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정리 안하는 와이프인데, 사실은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경우입니다.
아이 어릴 때 제 남편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저도 정리 좀 해보려고 노력해봤는데요.
정리관련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그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져있는 걸 보고
남편은 제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았다고 합니다.
저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걸 남편이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낳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저도 괜찮게 정리해두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가 4살전까지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그러니까 모든 일에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급기야는 ADD로 진단 받았어요.
ADD 있는 사람이 집중력 떨어진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집중력은 좋아요. 집중력이 짧은 시간안에 자꾸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다는데에 문제가 있어요.
이거 하다 애 때문에 집중력 흐트려지고, 저거하다가 또 애 때문에…
ADD 극복하는 방법을 많이 찾아봤는데, 이미 제가 다 하고 있는 방법들이었어요.
스스로의 단점을 극복하겠다고 나름 노력해왔던 듯 해요.
저는 모든 걸 알람 맞춰 놓고 생활하구요.
아이 어릴 때에는 룸바를 사서 남편 퇴근 시간 즈음에 타이머를 맞춰놨어요.
룸바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아이도 레고 장난감 룸바가 주워 먹을까봐
막 치우기 시작하고 저두 같이 치우고… 일단 물건들을 막 쌓아놓더라도
바닥이라도 깨끗하면 좀 깨끗해 보이더라구요.
장난감 수납장 같은 걸 벽장정도로 큰 걸로 마련해서, 주로 거기다가
때려넣는 식으로 정리를 했어요.
집에 계속 있던 사람은 그게 얼마나 어질러져있는 건지 감도가 떨어져요.
평생 맞벌이하신 친정 엄마께서
밖에서 일하고 피곤해서 집에 들어와서 어수선 광경보면 정말 짜증이 확 치민다고
남편 집에 올 시간에는 집정리를 하라고 하셔서, 남편을 이해했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정말 애 보는 거만으로도 바쁜 건 사실이예요.
제가 노력하는 걸 보고 남편이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정리 잘하는 사람은 정말 잘 내다버리더군요.
필요한 물건까지 버리고, 남편이 정리했는데 어디뒀는지는 몰라서
물건이 사라지는 경우를 여러번 경험하고 나서는
정말 중요한 건 적어도 제 책상위에 올려두고
제 책상위 물건은 남편이 안건드리는 걸로 합의봤습니다.
제 경우는 위에 좋은 조언을 해주신 친정어머니가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정리에 꽝이신 분이었어서 어느 정도 유전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질러 놓고 사는 사람도 정리된 거 좋아합니다.
다만, 정리하려면 그 과정 자체가 정말정말 힘듭니다.
priortize를 해야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일부러 어질러 놓고 산다고 창의력이 올라가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나 어머니나 창의력이 정말 좋은 편이긴 합니다.
이게 인생이 난관에 부딪히면 남들은 상상도 못한 희안한 방법을 생각해내서
어려움을 극복해오곤 했거든요.
그저… 관리자형 인간의 자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
그리고 같이 따라오는 장점으로
남의 단점에 굉장히 너그럽습니다.
남의 잘못도 쉽게 용서하고 잘 까먹습니다.
모든 장점은 단점과 같이 오더군요.
제 남편은 정리정돈 잘 하는데,
출세지향적이진 않아요.
하지만, 매우 가정적임.
너무 단점만 보고 싸우지 말고, 서로서로 잘 절충을 해보세요.
내가 잘 하는 건 좀더 많이 하고, 아내에게 어느 정도의 쉬운 정리법도 설파해가면서요.
정 안되면 서재같이 자신만의 정리된 공간 하나라도 마련하는 방법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