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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공장소를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가방 검사를 하는것이었습니다.
전혀 그럴만한 성격의 공간이 아닌데 왜 그러지? 의아해 하면서 백팩 속을 보여줬구요.
다음번에 또 가서 보니까 그게 총기 흉기 반입을 막으려고 검사를 하는거였습니다.
그런 류의 사고가 날 일이 전혀 없어보이는 곳인데 하여튼 총검사를 하더군요.
그걸 알고 다음에 갈때는 미리 손으로 백팩을 열고 줄서있었습니다.
딱 백팩을 보여주는 순간 검사하는 사람이 가방속을 들여다보지는 않고 제 얼굴을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더군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 아주 찰나의 시간이나마 대치하다가 결국 그 사람은 백팩 속은 대충 보는둥마는둥하고 보내주더군요.
나를 쳐다보던 그 재수없는 눈빛이 내내 기억에 남았는데 뭐 분하다기 보다는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하루정도 지나니까 뭐가 어떻게 된건지 감이 잡히더군요.
저는 검사하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않고 금방 쉽게 확인하라고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가방을 미리 열고 대기했다가 딱 보여준건데요.
검사하는 사람은 어서 어서 빨리 빨리 내 가방속을 들여다보고 신속하게 들여보내달라고 닥달하고 재촉하는걸로 받아들였던것 같습니다.
찬찬히 복기를 해봤는데 제가 백팩을 그 사람 코앞에 들이댄다거나 하는식의 무리한 짓 전혀 없이 아주 자연스러웠고요.
내가 잘못한건 없고 아마도 그 일 하는게 얼마 안된것으로 보이는 그 사람이 상황을 곡해한 것이고 그 사람이 판단을 경솔히 해서 괜히 속으로 화가 나 그걸 겉으로 표시한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백팩을 손으로 활짝 열고 안이 훤히 보이게 딱 잡던 자세를 보고 기분나빠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대가 나의 편의를 봐주려는건지 닥달하려는건지 정도는 판단할 능력이 항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저도 다음에 또 갈때는 상대 배려한다고 미리 그렇게 준비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거나 말거나 가방 보여달라고 얘기를 들을때 그제서야 천천히 백팩 벗고 천천히 지퍼 열어서 천천히 보여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