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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선진국이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 그 기로에 서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FTA가 선진국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FTA만 체결하면 자동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동으로 산업도 고도화되고 자동으로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이미 1편부터 강조해 왔던 것처럼 미국은 FTA로 선진국이 된 것이 절대로 아니다. 자유무역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반대 이론들은 바로 미국에서 나왔다. 그리고 미국의 역대 대통령과 재무 장관들은 그 이론들을 충실하게 따라왔다. (1편부터 20편까지 참조)
미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은 이미 강대국이 된 1950년부터였다. 즉 강대국에게 자유무역이 유리한 것은 맞지만 강대국이 되기까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유 무역이 무조건 자동으로 우리나라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미래 세계에서 그 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피와 땀과 눈물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라! 만일 자유무역을 통해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한국에는 자동차 산업이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보호된 덕분에 한국에 자동차 산업이 이 만큼 성장해서 이제 세계적인 수준이 된 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무관세로 외제차가 자유롭게 우리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에도 이처럼 강력한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게 됐을까? 아마 자동차 산업은 한국에게 불가능한 꿈으로 남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자동차 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고 소비자들만 봉이 되고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자동차 산업은 하루 빨리 개방해서 외국과 경쟁시켜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 하나만 보면 이제 완전히 개방하고 문을 열 경우 자동차 산업이 더 빨리 발전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미국에 비해 유치(幼稚)한 산업이 너무나 많다. 만일 첨단 서비스, 금융 등 유치(幼稚)산업을 모두 한꺼번에 미국에게만 개방한다면 우리나라의 첨단 산업은 모두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자라날 가능성을 잃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만일 개방을 한다면 우리가 산업 하나하나 선택해서 전 세계를 국내 시장에서 경쟁시키는 편이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산업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을 상대로 거의 전 산업을 개방하는 것이 바로 한미 FTA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 성숙된 자동차 산업만 선택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의 문을 오직 미국에게만 독점적으로 열어 주는 것이 한미 FTA인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게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주는 것이 과연 개방일까? 필자 생각에는 미국에게만 독점적 지위를 주는 것을 개방과 동일시하고 있는 정부가 너무나도 답답하다. 한국에게 가장 유리한 정책은 한국에게 성숙된 산업을 세계 모든 나라에 개방해서 그 세계 모든 나라를 우리나라에서 경쟁시키고 그 결과를 우리가 흡수해 우리나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선택적으로 자국의 시장을 전세계를 상대로 개방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경쟁 덕분에 그들의 기술을 쉽게 뽑아내고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만일 미국에게만 전 산업을 개방하는 바보 같은 정책을 썼다면 중국은 아마 지금쯤 미국에 매우 종속된 경제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여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로 힘없는 미국의 종속국가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서방 선진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개방이었다. 그것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개방 덕분이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중국이 일부 산업을 선택적으로 개방해 나갔다는 것이다. 즉 산업이 성숙되는 속도를 봐가면서 개방 속도를 조절했고 덕분에 첨단 산업을 속도에 맞춰 육성해 나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FTA는 과연 개방과 같은 것일가? 답은 ‘No’다. FTA는 한국의 전 산업을 미국에게만 독점적으로 개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뭐하러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가? 전세계를 상대로 개방을 하면 우리가 유리한 나라를 선택할 권한이 생긴다. 그러나, 만일 미국에게만 ‘먼저’ 개방을 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한국이 아니라 미국 자본에게 유리해질 것이다.
만일 미국이 후진국이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문제는 미국이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을 배우다 보면 앞 부분에는 자유무역이 무조건 유리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때문에 경제학 교과서의 앞부분만 배우고 사회에 나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에 대해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학 교과서 뒷부분에 가면 자유무역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나온다. 해가 되는 경우란 기술 발전 단계가 다른 경우다. 즉 후진국이 선진국과 자유무역을 할 경우 무조건 유리한 것이 아니라 불리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론을 만들어 낸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후진국일 때는 철저하게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 왔다.
이 때문에 경제 석학이라고 불리는 조순 전 서울대 교수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성급한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스티글리츠가 한국에게 미국과 FTA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포브스지조차 미국과 FTA를 하는 것은 불평등한 관계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선진국이 될까? FTA만 하면 미국이 자동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꺼져가는 성장의 불꽃을 되살려 줄까? 미국과 FTA만 하면 더욱 경쟁이 심화돼서 자동으로 기업들이 업그레이드될까? 우리가 너무나도 공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 같이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가 무엇을 자동으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피땀을 흘려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 덕분에 공짜로 발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눈물과 땀으로 지금 현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만일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다시 눈물과 땀을 흘리겠다는 각오를 하라. 미국 덕에 공짜로 발전하겠다는 환상을 버려라.
미국이 19세기에 만일 영국 덕에 공짜로 발전하겠다는 환상을 가졌다면 지금 현재의 미국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미국의 힘으로 지금과 같은 강대국이 된 것이다. 영국과 자유무역을 한 덕분에 공짜로 강대국이 된 것이 아니다. FTA에 대한 대안이 뭐냐고 묻는 분들에게 필자는 감히 대안을 제시한다.
이 나라가 다시 성장동력을 되찾으려면 피와 땀과 눈물을 다시 불러 일으켜야 한다. 이는 정부의 치밀한 산업정책,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재벌들의 자기희생을 필요로 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 덕에 공짜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19세기 미국을 본받자. 우리 자신의 과거를 본받자. 현재의 중국을 본받자. 미국도 우리도 중국도 남의 나라 덕분에 공짜로 발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대안은 피와 땀과 눈물이다. 경제학 용어로 바꿔 말하면 산업정책의 부활이며, 재벌과 노동자들의 대타협이며,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Catch-up 정책의 신설일 것이다.
공짜는 없다. 우리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미국이 공짜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망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 희생을 통해 땀을 흘려야 선진국을 향한 좁은 문이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FTA만 하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덧없는 꿈이다. 대안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추신: 이제 새로운 FTA 시리즈가 매일 올라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애타게 찾는 FTA의 대안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FTA의 대안이 전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는 안된다는 자포자기나 다름없습니다. 외국의 힘을 빌어 공짜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도 자유무역 덕분에 공짜로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닙니다. 자유무역에 대항해 강력한 산업정책을 썼기 때문에 지금의 미국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이제 더 이상 반목과 대립을 하지 말고 우리의 힘을 한데 모아 전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내부의 갈등을 외국의 힘을 빌어 해결하려는 태도 때문에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이제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나라의 저력을 믿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남의 덕 보려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불상사를 맞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의 덕에 공짜로 뭘 얻으려다가 그나마 갖고 있는 것조차 몽땅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공짜를 바라다 사기를 당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