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님

  • #99330
    UZ 70.***.136.146 2405

    한국의 봄 얘기나 좀 더 해주세요.

    이 게시판이 왜 이모양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처음엔 한두명이 가끔 그랬었는데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 가는군요.
    아랫글에 댓글로 올려주신 한국의 봄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가왔습니다.

    그리 자세히 옮겨주시지는 않았지만
    한국 생각이 확 밀려 오더군요. 저는

    미국의 봄(산호세)에서는 제가 한국에서 누렸던 봄이 느껴지지 않는건 왜일까요? 똑같이 꽃이 피는데.
    그땐 그 좋은 것을 별로 즐기지 못했던거 같아요 먹고 살다보니…
    그래서 더 그립고 아쉽네요.
    늘 뭔가를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느끼는
    고질적인 나쁜 버릇은 언제쯤 고쳐질까요?

    그 놈의 황사만 없으면 정말 더 없이 좋은게 한국의 봄이었는데…

    짬 내서 좀 더 생생한 한국의 봄 얘기 좀 부탁합니다.
    필요하다면 취재도 좀 나가시고, (물님에게도 좋은일이겠지요)

    하나 더 바램이 있다면,
    우리라도 먼저 예쁜 얘기 시작하다 보면
    찬바람 부는 이곳 게시판에도 봄소식이 오지 않겠습니까?

    • 123.***.173.155

      그 날은 여의도에 볼일이 있어 갔었거든요^^
      여의도 공원은 아시죠? 저도 두번째 가보는 것이었지만…아무튼 인공적으로 조성되는 공원의 모습에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요즘의 한국 공원은 참 인상적으로 자연과 부조화를 최소화할려고 노력하는 모양입니다. 센트럴팍과 비교되지 않는 그 인공스러움 와중에, 곳곳에 놓인 벤치와 엄청난 양의 잘 가꾸어지는 꽃나무, 가는 대나무(이게 이름이 따로 있나보더군요. 옆에서 뭐라 했는데 기억이 잘…)그리고 봄이 가장 느껴진 부분은, 센트럴 팍에서 한겨울에 반바지 탱크탑 입고 뛰어다니는 근육질 서양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연환경을 ‘이용’하기 위해 열심히 걷고 뛰고 인라인타고 자전거타며 데이트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ㅎㅎㅎ 그 우악스러운 적극성에 감탄했다고나 할까요.

      사실 봄도 봄이고, 무심코 길 지나다가 코에 쏙 들어오는 꽃냄새가 참 자극적이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차타고 인터스테잇 창문닫고 마구 달리다보면 그저 화면위의 한점 초록색일뿐인 미국의 봄과는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꽃냄새는 마켓에 가서, 화병에 꽃혀있어서. 그래서 맡는 것인 줄 알고 있다가 여기 한국에 오니 꽃냄새를 길가다가도 맡는구나. 하는 것이 저의 그날의 감상이었습니다^^ 미국으로 떠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미국이랑 한국을 비교해가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좀 재수없어 하고 있는 까닭에 사실 한국 얘기 별로 안하고 싶었는데 ㅎㅎㅎ 아무튼 한국은 정말 찬란한 봄입니다. 하늘도 파스텔블루, 사람들도 이젠 컬러풀하게 입고 다니는군요, 서울의 거리. 한낮의 해는 따갑고 부는 바람은 서늘합니다.

      아참. 여전히 미국의 한국 아주머니들도 하고 있지만, 여기 양재천변에서 어제는 쭈그리고 앉은 많은 아주머니들을 봤습니다. 쑥 캐시더군요^^;; 그또한 제가 봄을 느끼는 또다른 모습이었구요. 이제 막 가지에 연두색으로 점점이 잎사귀를 내미는 버드나무도 있었고. 길가의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물고서 셀폰으로 오락하고 티비보는 아이들;;도 봄날씨를 즐기는 모양이고…아무튼 봄입니다.

    • ROKMC 216.***.38.13

      물님 글을 읽다보니 2001년 봄이 생각나네요.
      “양재천변에 쭈그리고 앉아 쑥캐는 아주머니들”
      저도 그길로 출퇴근을 했었지요.
      지금쯤 양재동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개나리 꽃도 활짝피어있겠네요.
      저는 그길이 좋아 걸어서 출근을 자주했답니다.
      종종 그동네 소식 올려주세요.

    • UZ 70.***.136.146

      물님, 봄 소식 고맙습니다.
      꽃냄새가 코에 쏙들어온다는 표현이 눈에 쏙들어 오는 군요.

      저도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뭐 아주 살려고 온 것도 아니고 해서 좀 우숩기는 한데, 한국 떠나기 전 지난 가을 그동안 못 다녀 본 곳 많이 다녔었습니다.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게 오히려 새롭고 안타깝게 아름답더 군요. 몰랐던 것 아닌데, 그동안 주말마다 방바닥 뒹구르며 집에 박혀 있던게 너무 후회도 했고요.
      그중에서 의외로 남산이 떠오르네요. 이렇게 좋은 곳을 가까이 두고 와보질 못했구나. 한옥마을을 출발해서, 남산 순환로를 지나 오솔길을 거치면서 남산타워까지 갔었는데, 회색 도시 한가운데 온통 초록색 숲속의 공기는 너무도 좋았었지요. 지금쯤 남산은 물님이 얘기하신 꽃냄새가 가득할 것 같네요.

      한 10년만에 남산타워에 간거였는데, 정말 깔끔하게 단장해 놓았던걸로 기억이 나고요. 남산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에 초록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잠시 안타까워했었고요.

      그날 이후 우리 애엄마랑 나중에 남산 옆에 예쁜 집에 살기로 하고 돌아왔답니다. 인왕산이나 북한산 자락도 좋지만, 약간 번잡한듯하면서도 때가되면 꽃냄새가 풍겨올 남산이 적당할 것 같아서요.

      인공적인 강렬한 향말고 어디서 은은한 꽃냄새 함 맡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