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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방송은 ‘혀로 강간한 것’
언어성폭력이 ‘능력’으로 인정되나
김혜정 기자
2006-03-06 21:37:21
김구라씨가 인터넷 방송을 하던 때 하리수씨와 이효리씨에 대해 했던 말에 대해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 유료 인터넷 방송인 ‘웹토이’에서 “김구라 황
봉알의 시사대담”을 진행하던 김구라씨는 이제 주류방송에 진출해 텔레비전에
도 모습을 드러내고 KBS 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까지 맡게 됐다. 입에 담기 괴롭지만 문제의 그 방송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략 옮겨보면 이런 식이다.
‘효리 빨통(가슴)은 수술한 빨통이냐 아니냐. 말이 많다. (중략) 강호동이 만져봐.
압력을 줘서 터지면은 가짜야 안 터지면 진짜지. 이 실리콘이 소금물 아니야. 젖
꼭지를 빨면 약간 짠맛이 나. (중략) 복받은 년들은 어느 순간에 살이 찌면 빨통
에 살이 올라. 재수없는 년들은 얼굴에 살이 붙어. 그게 00같은 돼지거든. 아우
씨0발 얼굴이 무슨 좆같은 돼지가 됐더라고.’
김구라 曰 ‘요새 사이비냄비 하리수가 인기인데, 황봉알씨는 박경림과 하리수 중
에 자야 한다면 어느 냄비를 선택하겠냐?’ 황봉알 曰 ‘(중략) 진짜 냄비 박경림과
술을 좆나리 먹고 기절시켜 돈을 생탈깐 다음, 그 돈으로 하리수를 만나서 술을
사준다. 하리수를 기절시켜 빨통을 보고, 인공보지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살펴
보고 벌려보고 내 손으로 딸딸이를 친다’
중략한 부분 중엔 너무 폭력적이라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내용도 있다. 당사자들의 기분이 어땠을까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자신이 한낱 성기로만 얘기되고, 성기 외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 당하고, 언어로 마음껏 침범하고 짓밟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기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당사자인 여성연예인들은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처지에 있지 못한 듯하다. 만약 성적인 것과 결부되지 않은, 연예인에 대한 명예훼손이었다면 문제는 달랐을 지 모른다.
언어성폭력은 목적이 분명하다
김구라씨와 황봉알씨의 방송을 듣고 나니, 필자가 예전에 활동하던 부산대학교 여성주의 웹진 ‘월장’의 사이버테러 피해사건이 떠올랐다. 2001년 ‘월장’이 대학 내 군사주의적 예비역 문화를 비판하는 기사를 올렸을 때, 전국 단위로 남성들이 개떼같이 몰려들어 사이트 게시판에 온갖 욕설과 협박으로 도배를 해놓았었다. 서버가 다운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당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의 거의 ‘성적인 욕설’이었다는 점이다.
“네 보지에 수류탄을 박고” 라든가 “네 보지를 찢어서 (어떻게) 하고” 등의 내용이었다. 그 글들은 여성이 어떤 말이나 상황에서 공포와 모욕을 느끼는지를 정확히 알고 쓴 글들이었기에, 그것이 놀라웠다. 언어성폭력은 그냥 내뱉는 욕설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목적의식적이다. 가해자들은 어떤 언어가 여성에게 폭력적으로 느껴지고 상처를 주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상대 여성에 대한 지배력을 과시하며 자기 지위의 우월성을 확인한다.
따라서 언어성폭력은 단순히 욕설이나 야한 얘기 수준으로 취급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피해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통과 공포를 가져온다. 나아가 언어성폭력은 물리적인 성폭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여성들은 언제 어디서 성폭력을 당하게 될지 모르기에 상시적으로 피해상황에 놓이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성폭력 협박과도 같은 언어성폭력은 실제로 성폭력을 예고하는 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구라씨의 성공이 의미하는 것
김구라씨와 황봉알씨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많은 여성들을 혀로 강간한 셈이다. 한국의 현행 법 상으론 필자가 피해 당사자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점과, 3년 전의 일이라는 점 때문에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효리씨나 하리수씨와 같이 직접 언급된 당사자만이 그들의 혀로 인해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3년 전 그 방송을 돈을 내고 듣고 즐기며 심지어 ‘마니아’가 되었던 사람들이다. 생활의 활력소라며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조깅을 할 때나 김구라씨의 방송을 듣는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내용을 들으며 낄낄대고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방송이 문제가 된 요즘에 와서도 김씨를 지지하는 남성들이 있다. 그들은 비주류인 매체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었다거나, 정치권에 대해서도 시원한 비판을 많이 했다는 둥의 아무 설득력 없는 이야기로 언어성폭력을 정당화한다.
김구라씨를 공영방송 KBS까지 진출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사람들의 무수한 호응 덕분이 아니겠는가. 흉악한 범죄자도 직업을 가질 권리는 있지만, 김구라씨가 방송국에 진출해서 수많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여성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언어성폭력을 일삼으며 그 덕에 생계유지를 하고 유명세를 얻어 공영방송국에 발탁됐다는 것, 언어성폭력도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해 주는 이 사회의 가부장성과 폭력성에 대해서 말이다.
황금어장 출연후…
언어적 성폭력을 하고, 그 대가로 오히려 돈을 벌고,
거기다 이제 좀 잊어라!는 당당한(?) 사과까지…..
정말 싫네요. 김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