리고당 + 생강
    3. 한국된장 + 올리고당
    4. 한국된장 + 올리고당 + 향이강한깻잎 + 생강
    5. 올리고당 + 모밀국수베이스간장 + 다시마

    아주 쉽죠?



    짬뽕 만드는 법에 대한 단축 정리

    1. 생닭 한마리를 삽니다.
    2. 큰 냄비에 물을 붇고 닭을 통째로 삶으십시오.
    — 살이 흐물흐물 해질정도로 오래 삶아야 국물이 진국이 됩니다.
    3. 마늘을 5-6개 정도 넣으십시오.
    4. 양파, 호박 등을 짬뽕 스럽게 보이게 크게 써십시오.
    5. 야채와 호박 “crisco” 쇼트닝을 “뜨거운” 후라이팬에 함께 넣고 적당히 익혀주세요. (2-3분?)
    — 야채를 많이 넣으세요. 중요합니다.
    6. 끓여놓은 닭국물을 붇고 여기에 고추가루를 넣고 끓이십시오.
    7. 끓이시면서 소금간을 하시고 필요하면 Crisco를 더 넣으십시오.
    8. 원하시는 해물 (오징어, 조개, 새우 등등) 첨가하십시오.
    — 한동안 끓이셔야 야채에서 단맛이 우러납니다.
    9 삶아놓은 국수에 부어서 드세요.

    아주 쉽죠?

    • jjj 221.***.33.217

      그런데 뚱뚱하고 물 많은 미국 오이는 물러서 이렇게 만들 수 없지요?

      • 밥하는남자 149.***.136.50

        상관없습니다. 몸에 왁스를 잔뜩 발라 놓은 미국 오이도 괜잖습니다. 단 오이를 아주 깨끗이 닦아야 하겠죠. 오이가 그렇게 크고 물이 많아 보이면 오히려 물이 빠진후에 더 아작거립니다. 그런데 마켓에서 가끔 파는 삐쩍 마른 소위 일본오이나 조선오이같은것들은 오히려 잘 아작해지지 않습니다.
        전 보통때 오이소박이를 만드는 오이를 사다가 만듭니다. 가끔 오이를 통째로 저리면 어떻냐고도 하시는데요. 그것보다는 미리 썰어서 저리는게 더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 땡큐 108.***.226.87

      어설픈 직업 정보보다 낫네요.

    • 63.***.25.14

      밥하는 남자님, 밥 자주하셔서 글 많이 올려주세요.

      참고로 비록 간단한 오이소박이지만 겉멋만 늘어놓는 양식이 아니어서 더 좋네요. 과학설명도 이해하기쉽게 친절하시구요. 아작아작한게 그렇게 해야 나오는지 첨 알았네요. 그냥 오이를 잘골라서 그런줄… 그냥 밖에 며칠 말려서 수분증발시킨후에 먹어도 아작거리나요?

      • 밥하는남자 149.***.136.50

        안녕하세요.
        저도 첨엔 그렇게 해보았는데 결국 그냥 시들시들해지기만 하더군요. 밖에서 말리는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참고로 한국 전통의 오이지는 소금을 엄청 많이 넣기 때문에 오래 놓고 먹어도 상하지 않지만 제가 알려드린 생오이무침은 말 그대로 거의 볶지도 않은 거의 생오이이므로 너무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서 오래 두고 드시면 상할수 있습니다.

    • sdg 75.***.237.115

      아작아작 한거랑 쫄깃쫄깃한거랑 같은 개념인가요?

      제 생각에 아작아작한것은 오이에 물기가 많으면 아작아작할거 같고,
      위에서 설명한 방법들은 아작아작하기보다는 쫄깃쫄깃한 맛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예를들어 오이 짱아치같은게, 된장에다 받아두어서 물이 쫙빠지면, 쫄깃쫄깃한맛이 나쟎아요.

    • 원글 149.***.136.50

      찹쌀떡이 아주 쫄깃하지만 씹어먹을때 아직아작하는 소리나 식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아작거린다는뜻이 그것입니다.

      참고로 오이를 2틀 이상 더운데 보관하시면 오이가 익기 시작합니다. 그럼 오이김치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오이를 더운데 두지 마시고 2틀 이상 담가두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