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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고 부모가 되면 철이든다고…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꿀꿀님보다는 연배가 위인 것 같지만 다 나이들어가는 처지니 다 비슷한 상황이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글이라 생각되어 용기내어 올립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팔순을 바라보는 노부모님께 어떻게 좀 더 효도를 할 수 있을 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보내드리는 것도 사실 뭔가 허전하고 죄송하고…예전에 아버지와 참 많은 갈등이 있었었는데 (그당시에는 제가 논리적이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죠.) 이제는 거의 매일 부모님께 간단하게 나마 전화로 안부를 드립니다.
먼저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어떻게 모든 상황, 즉, 전화드리는 여건과 시간, 통신료 등등을 최적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1. 통신료의 최적화: T-Mobile에서 My Faves를 사서 콜링카드 접속번호는 무제한 무료서비스를 최대한 이용. 2.5센트의 콜링카드 비용 외 모든 접속비용은 무제한 무료.2. 안부전화의 정규화: 퇴근하는데 소요되는 약 25분간을 부모님께 안부전화로 쓴다. 안전을 위해 핸드프리이어폰을 쓰고 퇴근하는 시간에 한국으로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면 아침에 어딘가 나가시기 직전에 전화를 받으시고 이런 저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
주로 이런 저런 것들을 끊없이(?) 들어드립니다. 그것만으로도 어쩔때에는 어머니께서 너무나 기뻐하시고 또 기뻐하시네요.3. 안부내용의 정례화: 거의 부모님의 말씀을 Listen해 드리기도 하지만, 절대(!) 현재 나의 어려움은 말씀드리지 않는다. 괜찮다고는 하시지만 수백가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으로 다음 전화때까지 녹초가 되어계신 부모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조건 괜찮다는 얘기보다는 나의 5년 10년을 내다본 미국에서의 비젼을 자세히 말씀드리면 그 어떤 때 보다도 행복해 하심. 아마도 인생의 황혼기에서 자녀들이 비젼이 있을때에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것으로 사료됨.이제는 퇴근길에 거의 반사적으로 아버지께 어쩔때에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물론 아버지 어머니라 하면 장인, 장모님도 포함됩니다.
결국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통화를 하게 되는데…이 효도 프로젝트가 2년을 넘어가니 모두들 제 전화만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정말 기뻐하십니다.
“00 아 너의 전화를 이제 받는 것 만으로도 너무 너무 행복하다. 비록 너를 가까이서 볼 수는 없어도 네가 힘들고 어려워도 항상 괜찮다고 하는말…나는 다 안다. 네가 얼마나 힘들게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전화만도 이제는 충분하다. 한국에 가까이 있지만 명절때만 돌아보는 형식적인 가족들이 얼마나 많니? 너의 진심어린 짦은 전화 통화, 안부 하나만으로도 정말 정말 행복하다. 너는 정말 그 어떤 것 보다도 큰 진정한 효도를 하고 있다는 것 너는 알고 있니? 꼭 알아야한다. 너는 절대로 언젠가 우리들이 떠나가도 아쉽거나 후회를 해서는 안된다. 절대로…..”주루룩…주루룩…
마음은 한국으로 달려가고 또 달려가고 있지만 그래도 참 감사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마음만큼은 노부모님들과 꼬옥 연결되어 있으니…
이제 조금 철이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