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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한국인임을 잊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재미 한인들 모임 할 때 연단에 오른 스피커 분들이 자주 쓰는 표현 중의 하나지요. 본인들은 자못 상기되어 있는 듯 한데 그게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자기 잘난 척할 때 쓰는 말인가. 그래서 뭐요.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얼까?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야 뭐 굳이 그런거 따지지 않아도 한국 사람임에 틀림 없을 테고.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이 다른 인종들과 차별되는게 무엇일까? 쇠 젓가락으로, 김치랑 밥 먹는 거. 쫌 약하지요. A 매치 축구 경기때 빨간색 옷 입고 대한민국 짝짝짜짝짝. 연속성도 없고 너무 쉽게 달궈지고 금방 식어 버려서 진실성이 의심스럽고. 술 많이 먹는 거? 나오신 분들은 별로 안 드시는거 같고.
님들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뭐 특별히 해드리는 것도 없고 전화 마져 자주 못 드리면서 살지만, 늘 잘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착한 사람 몇 명만 그러는게 아니라 (몇 명만 빼고) 대한민국 아들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산다는 거. 이건 세계 어떤 나라에도 있지 않은 우리만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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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효’ 라는게 옛날 통치 이데올로기였다. 억압과 통제의 수단이었다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 옛날 윤리 책에서 오버해서 주입시키려 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 생각만 하면 짠해지는걸 어쩝니까. 잘해드리지 못 하는게 너무 한스럽기만 한걸요. 저 같은 생각 갖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한국 사람이라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은 (그냥 보고 싶은거 보다는 더 높은 단계이지요) 우리만의 공감대라고 생각이 듭니다.아직도 부모님은 저를 더 걱정하시고 뭐 더 못 주는걸 아쉬워하십니다. 한국에 있을 때 본가와 처가에서 경쟁적으로 가져다 주셨던 각종 밑반찬, 김치, 된장 고추장,(너무 그립네요) 집에 뭐 들어 오면 안 주셔도 되는데 억지로 밀어 넣어주셨었지요. 이젠 제가 뭔가를 드려야 할 차례인데 아직도 더 많이 받고 있었지요. 이젠 거기다 물리적으로 수천마일 이나 떨어져 와 있기기까지 하네요. 그래서 더 죄송하고 모쪼록 건강하게 계시길 바랄 뿐이지요. 제가 반듯이 잘 자리 잡는 일이 저와 저 가족의 안위 뿐 아니라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보답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려 합니다. (하지만 늘 기억나는 건 아니라는거 —
어렸을 적 허튼 짓을 하다가도 제 정신을 차리는 메커니즘이 되어 왔지요. 우리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있기는 하겠지만요)
한국 사람에 있어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특별합니다. 더 오래 지속되며 오히려 오랠수록 더 깊어지지요. 서로 몇마디 안해도 서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게 적어도 애틋합니다. 우리네 부모자식 사이가 아니면 불가능한 거지요.
미국에서 부모님에게 공손한 한국계 청년들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가정 교육 제대로 받은 것 같고 절대 잘못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더군요. 한눈에 보아도 한국 사람으로 보이고요.
게중엔 부모 앞에서 담배 피우고, 소리지르고, 부모 이름 부르는 (한국계) 애들도 있지요. 아무리 여기가 미국이라지만,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리 얘네들이 김치랑 밥을 먹고 한국말을 떠듬거리면 한다고 해도.한국인의 정체성은 부모 자식간의 애틋함에 있지 않냐는 생각입니다
요즘 세상에 꼭 부모님을 모시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불편하시다는 부모님들의 말씀도 일리가 없지 않고요. 하지만 함께 모시고 사는게 더 좋은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중에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살아서 생기는 여러 가지 좋은 점들 때문이 아니라 그러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