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 와이프와 결혼을 꼭 해야겠다라고 맘먹은 사건이 있었죠. 처음 만난지 일주일쯤 후에 제 와이프가 어떤 일땜에 LA를 일주일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올때 저 주겠다고 굴비 꾸러미랑 저희 동네 교회 목사님댁 갖다 드린다고 진짜 좋은 소고기라고 하면서 한인 마켓에서 산 붉은 소고기 5파운드 정도를 사왔습니다. 그게 아주 질좋고 싱싱한 소고기라더군요. 그리고 저희 교회 목사님이 LA 출신이라서 더 그랬답니다. 고향생각 하실것 같아서. 요즘도 그렇지만 저희가 데이트 하던 때도 사실 누가 그런 선물을 사들고 다닐까요…비행기 탈때 굴비 냄새도 날테고 소고기 덩어리 들고 비행기 타면 공항에서도 이상하게 볼텐데도..그리고 결정적으로 간신히 한달 벌어 한달 버티는 정도인 생활이었는데도 그걸 굳이 자기가 가진 돈 다 들여서 저랑 목사님댁 드리겠다고 사들고 온겁니다. 참…뭐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집안 배경을 가진 처자도 아니고 다른 여자들처럼 남들앞에 뭐하나 허세라도 부릴만큼 내세울것도 없지만 진짜 자신이 가진 진심을 다 보여주는구나..하는 애잔함. 그런거였죠. 진짜 가진건 진실함밖에 없는 그런 여자였죠. 소고기야 미국 마켓에서도 사먹어도 되고 굴비야 원래 미국에서 먹어보지도 못하던 건데…….그걸 굳이 사들고 비행기를 타는 따듯한 마음이 좋았습니다. 차…암 좋았습니다. 그래서 전 알았죠. 이여자가 내가 찾던 여자 맞구나…하고요.
결혼후에 와이프한테 가끔 저랑 결혼한거 후회 안하냐고 농담처럼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제 와이프는 이렇게 대답하죠. 제가 결혼할 나이가 됬고 그때 마침 제 와이프가 제눈앞에 있었고 그런데 마침 또 잘맞는 여자였을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제가 와이프랑 결혼했다고 해서 지구상에서 저와 가장 잘맞는 여자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와이프의 말처럼 결혼은 때가 맞아야 하고 운이 맞아야하고 여러가지 사람의 능력으로는 어쩔수 없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최상의 결혼이라고 생각하고 했지만 결국 파국으로 끝나고 또 누군가는 어렵다고 생각한 결혼을 했지만 끝에가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수도 있구요. 저는 싱글때 한국에서 유명한 종합병원의 병원장 손녀, 대기업 식품회사 회장 손녀, 유명 피아니스트의 대쉬도 받아봤습니다. 그런 여자들과 결혼했으면 돈걱정 안하고 비싼 스포츠카 몰면서 산타바바라 해안절벽에 있는 대저택에서 살았겠죠? ㅋㅋㅋ 분명히 그랬을겁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떵떵거리고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구요. 의외로 재벌집 손녀들이 또 착하고 순진한 구석이있더군요 ㅋㅋㅋ. 그런데 지금 제 곁에는 제 와이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삶의 100%가 바로 제 와이프 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아무리 인연이었다라고 후회해도 지금 제곁에 없다면 그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추억이고 아무리 좋게 말해도 그냥 헤어진 엑스걸프렌드이고 딴남자한테 시집간 황신혜일뿐입니다. 그런 모든 험난한 강과 산과 바다를 함께 건너고 아쉬운 순간까지 넘어 지금 이순간까지도 내 곁에 여전히 함께 서있는 바로 그사람이 나의 진짜 인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