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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하지만 저는 양쪽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지 못합니다. 그냥 제목만 이것저것 들어보았을 뿐입니다.
언젠가 교회의 소모임에서 하는 intelligent design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 내내 계속 흥미있는 얘기는 좀 나오긴 했지만 내가 있어야할 자리라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과학자로 train되고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부정을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학의 레벨로만 본다면 뭔가요.. 글쎄 옛날 무식한 교련선생님이 수학이나 물리공식하나 적어놓고 학생들앞에서 일장연설을 하는 분위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비디오로 보았던 내용중 많은 사람들은 소위 어디 무슨 교수 연구소의 고위직 연구원등등 많았는데, 그사람들의 지위가 문제가 아니고 그사람들은 과학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자기의 생각이나 철학을 이야기할뿐…) 그리고 또하나 생각이 들었던 건, intelligent design은 하나의 정립된 과학 principle이나 theory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논리적 필연성을 나름대로 차분하게 정리한거지요. 그런데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느꼈던 건,…. 각 사람들은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더군요.. 그러면서 이게 바로 intelligent design 이다… 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아마 저도 제 맘대로 해석하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 썰렁해질까봐 일일히 까칠한 반론을 제기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런 얘기 듣고있자보니 조금 하품이 나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 배운건 있어요. evolution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 안에도 일관성이 없는 부분도 있고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거지요 (정확한건 기억안나니, 캐물으셔도 대답 못합니다..).
진화론의 오류점들을 여기서 일일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고요 (다시말하면, 그건 종교와 과학을 구분못하는 교련선생님들이나 할 일이라 생각이 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기에 오류들이 많다는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요. 왜냐면, 바로, 그게 과학이니까 그렇지요. 우리가 하는 과학에서, 우리가 완전무결하게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정립되어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나요? 과학이란 건 어차피 모르는걸 “조금 더 잘 알려고” 영원히 탐구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자세로 본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들을 “진실”혹은 “진리”로 보는것은 사실 위험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지식은 언제나 “중간과정” 혹은 hypothesis일뿐, 결론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것일수 있는거지요. 과연 그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화론은 그 이전까지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갇혀있던 시절에서 봤을때, 대단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고, “이성”을 가진 인간들은, “야…. 이거다” 싶었을겁니다. 도데체 신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이성을 가진 인간들이 신을 인정하는 건 수치다.. 뭐 이런식으로 나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벌써 진화론이 나오고 몇백년이 흘렀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인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정신이 세계관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 않나요?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중간중간에 혹시 느끼지 못하시나요?
창조론자들이 가장 크고 분명하게 비판받는 이유는, 종교와 과학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교회에서 설교시간에 들을만한 얘기를 어떻게 공립학교 과학교과과정에 버젓이 집어넣으려고 하느냐.. 이거죠. (교회에서 돌맞을지 몰라도) 저는 100%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바라보아도 할말은 있어요. 이렇게 종교와 과학에 clash가 생긴 이유는, 한편으로는 과학을 (어디까지나, 현재는 불완전한, 하지만 hopefully 계속 발전하려는) 과학으로만 보려하질 않고, 거기에 심오한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문제가 있지요. 과학에 철학적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괜찮을지 몰라도, 과학의 불완전성을 베이스에 깔지 않으면, 얘기가 좀 이상하게 나가게 되지요. 그 자체가 하나의 “과학의 탈을 쓴” 종교가 될수가 있으니까요.
20세기 현대물리의 가장 크고 중요한 영향중 하나는 (제 짧은 물리학 지식으로는), 사물의 현상을 deterministic이 아닌 stochastic, 아니면 probabilistic 하게 보게 되었다는 거지요. 고전역학에서는 세계에대한 기술은 아주 분명했습니다. “이거다” 였지요. 현대물리에서는 그렇지 않죠. “이게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입니다. 매력적인 현대과학의 한 면입니다. 빛이 파동인가요 입자인가요? 답: 파동일수도 있고, 입자일수도 있고..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수소원자핵을 돌고있는 전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나요? 답: 아마 대략 이러이러한 확률로 요기 근처쯤 된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참 웃기지요. 사이비 과학자나 공학자가 approximation해서 내놓는 답이 아니고 평생 물리학 연구한 사람이 내놓는 결론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냥 제 생각에는, 과학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그냥 우리가 과연 안다는건 뭘까 그리고 모른다는 건 몰까. 이런것들에 대해서 더더욱 고민이 많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과학의 본질적인 모습–과학은 “답”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다. “과정”을 제공해주는 거다–이 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다고 하면, 여기서 다시,
과학은 종교와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과 종교가 clash되질 않습니다. 신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