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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때 생긴 황당한 사건을 얘기 해 볼까 합니다. 이야기가 길지만, 많은 분들이 이용하실 법한 한국 이사 업체이고, 구글에 “타주이사”로 검색하면 쉽게 나오는, 그리고 한국의 대기업 이름을 빌려 써서 굉장히 attractive하게 보이는 이사 업체에 관한 경험담이므로.. 미국에서 이사를 하시려는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수 세월 시간을 보냈어도 한국사람이 더 편하고 하여 이사 때도 한국업체를 알아봤습니다.
구글에서 한국 이사업체를 검색해보니, LA에 있는 L모 통운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글에서는 L모 온xx 라는 이름도 쓰더군요. 한국의 대기업 이름 (삼성말고 L모 기업)과 같아서.. 저는 처음에 믿을만하고 큰 대기업 이사업체의 미국지사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업체는 한국의 대기업과 전혀 관계 없이 이름만 빌려 쓰는 업체라고 하더군요. 이 업체는 웹사이트를 차려놓고 오더를 받아서 하청 이사 업체에 일감을 주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은 저희 집 한 곳을 위한 개인 이사가 아닌 여러 집들의 이사를 같이 하는 곳입니다. (컨테이너가 비슷한 루트의 집들을 돌며 몇 집의 짐을 싣고 내려주는). 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틀린게 아니었습니다. 거주중이던 아파트와 새로 계약된 아파트 스케줄 상 저희는 특정한 날짜에 이사를 해야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이사업체를 알아 봤고요. 그러던 중 가격과 날짜가 모두 맞아 떨어진 이 업체를 찾았습니다. 사장은 제가 제시한 날짜에 꼭 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계약금부터 빨리 지불해야 한다 해서 다음 날 부랴부랴 우체국에 가서 돈을 보내줬습니다.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그 날 꼭 계약금을 보내라고 계속 전화를 하였습니다. 사장은 이사 날짜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며 몇 번이나 걱정말라고 하더군요. 그 후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고요. 저는 이사 날짜를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날짜를 맞춰주겠다는 말에 계약금을 보냈고 (계약서에도 이 이사 날짜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큰 숙제를 풀었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사 날짜 3일 전에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사장은 저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뭐.. 워낙 매일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니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보고 하는 말이 원래 약속했던 이사 날짜를 못 맞추겠다는 겁니다. 저희는 장거리 타주 이사인지라 차로 몇 일 간 이동을 해야 해서 반드시 그 날 이사를 하고 출발해야 한다고 계약 시 몇 번을 말했었건만, 이제와서 날짜를 못 맞추겠다니요. 그쪽에선 드라이버가 도착하기 하루 전에 전화를 준다고 하였는데, 만약 제가 업체 측에 확인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저희는 이사 날짜가 되어도 드라이버 전화조차 받지 못했겠지요.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사장이 저희보고 “왜 이리 융통성이 없냐”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사 날짜가 예를 들어 6월 5일이다, 하면 이사날이 6월 6일이 될 수도 있는거고 7일이 될 수도 있는거라며…. 허허. 너무 화가 나서 그럼 왜 진작에 이렇게 날짜에 변수가 생길 수 있는걸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계약할 땐 나중에 이런 상황이 생길지 말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을 안한다고 하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해줬더라면, 저희는 이 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았겠지요.
아무튼 그럼 계약서에 적힌 날짜를 위반한건 어떻게 할거냐고 했더니, 이사 업체에서 보낸 그 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더군요. 사장이 하는 말이, 바쁘면 예정대로 떠나고, 이삿짐을 그냥 두고 가라더군요. 그러면서 아파트 관리자에게 부탁하여, 자기들이 오면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되지 뭐가 어렵냐고 하였습니다. 아니, 어떤 미국 아파트 오피스에서 입주자 이사를 위해 문을 열어주고, 이삿짐이 나가는 것을 감독해줍니까? 그리고 짐이 없어지면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했더니 그건 나중에 클레임 하라고 합니다. 아니.. 자기들이 써준 계약서도 효력이 없다고 하는 판국에, 짐이 없어져서 클레임 하면, 그땐 돈을 물어주겠다고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사 후에 아파트 청소를 해놓고 가야하지요. 그래서 청소는 어떻게 하냐고 하니, 청소도 다 해놓고 짐만 놔두고 가랍니다. 하지만 이사 할 때 인부들은 카펫을 밟고 다닐 것이고,저희가 청소를 미리 하고 간다한들 다 소용없어지는 것이고 아파트 디파짓은 디파짓대로 깎이겠지요.
하지만 이미 이사 3일 전이어서 저희는 어쩔 수 없어 몇 시간의 실갱이 끝에 100불을 깎았습니다. 사장 50불, 이사 하청업체 대표 50불 이렇게 부담하겠다더군요.
결과적으로 저희는 새 아파트 계약 때문에 계획된 날짜에 출발할 수 밖에 없었고 저희 이사 감독은 지인께 어찌어찌 잘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뤄진 이사 날짜 하루 전날, 사장이 또 전화가 와서는 이삿날이 이틀 더 미뤄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저희가 계약한 날짜보다 3일 후에 이사 업체가 도착하였습니다. 사장말대로 참~ 융통성이 넘치는 이사업체더군요. 어쨌거나 저희는 떠났고,지인께 이사 감독을 부탁드린 상황이라 어이 없었지만 이것도 수용했습니다.
아 참, 이사업체는 밤 12시에 도착하였습니다. 12시에 남들 다 자는데 이사를 어찌하려고요? 결국 드라이버 분들 주무시고, 다음 날 아침 7시부터 이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래 이사날짜보다 4일 늦게 왔네요.
하지만 더 어이없는 일이 터졌습니다.
드디어 이사업체가 도착한 당일, 드라이버 (짐 싣는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사업체가 저희 집에 오기 전 다른 곳에서 두 집 이삿짐을 싣고 왔는데, 컨테이너에 저희 집 짐을 실을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면서 저희 집 짐을 일부만 싣고, 일부는 어디 스토리지에 넣어놨다가 나중에 자기네들 차가 이 동네 지날 일 있을 때 (2-3주 후) 가져다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언제가 될지는 장담 못한답니다. 저희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그건 절대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짐을 싣고 어떤 짐은 빼고, 저희가 그 자리에 없는데 그걸 언제 또 정하고 전화로 지시하고 있나요. 지금 이사 날짜도 몇 일이나 미뤄진 것도 황당해 죽겠는데, 짐 실을 자리가 없어서 일부만 가져다 주겠다니요. 세상에 이런 업체가 어디 있습니까?
저희는 유홀을 빌려서라도 끌고 오라고 했더니, 그럼 자기네들 돈이 드네 어쩌고 하면서 안되겠답니다.
드라이버들은 최대한 우리 짐을 다 실어보겠다고, 앞에서 싣고 온 두 집의 짐을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몇 시간이면 끝낼 이사를 다른 집의 짐을 다시 정리하느라 거의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짐을 실을 공간은 없었습니다.
또 다시 사장과 몇 시간의 전화통화 실갱이를 하였습니다. 저희는.. 이 업체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자포자기의 심정이었습니다. 사장은 한 참 후에 연락이 오더니, 웬일인지 저희 짐을 가져다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다른 집 짐을 빼놓겠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저희가 이사할 지역은 외딴 곳이고, 그 짐을 빼놓겠다는 집이 이사하는 곳은 자기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 곳 짐을 빼면 비용이 절감되겠지요.
하지만 역시나! 그러면서 그 집 짐을 늦게 갖다줌으로 인해 드는 비용 (300불)을 저희보고 부담하라고 합디다. 저희는 정말로 황당하고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참고 참아, 그럼 처음에 이사 날이 미뤄져서 100불 깎은 돈, 그냥 깎지 말고, 대신 제 날짜에 우리 짐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 사장이라는 사람과 말할 일말의 가치도 없어서, 100불 던져주고 마는 심정으로 줘버렸습니다. 사장은 그 남의 집 짐을 2-3주 후에 찾으러 올 테니, 저희 이사 감독을 도와준 지인 집에 맡겨달라고 하였습니다. (스토리지 비용은 주지도 않으면서). 나중에 드라이버 분에게 물어보니, 그 집(이삿짐 일부를 뺀)은 자기들 짐이 저희 동네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그분들에겐 LA에서 짐이 많아 못 싣고 보관중인걸로 거짓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 분들은 아무 상황 모르고, 얼굴 모르는 남의 집에 짐을 2-3주 놔두고 있는 셈이죠.
이삿짐 차가 드디어 저희 집에 도착하고도 황당한 일은 또 있었지만, 앞의 일들에 비하면 크지 않은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이미 적어놓은 일들만 해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으니까요. 저희는 이 일로 이 업체를 sue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과정도 귀찮고, 그냥 여러 분들께 알리는 걸로 화를 풀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먼저 하는 말이, 이런 일은 sue 해도 소용없다, 계약서도 효력이 없고.. 등등 자기 혼자 김칫국을 마시더군요. 찔리긴 한가 봅니다.
나중에 드라이버 분께서 하시는 말이, 이사업체에서 “보험이 들어있다”는 말도 믿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이사업체는 보험조차 안 들어있다고.. 계약할 때 보험이 들어있다는게 명시된 문서 같은걸 받아둬야 한다고 합니다. 대기업 이름만 빌려쓰는 이 업체는 가장 기본적인 “계약서”에 쓰인 이사 날짜 조차도 효력이 없다고 하니.. 도대체 왜 계약서는 쓰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만 봐도 모든게 알만 하네요. 저희는 그 사장과 통화한 모든 내용을 혹시나 해서 녹음해 두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걸 배웠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도 주의 하시고.. 특히나 쉽게 검색이 되는 이 업체에 속지 마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뜨거운 햇빛 쨍쨍한 무더운 여름 날씨 정말 더운데 폭염 유의하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