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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TA의 내용이 부실한 것이라는 점은 어제 쓴 다른 글에서도 지적을 했다.
자세한 얘기는 글의 원래 취지인 “노무현의 독선은 도를 넘었다”는 이야기의 곁가지라 생각이 되어 따로 쓸 예정이지만, 조급하게 맺은 이번 FTA가 사회경제적으로 절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원 래 각 산업부문별로 상세한 이야기를 해 나갈 생각이었는데, 뒤늦게 퇴근하고 돌아와 둘러본 미디어몹에 간간히 황당한 FTA 찬성론 – 정확하게는 FTA 반대논지에 대한 노비어천가성 반대 – 들이 눈에 띈다. 성격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몇 마디 짚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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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이든 누구든, 아니 심지어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이더라도 FTA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내어놓을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로 말이다. 숫자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잘 알듯이, 그 분석결과라는 것이 기실 흔히 생각하듯이 객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 (예: 방법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의 상이함), 결과 자체의 해석에 있어서도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는 경우가 잦다.
그렇다고 수치로 산출된 분석결과를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정책 또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런 수치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앞으로 몇 번에 나누어 쓰려고 생각하고 있는 FTA의 산업별 영향 및 문제점에 대한 글에서는 당연히 이런 ‘객관적 분석’이 언급될 거다.하지만 말이다. 이번 FTA를 찬성하는 일부 글에서 볼 수 있는 무지함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어떤 블로거는 이렇게 썼다.
“(의 료비 부담 증가에 대해) 5년간 추가 부담액이 정부 추산으로 최대 1조원이니 1년에 약 2천억원이다. 이 금액은 약 20조원에 이르는 우리 건강보험료 총액의 1%정도 되는 금액이다. 물론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감당못할 정도는 아니다….”
또 이런 얘기도 했다.
“….자동차 세제를 단순화해 현행 5단계를 3단계로 줄인 것이 환경보호에 역행하고, 특소세도 현행 10%에서 3년 후 5%로 줄임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렸다는 거다. 글쎄..정태인이 봤을 땐 무슨 나라 망할 개악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봤을 때는 그냥 약간의 변화에 불과한 것 같다……”
경제학에서 균형점을 맞추기 위해 그래프를 이동시키는 건 수학적으로는 별 게 아니다.
통계상의 수치가 ‘몇 프로 변화’하는 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무지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그 ‘몇 프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수도, 반대로 희희낙락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에게는, FTA가 가져올 ‘몇 프로의 변화’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간 단한 예로, 이곳 미국에서 연준의장 버뱅키가 한 마디 하는 것에 따라 이자율이 몇 퍼센트도 아닌 소수점 단위로 바뀌기도 한다. 숫자의 변화로 보면 사실 그거 별거 아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주가시장도 춤을 추고, 부동산 시장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몇 퍼센트” 낮아졌는데도, 마이너스 성장도 아니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도, 그거 가지고 경제가 죽어가네 어쩌네 하는 상황 아닌가.그러니, ‘약간의 변화’라고 무시할 게 못되는 거다. 그걸 이해못하는 무식한 사람들은 용감하게 ‘FTA가 뭐 그리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우리가 뽑아놓은, 똑똑한 우리의 대표들이 미쳤다고 우리나라 망칠 일을 하겠나”라는, 논리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로 FTA체결을 옹호하려는 사람들도 무지하긴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알아서 늘 잘했으면, 이번 FTA내용이 진짜로 우리나라의 재도약에 필요한 내용으로 차있다면, 나부터도 찬성했지 반대하지 않는다.나를 비롯한 많은 FTA 반대론을 펴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건,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을 협상을 멍청한 노무현의 조급증때문에 서두른 탓에 내실은 별로 없는 껍데기 FTA가 되었다는 점이다(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정말 그렇게 우리나라에 필요한 협정이었다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우리가 챙겨야할 내용을 챙겼어야 맞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으로 미루고, 한 가지 예만 들어보자.
FTA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비아냥거리듯 “북한도 FTA 찬성했다”며 개성공단 생산품의 미국수출길이 열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찌라시들이 부추김에 놀아난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그런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협상단 부대표가 뭐라 했는지 한 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글자 그대로 옮기자면,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상품을 FTA를 통해 들여올 의사가 “전혀 없고”, 역외가공지대 생산에 관한 협의를 하게 된 것도, FTA와 상관없이 쌍무협정을 하는 경우에는 어느 나라와도 이런 논의를 한다고 했다.해당부분 인용이다.
….
The trade negotiator said he wants to be “completely unequivocal” that the FTA does not permit goods from North Korea to flow into the U.S.
…..“The point of the committee is to consider the economic development of the outward processing zone,” said Bhatia.
“This is the kind of thing we do with bilateral partners, regardless of whether we have an FTA,” he said.……
의회나 언론의 시각을 의식한 측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에서 말하듯 개성공단 생산품의 미국 수출길이 (그것도 무관세로!) 열린 건 절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북한의 오버도,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개 성공단에서 생산되었다는 제품도 북한의 “노예노동력”을 통해 제조된 것이니만큼, 미국으로 반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미 의회의 입장이라고 볼 때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국사람들 무역장벽 세우는 전략가운데 하나가 ‘노예노동’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는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완전 수교를 하기 이전에 개성공단 물품이 FTA를 통해 미국에 수출된다고 믿는 건 소박한 희망이거나 무지에 근거한 발언이다.
결국 FTA에서 가장 크게 받아낸 것 가운데 하나라고 우리 정부가 선전(?)하는 개성공단 상품 교역문제도, 결국 FTA해서 특별하게 달라진 게 없다.죽쒀서 개준다는 속담처럼… 속알맹이 없는 협상을 무리해서 밀어붙인 바람에 우리 경제에 (그리고 대미관계에) 악영향을 더 크게 주는 상황이 된 셈이다.
혹자는 말한다. FTA가 그렇게 문제라면 비준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또 다른 이는 말한다. 앞으로 세부사항을 더 협상할텐데 조율하면 되지 않느냐고.
내 가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협상이란 일단 이쪽이 가진 걸 모두 꺼내놓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다. 큰 틀이 정해지면 세부내용은 그 틀을 벗어나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큰 틀을 정할 때부터 최대한 영역확보를 해야하는 게 협상의 기본이다.
노무현은,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일부 멍청한 인간들은… 협상의 기본을 망각한 채 FTA를 당장 체결 안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듯 쇼를 했다.그 리고 체결된 FTA. 이걸 비준 못 하겠다고 질질 끄는 상황이 오래되면 (물론 미국에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이 보이지만) 오히려 대미관계에 있어서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걸 생각했다면… 차라리 체결단계에 이르기까지 더 차근차근 조율해가며 세부내용을 다듬었어야 하는 것이 옳다.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대세라고 믿고, 자본주의 질서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으로서,
비즈니스 마인드로 철저히 무장한 소위 글로벌 장사꾼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FTA의 내용은 “큰 장사꾼의 시각으로 추진했다”는 노무현의 허언과 달리,
비즈니스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자신 임기내의 치적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정치꾼의 과욕에서 비롯된 무리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나야 FTA체결로 득을 볼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도 비즈니스 기회가 더 많아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 다니며 보았던, 예전보다 더 스산해진 서울거리 곳곳의 서민들 생활을 떠올리며…
과연 ‘지도자’라 자칭하는 사람의 독선의 결과로 이루어진 FTA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을 힘겹게 할지… 새삼 마음이 아프다.갈수록 껍데기만 남는 한국이 되는 게 아닌지… 참 걱정이다.
무두의제왕 2007-04-03 17:25
음 저도 이번 FTA가 나라대 나라로서 보면 굴욕협정이란걸 인정하지만
FTA는 언젠가 해야되는거 아니겠습니가.
담대선에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미국과 FTA협상을 하면
결코 이것보다 잘할리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찬성하는바입니다…
한나라당이 이것보다 더잘할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머 전 구석에서 깨갱 하겠습니다.카트만 2007-04-04 09:35
무두의제왕님/ 초면에 죄송한 말씀이지만, 깨갱하셔야겠네요.
첫째, FTA라는 거 안 하고도 얼마든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나라들, 우리가 벤치마크하는 나라들 가운데 대부분이 FTA 안 하고도 잘 삽니다.
둘째, 한나라당이 지금 노무현정부보다 FTA를 더 못할 거라는 근거가 어디있나요.
어차피 관료들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찬찬히 따지면 가릴 것/안 가릴 것 구분해 가면서, 국민여론 수렴해 가면서 제대로 된 협상을 했을 겁니다.
나라대 나라 굴욕협정이라고 님께서 인정하실 정도로 노무현과 그 똘마니들이 엉터리 협상을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Samuel 2007-04-03 18:49
그 당의 경제통이라는 분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요. 우리는 이 정도까진 주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그리고 이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쇼를 했다고 욕먹고 있는 천정배와 김근태의 경우 법무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시절은 물론이고 그 관계부처의 담당자들이 반대 의견을 주리줄창 제시해왔다는 사실도 잊어먹어선 곤란하겠지요. 나라간 협상에서 거부권이라는 최대의 협상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나선 일은 없습니다. 자기 임기 안에 뭐 하나 해야만 한다는 생각 밖엔 없는 바보가… 일 아주 크게 저지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