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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대기업에 대한 철퇴를 내심 바라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조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대기업이란 타이틀을 내버리고 매맞은 아들의 아버지로 재등장하는 김승연 회장이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ㅎㅎㅎ
또한 언론도, 뒷북을 언론자유라며 나팔불다가 은근슬쩍 한걸음 뒤로 뺄 자리 마련하는 것이 또한 우습기도 하구요.
여기 한겨레 편집국장 인터뷰 기사를 하나 복사해 올립니다.
원래주소: http://news.media.daum.net/society/media/200705/01/mediatoday/v16579604.html
=================================================================“S클럽 종업원, 거짓주장 안했다고 판단”
[인터뷰] 한겨레 김종구 편집국장[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직접 종업원을 때렸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여론을 이끈 한겨레의 김종구 편집국장은 “취재결과 종업원이 거짓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비중 있게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김 국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의 폭행사건에 대해 사흘동안 보도하지 않다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27일자)과 관련해 “종업원의 일방적인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내부의 반론과 우려도 있었으나, 취재경위 및 종업원과의 접촉상황, 주변정황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종구 편집국장 “취재결과, 종업원 진술 거짓주장 아니라고 판단”
▲ 한겨레 김종구 편집국장
김 국장은 “당시 사회 편집장에게 이 내용을 맡겼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아 채근했으나 일선 기자들이 ‘확실히 알아보고 제대로 쓰겠다’고 했다”며 “결과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된 종업원의 경우 목격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국장은 “그는 당시 청계산에 끌려갔던 사람으로 단지 구경꾼이 아니다”라며 “당시 그는 피해자였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목격자의 증언만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의 기사작성과 관련해 “이 사건을 독자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목격기’ 형식으로 쓰게 된 것”이라며 “어차피 피해자의 진술이고 주장이다. 이 주장을 일일이 ‘더블쿼트’에 넣어서 ‘주장했다’고 쓰는 것이나 커다란 더블쿼트에 넣어서 보여주는 것이나 어차피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사작성 방식은 독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목격기’로 선택”
김 국장은 김승연 회장의 실명을 쓴 이유에 대해 “상황의 심각성과 보도의 비중을 고려할 때 당연히 실명을 쓰는 게 맞다”며 “익명 뒤에 숨어서 보도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늦었지만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하며 독자들이 성원해줘 기쁘다”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 국장은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국장과의 일문일답.
-사흘 가량 보도하지 않았는데 지난 27일자에 보도하기로 판단한 계기는.
“어렵게 피해자(목격자)인 종업원을 접촉해 취재해왔으나 과연 이 사람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가 고민이었다. (가해자인) 한화 쪽은 부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경위, 종업원과의 접촉상황, 주변정황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종업원의 일방적인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내부의 반론과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신빙성이 있다고 내가 판단했다.”
-3월26일 오전까지만 해도 담담 팀장이 ‘뚜렷하게 사실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취재가 됐던 사안이다.”
-종업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주변정황과 취재경위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다른 곳에도 보도가 된 바 있었고, 한화 쪽의 폭행이 있었다는 것은 명백했다. 다만 ‘김 회장이 직접 폭행했느냐’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취재결과 거짓주장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 부분을 새로운 뉴스로 보도하기로 했다. 이후 진위여부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면 될 일이다.”
-보도의 근거로 삼은 종업원은 직접 맞은 사람이 아닌 목격자가 아닌가.
“그는 당시 청계산에 끌려갔던 사람으로 단지 구경꾼이 아니다. 청계산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만 있었다. 당시 그는 피해자였다”
-실명을 쓰게 된 배경은.
“상황이 이 정도이고, 이만큼 보도하려고 하는데 당연히 실명을 쓰는 게 맞다. 익명 뒤에 숨어서 보도하는 것은 비겁하다. 실명을 써야할 단계가 왔다고 판단했다.”
-4월27일자 신문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26일 저녁 인터넷에 출고된 사설의 경우 김승연 회장을 익명으로 표기하고 내용도 분명하지 않았는데.
“지방판인 1판 신문에는 이 기사가 아예 실리지 않았다. 사실확인 과정이 덜 끝난 상태였다. 기사없이 사설이 먼저 나간 것이다. 하지만 막판에 기사를 싣기로 하면서 논설위원실에 연락해서 실명으로 바꾸게 됐다.”
-다른 매체보다 뒤늦게 보도한 이유는.
“당시 사회 편집장에게 맡겼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뤄야 한다고 했으나 일선에선 확실히 알아보고 제대로 쓰겠다고 했다. 결과는 그렇게 한 것이다. 다만 최근 인사이동으로 현장에서의 정보입수가 다소 늦은 점이 있었으나 늦게 뛰어들어 빠른 시간 내에 전모를 밝혀낸 것이다.”
-사건 직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나, 언제부터 취재했나.
“연합뉴스에 보도되기(24일 오후) 전엔 전혀 몰랐다. 연합 보도 이후 취재에 착수했다.”
-기사에 대해 만족하나.
“연합뉴스가 쓰기 전부터 썼어야 만족한다. 취재가 늦었지만 기사는 제대로 짚었고, 과감히 보도했다. 그동안 한겨레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고, 정체성 논란이 제기된 점도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사로 독자들은 ‘역시 한겨레’라고 칭찬을 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구성원도 기분 좋아한다.”
-기사 작성법이 다소 선정적인 방식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을 보면서 94년 폭력사태 기억이 불현듯 생각났다. 이 사건을 보면서도 피해자 진술이 매우 신빙성이 있고, 사안이 커지겠다고 판단했다. 재벌 권력의 그릇된 행태, 재벌에 약한 권력의 모습, 법질서가 무너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독자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목격기’ 형식으로 쓰게 된 것이다. 어차피 피해자의 진술이고 주장이다. 이 주장을 일일이 ‘더블쿼트’에 넣어서 ‘주장했다’고 쓰는 것이나 커다란 더블쿼트에 넣어서 보여주는 것이나 어차피 같다.”
-경찰에 대한 비판이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절대 과하지 않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두 가지로 재벌의 빗나간 부정과 일탈행동, 경찰의 사건은폐 및 봐주기 의혹이다. 경찰은 폭행사실을 사건 직후 파악한 뒤 조사했고, 서울경찰청에 보고도 했으나 덮으려 했다. 언론이 보도하니 마지못해 수사하는 척하다 우리가 보도한 뒤 부랴부랴 수사팀까지 확대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앞으로 경찰의 책임규명과 은폐비호의혹도 가려야할 대목이다.”
-경찰 아닌 검찰에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도 있었다. 경찰을 못믿는 대신 검찰을 믿는 것인가.
“그런 얘기가 아니라 재벌에 대한 비호 의혹의 당사자인 경찰이 수사하는 게 어색하다는 것이다. 수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