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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2와 갱스오브뉴욕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이 영화들은 미국의 마피아와 폭력조직에 대해 합리적인 온정주의를 취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다른 마피아는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이웃을 부당하게 억압한다. 주인공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을 결성하고 투쟁한다. 투쟁에서 승리하고 때론 패배하며 흥망하지만 종국에는 허무하게도 국가권력에 의해 제거됨으로써 느와르적인 비장미를 완성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타인의 정당한 소득을 폭력과 협박으로 갈취하는 마피아에 대한 참으로 따듯한 접근이다. 이것은 장군의 아들에서 긴또깡의 이유와도 같다. 나는 이런 문법이 마음에 든다. 특히 주인공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그곳에는 더 나쁜 폭력배가 있었다는 가정.
제 아무리 걸출한 악한이라 해도 하나의 체제를 뚝닥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보통 그 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요구가 있게 마련이다. 조선 폭력배를 선호하는 조선 상인들처럼.
우 리나라 경제는 항상 일정 부분은 암흑 경제 였다.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토건업체의 리베이트, 정치자금, 다시 성매매를 통해 들어가는 자금, 선거자금, 뇌물. 이 암흑경제의 대부분이 아미적으로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냥 가진자들의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경제는 그렇게 유통되었다. 이걸 노무현이 다 막았다. 나는 이걸 고문관 경제라고 부르고 싶다.
반대의 예로는 국민의 정부시절 김대중의 부패해소책이다. 공무원들의 뇌물 관행을 막기 위해 공무원 월급의 현실화 방안이 추진되었다. 말단 공무원들이 뇌물을 뜯는 건, 이들의 수입으로는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난한 말단 공무원이 뜯는 삥은 지역사회가 정부대신 지불하는 월급이었던 셈이다. 이 암흑경제의 기반을 알던 김대중은 월급을 높여주면서 동시에 부패 척결을 추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런 식의 제도화는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다.
암흑경제를 공적인 제도에 포섭시키는 것은 우파든 좌파든 환영할 일이다. 분리 독립을 꿈꾸는 지역재벌이거나, 아나키스트나 엄청난 낭만주의자가 아니라면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고 법치주의를 믿는다면 누구나 바랄 일이다. 그리고 이건 한국인이 오매불망 그리는 선진화이기도 하고, 근대화이기도 하다. 말했다시피 이는 암흑경제만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기존의 암흑경제의 역할을 대체하는 조치를 동시에 취해야만 하는 일이다.
도 대체이해할 수 없는 점은 참여정부는 이렇게 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의 토건경제는 우리나라 내수의 돈이 돌아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온 돈의 일부는 서민 개개인에게도 떨어졌다. 경기 부양과 동시에 싼 주택 분양을 통한 시세 차익도 이러한 부패의 소득 재분배 효과였다. 참여정부는 이걸 막았다. 그렇다고 토건주의와 다툰 것도 아니었고, 그냥 서민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만 투명화했다. 말이 투명화지 이건 죽으란 얘기다. 김대중이라면 아마 토건경제의 내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토건경제 투명화를 추진했을 것이다. 그래야 부작용이 적다.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이건 소득 재분배효과가 있다. 이것도 막았다. 근데 기존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돌아가는 건 없다. 포주들은 돈 벌었다. 사창가가 재개발되면서 땅값으로만 대여섯배 늘였다. 참여정부는 이 경우에도 암흑경제를 투명화하면서 특별히 암흑경제에 연관된 서민들의 궁물을 투명화한 것이다.
결 과를 보자. 포주 돈 벌었다. 건설사 돈 벌었다. 무주택자 엿됐다. 성매매 종사자 엿됐다. 이게 결과다. 그런데도 포주랑 건설사는 아주 기분이 나쁘다. 이게 참여정부 개혁의 특징이다. 고문관 경제.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지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승리자는 오직 한 명이다. 노무현 개인의 정의감 밖에 없다. 나쁜 저변의 구조를 조정하지 않고 나쁜 현상만 일단 막아버리는 것인데, 그 나쁜 구조에 관여하고 있던 서민만 열라 다치는 게 특징이다.
그가 쳐막은 서민들의 핏줄은 되지도 않을 2030비젼으로 대체되었다. 신기하게도 2030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시 서민들의 세금을 증세해야 한다. 이 발상이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세금을 내고 다시 그것을 환급받으려면 개인적으로 각자 입출급 통장에서 주고받을 일이지, 그걸 왜 공무원에게 맡겼다가 다시 받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부당한 행위의 댓가로 받던 궁물을 우리 쌈짓돈에서 다시 털어내는 것이 개혁인가?
여하간 그럼 노무현의 정의감은 충족되었는가? 다시 말해 궁물파 서민이 뒈지건 말건 암흑 경제는 자체는 줄어들었는가 말이다. 지 잘난 맛에 정치하는 노무현의 편협한 정의감으로는 이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언젠가 미친 후세대가 역사적으로 좋게 평가하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정권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암흑경제가 거세된 상황에서 돈이 돌아가지 않아 죽어버릴 것 같거든.
이명박 경제는 과거 토건주의 그대로다. 시대를 돌려버리는 것이다. 암흑 경제시대로 롤백.
박근혜 경제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월스트리트 모델이다. 암흑경제 모델은 아니고 투명한 경제 모델이다. 다만 잘 알려진 바 대로 부익부 빈익빈 모델이다.
둘 중 무어라도 고문관 경제보다 낫다. 고문관 경제처럼 스스로 충돌하여 갈팡질팡하는 좌파 신자유주의, 빨간 파랑이자 검은 백로, 하얀 까마귀 모델은 아니니까. 슬프게도 서민의 선택은 이 지점에서 멈추어 버렸다. 진정한 사회적 분배 모델, 투명하고 공정한 분배 모델은 사라진 것이다. 우리는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박근혜 모델이 나은가? 이명박 모델이 나은가? 대답은 자명하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후세대를 위해서라면 박근혜 모델이 낫다. 서민에게는 고생스럽겠지만 최소한 털어먹지는 않는다. 이명박 모델은 아예 날려먹을 수도 있다. 국민들은 왜 깔끔하게 다 털어먹고 망해버린 현대건설의 CEO가 이명박이었다는 것을 눈감는지 모르겠다. 딱 국민 수준이 정치수준이긴 하다.
민노당이 잘 하면 이명박 집권 기간 동안에 상대적인 투명성과 균형있는 정책으로 부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집권이라면 경제 모델 자체의 한계, 서민 경제의 희생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의 한계는 너무나 명백해서 그다지 두렵지는 않다. 오히려 박근혜가 더 강력한 적이 될 수 있다. 유연한 보수주의자야 말로 강력한 적이다. 박근혜 캠프에 유연한 보수주의자가 없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이명박은 불도저니까 어떤 유연한 보수주의자도 이명박의 토건주의 광풍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가 집권하는 게 더 좋다. 이제 민노당 좌파도 상대의 삽질로 인한 반사이익보다는 경쟁을 통한 체질 강화에 나설 시기다. 다음 대통령은 오세훈 같은 최강의 우파 정치인이었으면 좋겠다. 오세훈은 정말 상상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