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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사이트에서 만날 눈팅만 하면서 좋은 정보 얻어왔던 사람입니다. 현재 H1B 5년 차구요 EB3 로 지난 5월에 485 접수한 사람입니다. 영주권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고요…그냥 넋두리 입니다.
요 아래 Sicko를 보고 토론하시던 분들의 글을 읽고 제가 직접 경험한 진료기록을 적어 보렵니다.
2005년 1월 한국에 홀로 계시는 어머님이 대장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홀어머니의 외동아들로 사는 처지에 마누라와 자식들 데리고 미국으로 훌쩍 떠나온지 2년만의 일이었죠. 운 좋게 회사 출장+ 휴가 해가지고 한국에 한 2주 정도 체류 하면서 어머님 수술도 지켜보았고 옆에서 몇일 병구완도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한국 병원이 미국 처럼 간호사가 모든 걸 처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 중 누가 반드시 병구완을 해야하지만, 하루에 오만원인가 십만원인가를 주고, 간병인을 고용하였더니, 저는 부담없이 미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한 2주 입원하시고 상당히 큰 수술을 하였던 것 같았는데, 병원비가 2백만원 안팍 거기다 간병인 비용 포함하여 3백만원 조금 안되는 돈을 쓴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한국에 의료보험이 있으시죠.
정확히 같은 시기에 미국회사의 매니저 한사람이 췌장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췌장암은 암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치유가 어려운 병이라 들었는데, 그 매니저(60살된 백인 영감님)는 수술받고 병원서 한 이틀이나 있다가 퇴원해서 집에서 몇달 요양하더군요. 나중에 본인에게 들었는데, 수술비(이틀 입원 포함)가 26만불 이고 보험공제 후 본인부담이 4-5만불 정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2년동안 틈만나면 제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미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 (특히 보험 관련)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울만치 비싼 병원비를 비난했더랬습니다. 한국체계도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비용측면에서 너무 저렴했으니, 그나마 상당히 괜찮은 것이라 생각하고, 주장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난 4월…제 한국 출장 중에 알게된 일입니다만, 치료된 줄 알았던 대장암이 폐로 전이된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담당의사 말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1-2년, 방치하면 6개월 정도 산다고 했습니다.아직 어머님은 모르시고요….
그동안 진료 기록을 떼어서 아는 의사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초기 수술시에 임파선 전이가 발견 되었었고….그래서 항암제 투여를 6번 하라고 처방 받았는데, 중간에 중단 하셨더군요. 어머님에게 물어보니, 항암제 링거만 맞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면 안될까요” 했더니. “그러세요” 하더랍니다.
물론 암이란 것이 완치가 힘든 어려운 병이고, 항암치료 중단이 지금 상황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주치의가 무성의 도 조금 원망스럽고, 치료를 열심히 했었다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번에 전이 사실을 알고난 후에…미국에서 담당 주치의에게 몇 번 전화를 했었지만, 한국 의사들 너무 바빠서 전화로 3분이상 통화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병원서 암 같은 큰 병을 진단하면, 다른 병원 몇 군데서 교차진단하기를 권장하고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환자 및 가족들에게 여러가지 옵션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 등은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님이 지금 그렇게 되신 것은 일차적으로 아들인 제 책임입니다. 한국서 그정도 큰 병에 걸리면, 의사의 선택, 치료 방법, 향후 건강회복 등을 병원에 의지하지 말고 환자 가족이 챙겼어야 했습니다. 홀어머니 남겨두고 미국나온 아들의 책임이 크겠지만, 쥐꼬리만한 의료수가 때문에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사들과 의료 체계에 대한 원망도 생깁니다. 지난주 와이프가 수술을 받았는데, 서툰 영어때문에 사전 뒤져가며 물어본 질문 하나 하나에 꼼꼼히 대답하고, 책자까지 주면서 한시간 넘게 설명해 주던 미국의사가 바쁘기만 하신 한국의사의 태도와 자꾸만 비교됬습니다.
양쪽을 다 겪어보고 나니 이런 결론이 나더군요. 한국의 의료체계는 100원 주고 80원짜리 서비스를 받는 것이지만, 미국 의료체계는 2,000 가치의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더란 말입니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참, 제 회사의 췌장암수술 받은 영감님은, 지금은 멀쩡히 완치되어서 14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한국 출장가서 저랑 같이 일도 보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