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님, 아래 글을 한번 찬찬히 읽어보시면, 혹쉬 위로가 될지 모를것 같아 퍼왔습니다.
———————————————————————————————————
에리히 프롬이 제기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는 ‘소유’이며 다른 하나는 ‘존재’이다. ‘존재’라는 방식의 삶을 프롬은 이렇게 표현한다.
“‘존재’라는 말로 나는 어떤 것을 소유하지도 않고 또 소유하려고 갈망하지도 않으면서 즐거워하고 자기의 재능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며 세계와 하나가 되는 삶의 양식을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이 ‘소유’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프롬은 언어의 변화를 추적해 들어간다. 프롬의 인간 분석 백미는 언어의 변천을 인간의 심리 상태와 연결해 이해한 것이다. 과거 2, 3세기 동안 서구의 언어에서 명사의 사용이 많아지고 동사의 사용이 적어졌다고 프롬은 분석한다. ‘소유하다’라는 행위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행위가 아니다. 히브리에서 ‘가지고 있다’는 ‘그것은 내게 있다’라고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사적 소유가 진행되면서 소유의 개념이 발전해 온 것이다. 프롬은 많은 언어에서 소유를 지칭하는 언어가 없었다는 사실을 첨언한다. 얼마 전 간 북한산 입구에는 ‘벌 쏘임 뱀 물림 위험’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쏘임’, ‘물림’처럼 동사를 명사형으로 바꿔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사용의 변화는 의식의 변화를 일정하게 반영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사회의 기능을 조절하는 규범은 그 구성원의 성격(사회적 성격)까지도 다르게 형성한다.
자본주의의 기초는 개인적 소유에 있다. 소유에 집착하는 소유양식형 사회적 성격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가장 근본인 ‘자아’개념까지도 바꾸었다. 프롬은 소유양식이 바꾼 ‘자아’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본질적인 점은 자아의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보다도 자아가 우리들 각자가 소유하는 어떤 물건으로 느껴지며 그리고 이 ‘물건’이 동일성(정체성-필자 주)의 감각의 기초가 된다는 그 점이다.”
소유양식에 대립하는 삶의 방식으로 프롬은 존재양식을 말한다. 존재양식이란 무엇인가? 존재양식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소유양식이 관계하는 것은 물건이며 존재양식이 관계하는 것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프롬은 존재양식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존재양식의 기본적 특징은 능동적이라는 것인데 그것은 분주하다는 외면적 능동성의 의미가 아니라 자기의 인간적인 힘을 생산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내면적 능동성의 의미이다.”
“푸른 유리는 빛이 통과할 때 파랗게 보이는데 그것은 유리가 다른 빛깔을 모두 흡수해서 통과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푸른 유리는 푸른색의 파장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유하고 있는 것에서가 아니라 방출하는 것에 의해서 명명되는 것이다.”
프롬은 존재양식적 삶은 소유양식을 줄여나감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롬은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워야 존재양식의 삶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프롬은 사회적 성격에 대해서 ‘개인의 정신적 영역과 사회경제적 구조의 혼합’이라고 정의한다. 한 사회의 사회경제적 구조는 그 구성원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도록 사람들의 사회적 성격을 형성한다.
프롬은 철저한 사회혁명을 성취하면 자동적으로 혁명적 사회에 맞는 새로운 형의 인간들이 나오게 된다는 속류 마르크시즘을 반대한다. 또한 인간의 본성을 바꾼 후에만 참된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정신주의적 접근법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그는 구조와 심성의 동시변혁만이 진정한 의미의 혁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프롬의 설명에 따르면, 16세기부터 이어진 자본주의사회에서의 대중들의 주된 사회적 성격은 권위주의적, 강박적, 저축적 성격이었다. 부를 축적해가는 데 안성 맞춤형인 것이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믿을 건 가족밖에 남지 않았을 때 가족은 아버지의 권위 아래 뭉친다. 또한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끊임없는 강박만이 사회의 승자로 올라설 수 있다.
승자의 성과는 돈으로 축적된다. 프로이트가 묘사한 환자 대부분이 권위주의적 성격이었다. 이 성격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맞물려 있다.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성격이 시장적 성격이다. 프롬은 시장적 성격을 “자신을 상품으로 경험하고 자기의 가치를 사용가치로서가 아니라 교환가치로 경험하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이 시장적 성격의 목적은 시장의 모든 조건 아래에서 선호되는 인물이 되기 위한 철저하고 완전한 순응이다. 타인의 본래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에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에 대해서는 극단적 혐오도 서슴지 않게 된다.
by Kim Chang-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