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은..

  • #99632
    ajPP 68.***.126.8 2303

    Tracer 님,

    늘 논리 정연한 글을 쓰시는 군요. 제가 장문을 자주 안 써서 짜임새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몇가지 생각을 더해보고 싶네요.

    일단 기독교/인/의 행태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기독교인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은 거의 fact인 듯 합니다. 넘어가기 전에, 하나만 의문을 달자면, 많은 분들이 소수라느니 하는 반론에 지겹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은 과연 전체 기독교인들 중 어느 정도 비율이 그런 도에 지나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20-30% 정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만, 님들 말씀하시는 투로 봐서는 한 80-90% 정도로 보고 계시고 그렇게 얘기하시는 건가 하는 궁금증도 생기네요. 나름 객관적으로 봐도 비종교인들 중에서도 상식선에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극소수는 아닌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짧게 질문한다는게 길어졌지만 본론으로 돌아와서. 기본적으로 저는 기독교가 믿음을 요구한다는것에 대해 동의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별 이론이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기독교가 믿음을 요구하기 때문에 무신론으로 남겠다는 게 더 과학적이라든가 더 이성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님께서 정확히 이렇게 state하시진 않았지만 제가 곡해하진 않은거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되는 정치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이명박씨 차명 거래가 나름 한국에선 이슈더군요. 최근엔 아프간 사건땜에 완전 묻혀버리기도 했더라만. 여러가지 정황 증거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히 유죄를 선고할 만한 증거가 없더군요. 당연히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무죄라고 보는게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이명박씨가 차명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더 과학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몇가지 정황 증거들을 disprove 할만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prove도 disprove도 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accuse하지 않는 것이 법의 입각한 행동이긴 하지만 “하지 않았다”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거죠.

    저는 engineer로서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활동이 인류에 큰 진보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적 방법론이 모든 의문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대부분 연역적 혹은 귀납법 논증에 의존하는데, 결국 문제는 논증을 시작할 undisputable한 공리가 아주 한정된 영역에서만 존재한다든가, 아니면 확률에 근거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학은 혜택이 많습니다. 추락할 확률이 0이 아닌 비행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타니까요)

    하지만 우리로서는 안타깝게도 종교가 진짜냐 아니냐를 판단할 만한 공리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한 기독교가 증명할 수도 없고, 무신론자도 반론의 시작점이 될 만한 공리를 제시한 적 없습니다. (그런 게 있었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그럼 뭐 복잡할 게 별로 없겠죠. ) 예전에 S.D.Seoul님께서 과학과 종교의 영역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공유하는 공리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prove도 disprove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을 글을 읽다보면 종교가 무지의 소산이며 반과학적이라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제 생각에는…). 하지만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 또는 과학에 종사하는 직종에서 종교인의 비율이 무지한 사람 사람들 집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나름 최첨단이라 하는 human genome project의 head도 기독교인(F. Collins)이고, 당장 레퍼런스를 찾을 순 없는데, NASA과학자의 과반수가 유신론자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다분히 확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 이중적인 과학자들이라 생각되진 않네요.

    요는 이렇습니다. 저는 기독교가, 우리가 가진 현재 정보를 가지고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님께서 기독교를 비과학적이라고 하신다면 저도 공감하겠지만, 비이성적이라거나 반과학적이라고 한다면 저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시도까지 해 보는 것은 아무래도 님의 어투가 후자쪽에 가깝다고 느껴서입니다. 물론 저는 어떤 기독교인이 기독교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가능하다고 하면 똑같이 반론을 제기할 겁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기독교인이나, 또는 님 같이 확신에 찬 무신론자를 보면 나름 신기합니다. 제가 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사족을 달자면, 님께서도 그 정도로 생각지는 않으시나 워낙 나대는 기독교인이 많아서 일침을 가하는 측면에서 좀 강한 어조를 쓰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님께서 제시하신 기독교가 가짜라는 근거들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만 그 반대의 근거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binding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수많은 신학자들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쓰고보니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 버린 것 같지만, 제가 여기저기 넘나들 실력이 안 되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다른 주제도 얘기해보지요.

    • tracer 68.***.125.164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무신론도 결국은 확률에 근거한 것이지요.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celestial teapot의 존재를 아무도 disprove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도깨비도 마찬가지로 zeus도 poseidon도 그리고 야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종교가 본질적으로 anti-science는 아니지만, 도그마를 진실로 믿는 사람이라면 anti-science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어디 감히 신의 영감으로 쓰여진 scripture를 인간이 해석하려고 합니까.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결국 anti-science가 되고 말죠. 지구는 6000년밖에 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종교가 evidence없는 믿음의 강요와 그러한 faith가 미덕이라는 입장을 버리지 않는 한 과학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national academy of science의 95%이상이 non-theist(atheist/agnostic,etc)이고 그중 생물학자들은 거의 97%를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francis collins는 매우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3%안에 들겠네요

      저의 무신론에 대한 확신은 도깨비가 없다는 확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정확히 말하면 agnostic이겠지만, 도깨비 agnostic만큼만 그렇습니다.) 저는 신이 없는지 “알지” 못합니다. 신이 있다고 “믿지” 않을 뿐이죠.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해서 자동으로 종교가 그 답을 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