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내, 미국인 남편 (글이 깁니다)

아효 73.***.115.4

원글은 2년 전이었고, 마지막 원글님의 글은 한달 전이네요ㅡ 많이 힘드시죠..
결심의 한 문장을 보니 너무 슬프네요. 극복하시기를 바라는데, 이 글로 저는 지금 도움을 받고 있는데 정작 아픈 마음을 토로하시는 당신은 헤어짐으로 마무리하시려한다니 너무 맘 아파요..

나 같은 사람있나 싶어서 공감받고 싶은 마음에 남편이 함께 있는게 불편하다 는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이글이 나왔어요. 저도 지금 힘든데 상황 상 힘든 줄 알았지만 실은 내 안의 두 자아가 갈등 중에 있어서 힘드네요.
공감받고 싶었는데, 글쓰신 분이 굉장히 솔직하게 내면을 토로하시고 상대와 자신을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관찰한 바를 써주셔서 읽으며 저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제 주관적 해석과 적용일지라도요ㅡ 남편을 결혼 13년차 되어서야,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고 있습니다…이해한다고 문제가 즉시 다 풀리는 건 아니지만 이제야 내가 이해하고ㅜ있다는.걸 깨달으니 이 결혼생활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저는 커서 이민왔고, 중학생 때 이민 온 남편(한국남자)과 사는데요, 누가 더 힘드냐를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마는.. 정말 힘들어요. 왜냐?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남편이라서요. 우리 모두가 어느정도 겪는 부분이겠죠 정체성 혼란. 그런데 저는 성인으로서, 부부라고해도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강요는 해서는 안된다도 생각해요ㅡ
때로는 자기가 미국인이라서 그렇다 라고 하면서, 때로는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문화(전통) 강요하고,
때로는 유교 가치관으로 나를 지적하고 교육하려하고, 때로는 기독교 가치관으로 공격하고 비난합니다.
아직 남편이 정신적으로 원가족으로 부터 독립이 되지 않아서, 시부모님들과 함께 살지는 않아도, 우리부부로 시작된 가족보다는 원가족이 우선순위가 되어서 마찰이 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도 잦지만, 만나지 않을때에도 시엄니 역할보다 더 많은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자기가 살아 온 원가정의 문화가 모든 것에 우월하고 우선시 되어서
저와 저의 원가정을 비하하고 비판하는 근원이 되니까요.
시시때때로 삶의 기준을 바꾸면서 저와 아이들을 통제하고 괴롭힌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은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요. 상담받아보라고 해도 안하네요. 사실 수 년 전에 둘이 상담을 두번 받고 말았어요.
제 생각에 우리 남편은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속풀이 할 상대, 공감해 줄 상대.

님 글에서 도움이 된 것은요,
저는 남편을 향해서 그 동안 생각했던것, 의문스러웠던것이 …
왜 저 사람은 결혼하고 싶다던 내가 옆에 있는데, 나와 함께 보낼 시간에는 관심도, 계획도 없을까,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를 보며 힘이 난다거나 귀여워한다거나 기뻐하거나 뭔가 함께 하려 하지 않을까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함께 보면서도 얼굴 표정에 변화가 없었어요, 아이를 안고서도 무표정. 아이와 함께 논다는 것을 못해요 아기때는 아기와 함께 있는 것조차 싫어했어요), 왜 삶에 기쁨이 없을까, 가족들과의 시간에 대해서 어쩜 이렇게 무관심할까.. 이런 것이었거든요ㅡ
그런데 글을 읽고, 남편이 우울증이 있는거 같다. 는 생각이 드네요. 직업도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며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입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어린나이에 이민자로서 겪은 열등감과 차별, 불안정.. 이런거 그동안 간간히 언급한거보면 아직도 극복이 안되었던거 같아요. 이 동네 칙필레 같이, 백인들만 모이는 패스트 푸드점도 상당히 예민하게 꺼릴 정도에요. 저야 어차피 미국안에서 사는 한국인이다. 라는 마인드가ㅜ깔려있으니 그들에게 항상 용납받지 못해도, 차별 좀 받아도 기분은 안 좋지만, 그들의 무지와 성품과 성숙함의 문제이지 나의 자아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입니다.) 직장에서 자기를 무시한 사람들을 향한 분노와 억울함과 그들을 향해 쌓여진 마음속 비난이, 집에 와서 저와 아이들을 향해 쏟아지는거 같아요. 님 쓴 글에서처럼,
너도 날 무시해? 너도 아내로서 그 정도밖에 못해? 이런거에다가+ 자기가 만난 사람들의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우리집에서 느껴진다고 생각되면 (가령, 집에서 요리안하고 티비런치 먹는 가정.. 그래서 비만과 당뇨 등등 건강상 문제 있는 사람들,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대로 안 주는 부모들을 보며 답답하고 혐오스럽고 짜증나는게 쌓였다면, 그날 우연히 우리집에 한달에 한번도 안 사먹는 맥도날드 봉지가 쓰레기통에서 보인다면, 집에 오자마자 살벌한 분위기의 심문과, 주방 주변을 샅샅히 살피며) 지적과 잔소리를 하는 격한 과민반응이 나타나고 때때로 저녁식사 중에 분위기는 험악해집니다. 어떤때는 아이들 저녁도 못먹게 하고 몇시간이 지나갑니다. 나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따로 몇시간을 보내놓고는, 아이들과 나와 보내는 시간중에 그 무엇이든 거슬리게 느껴지면 갑자기 나타나 나에게 소리지르며 , 순종하지 않는(무엇에 순종하지 않았나요 라는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아요) 고집 세고 무식한 아내라며 아이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비하발언을 합니다.

사람들 모두가 완벽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자랐으니 조금씩의.문제들이.다ㅜ있지 하는데 저희.남편은 너무 태도의 격차가 심하고(마음이 좋은 날은 손의 제스쳐나 허리굽히는게 마치 귀빈을 맞이해 테이블로 인도하는 식당 매니저의 모습이랄까요) 기억도 잘 못하고 말도 수시로 바껴요. 제 정신으로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면서 살았고
실제로 여러가지로 저도 제 바닥보면서 이렇게 변하나 싶어 속상하고 화나고 ..그랬네요
아무튼 자기는 가족들과 있어도 좋지도 않고, 필요한 돌봄도 받지 못하는 것 같고, 뭘 원하는지,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가족의.존재자체가 기쁘지도 않고 직장에서는 힘든줄도 몰랐지만 힘들었고, 힘들다는 표현은 혐오하니 그런 표현은 못하고 집에오니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다 거슬리는데..
아내는 자기보다는 아이들 보며 기뻐하고, 사람들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자기를 남편으로서 존중하는 것 같지도 않고, 밖에서는 딴사람이 된듯 에너지 넘치고 즐거워하다가 집에서는 그런모습이 아니면 이중인격으로 보이고 똑같으면 그 꼴도 보기싫고.
대충 이런 것 같네요.

조금씩 이해는 되는데 너무 문제가 커 보이고 나 자신이 단단해지지 못했으니 남편을 다 품어주고 맞춰주기가 어렵네요. 도전이네요.ㅜ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시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저는 누가 이혼을 한다고 비난할 수도, 이혼을 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고 참고 살면 더 좋아진다고 쉽게 얘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ㅡ 누구와 살든 어려움과 갈등은 있는데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도움, 힘과 자원이 내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달라지겠지요..
절망적이던 마음이 두서없이 속풀이를 하다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잠들었고 시간은 늦었고 조금 더 정리가 되고 남편도 잠자리로 들어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