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버림받은 것을 탈권위라고 말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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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명관 66.***.77.200 2622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준비위원장을 지낸 지명관 한림대 석좌교수는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을 가리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뒤 “내가 좀 지나쳤다”며 신중을 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출국해 미국 켄터키 주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노(老)학자는 최근 톨스토이와 헤밍웨이, 토마스 만 등 문호들의 작품을 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지도자의 품성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전화 인터뷰여서 불편할 텐데도 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90여 분 내내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노 대통령, 대통령제에 대한 절망감을 줘

    ―현 정부 4년의 공적을 뭐라고 보나.

    “(임기 중에) 자동적으로 잘된 것은 있지만 통치행위로써 잘한 건 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정말 지금까지 4년이지만 국민이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됐고, 그게 노 대통령의 최대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통령을 5년이나 모시려면 힘이 들고, 국민은 (대통령이) ‘내일 또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염려하게 됐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에서 (그 권한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국민이 대통령제에 대해 굉장한 의문을 갖게 됐고, 내각책임제의 필요성을 역으로 깨닫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동의가 없는데 그걸 누구 몇 사람이 그렇게 만든 것처럼, 여론(언론)이 그렇게 만든 것처럼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 역사에 공헌했다.”

    ―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탈(脫)권위주의’와 정치 개혁을 꼽고 있다.

    “탈권위주의가 아니라 국민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 대통령이 좋은 권위는 가져야 하는데, 권위를 다 탈피해서 국민이 저렇게 깔보는 대통령이 됐다. 국민이 존경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국민이 경멸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 큰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제를 파괴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노 대통령 시대를 지나서 권위를 가지면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겸허한 대통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제에 대한 절망감을 우리에게 줬다.

    정치개혁은 노 대통령이 한 게 아니라 역사의 흐름이 그렇게 간 것이다. 그만큼 국민이 강해진 것이다. 그런 건 막고 싶어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 ‘386’들이 터무니없는 짓을 자꾸 벌이고, 자기네들을 조금 비판하면 이상한 발언으로 욕을 한다.”

    ○미국에 ‘골치 아픈 존재’가 됐다

    ―현 정부 들어 한미 관계 악화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한미 관계라는 게 결코 과거에 좋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성장하고 있고, 한미 관계는 정상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한미 간의 우호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 사람들(집권세력을 지칭)이 민주화운동 할 때의 시각으로 미국을 바라보는데 지금 미국은 그때 미국이 아니다.

    노 정권은 쓸데없이 미국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미국에 ‘골치 아픈 존재’가 됐다. 나쁘게 말하면, 미국에 버림받는 형태로 되어 가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행사)에서처럼 ‘(미국) 바짓가랑이’ 운운한 말이 대통령이 할 말인가. 그건 자주를 받들겠다는 것과는 전혀 문제가 다르다고 본다. 자주가 아니다. 미국이 골치 아파 하는 것이다. 우리 의견을 내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역할을 하고 미국의 ‘리스펙트(존중)’를 받는 존재가 돼야지 ‘이거 골치 아프다, 이 정권 적당히 지나가고(보내고) 다음 정권 기대해야겠다’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일본은 국력이 있으면서도 얼마나 신중하고 교묘하게 해 나가나. 그런 고도의 정치력이 현 정부에선 불가능하다.”

    ―평생 동안 한일 우호 관계를 주장했는데, 최근 한일 관계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두 나라 국민의 관계는 과거보다 훨씬 진전됐는데 정부 관계는 그전보다 훨씬 더 나쁘다. 물론 일본 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일본 정부는 (한편으로) 우리 정부를 아주 어려워한다. 관계가 나빠진 이유 중 더 큰 이유는 우리 측에 있다고 본다. 현 정부 내 소위 ‘386’들의 세계관과 노 대통령 본인이 가진 협소한 애국관 때문에 그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

    ○언론자유 깨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해

    ―2003년 KBS 이사장 재직 당시 “선출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반대했던 정연주 KBS 사장이 지난해 연임됐다.

    “그걸 억지로 연임을 시키고…. 노 대통령은 한번 자기 사람이라고 해서 자기에게 충성을 바치면 한사코 다시 (공직에) 넣으려고 애를 쓴다. (인사에서) 사적 관계를 넘어서는 발상을 못하는 것 같다. 공적인 발상을 못하는 것 같다. 한번 자기와 관계를 가지면 주변 의견에 상관없이 무리하게 미는 것 같이 보인다. 그 관계에는 자기의 사적 관계와 이데올로기적 관계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 당시 KBS 이사장으로 있을 때) 나는 ‘언론 자유가 이 이상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다 깨진 것 아니냐. 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전진시키려는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라도 깨 보려고, 그 다음에 자기 마음대로 만들려 했다. 대미 관계도 그렇고, 대일 관계도 그렇고, 대언론 관계도 그렇고, 사립학교들과의 관계도 전부 후퇴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고,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 있고, 거기에 사태를 현실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편파적인 정부에서도 우리 국민과 기업이 파괴되지 않고 온 것, 우리 국민이 이만큼 성장한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낀다. 여기까지 성장했으니 이제는 다 치유해서 민주주의적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국민과 의견이 다를 때 자기가 옳으면 여러 가지 설득하고 상의를 하지만 반대하면 못하는 것이다. 그걸 억지로 하려면 항상 부작용이 생긴다. 대통령이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도 국민이 ‘노’라고 하면 옳지 않은 것이다.

    나는 노 대통령이 어떤 의미에서 지금까지 대통령제를 해 온 우리나라의 정치형태 전체를 송두리째 깨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을 4년씩, 8년 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 정부는) 국민이 멋있게 (정치를) 하는 대통령을 보고 ‘저런 우수한 사람이 꼭 5년만 봉사하고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상태가 아니라 국민이 다 안 된다는데 (개헌을) 강요하려고 한다.”

    ○다음 정부에 바라는 건 ‘국민과의 대화’

    ―다음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이 분열된 상황에서 통합의 시대를 어떻게 이뤄내야 하느냐, 국제적으로도 고립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동북아시대의 주도권을 어떻게 쥐느냐, 경제에 대한 기대는 어떻게 충족시키느냐 하는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과 어떻게 대화하느냐’다. 가족의 기준, 집단의 기준이 아니라 언제나 국민과 대화하면서 어려운 건 국민에게 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이것을 잘못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국민에게 묻는 지도 세력, 국민과 더불어 걸어가는, 그런 세력을 뽑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이 개헌하지 않겠다면 그만둬야 한다.

    내가 볼 때 지금 한국의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국민이 분열된 것과 국민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어떻게 하든지 이 상처가 낫게 치료해야 한다.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해 내가 쓴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싸울 때는 적과 나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반대 세력과 자기 세력의 차이를 두지만 그것이 끝난 다음에는, 더욱이 정권을 잡은 다음에는 국민을 어떻게 통합해야 하느냐를 신경 써야 한다. 어떤 사람은 군사정권에 가깝게 갔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간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통합해야 하지 않나.

    많은 386세대와 ‘친북(親北)파’의 심정을 이해한다. 광복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좌익이라고 추방하고 죽였느냐. 그런 사람들의 자녀라면 그 아픔이 그냥 남아 있을 것이고, 간단히 ‘대한민국 만세’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광복 직후와는 엄청나게 다르다.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대표하는 정부이며, 언젠가는 이 정부의 주도권 아래 남북통일이 돼야 한다는 건 이미 역사적으로 결정됐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지 않는 사람들의 아픔을 다 알면서 대처해 가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일 벌이지 말아야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낫다. 요새는 별로 할 게 없다. 그런데 하겠다고 해서 걱정 아니냐. 자기 생각만 하고, 넓게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말을 안 해야 하는데, 그 일(말을 하지 않는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국민의 요청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지 교수는 기자가 질문하지 않았는데도 노 대통령의 잦은 돌출 발언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 행태에서뿐만 아니라 언어 행위에 있어서 도대체 국민에게 존중받을 도리가 없어졌다. 자신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지 못하고,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 종잡을 수가 없고 따라갈 수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불안을 주는 그런 스타일이다. 가장 나쁜 건 민주평통 발언 같은 것이다. 그게 뭐냐. 국가 외교는 과거와 연관이 있어야 하는데 (한일 정상회담에서 동해의 명칭을 ‘평화의 바다’로 바꾸자고 언급한) ‘평화의 바다’ 발언 같은 그런 즉흥적인 발상을 툭 말하고 나서 자신이 많이 생각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불안하고, 말하고 나서 진위는 이렇다고 설명하는데 그런 발언을 왜 하나. 뭐랄까, 경륜이 없다고 할까.”

    지 교수는 “(연말 대선에는) 어느 당에서든 국민을 이해하는 좋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지명관 교수는…

    日 잡지에 ‘T K 生’ 필명으로 군부독재 실상 해외에 고발

    지명관(83) 한림대 석좌교수는 평생을 학자로 살아오며 반독재, 반냉전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지성인이자 1970, 80년대 군부 독재의 실상을 해외에 알린 칼럼니스트로 유명하다.

    평북 정주 출신으로 1964∼1966년 ‘사상계’ 마지막 주간을 지냈으며 1972년 10월유신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1973∼1988년 ‘T K 生’이란 가명으로 일본 진보성향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칼럼을 연재했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韓國からの通信)’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고 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 상황을 세계에 알려 당시 국내 저항 지식인들도 칼럼을 많이 읽었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때에는 해외 특파원들이 찍어온 필름, 한국에서 건너온 성명서 등을 상세히 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 교수는 2003년에서야 자신이 ‘T K 生’임을 밝혔다.

    1993년 귀국한 그는 한림대 일본문화연구소장을 맡아 활동했고, 16대 대선 때는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뒤 대선 후 노 대통령의 취임사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KBS 이사장(2000∼2003년) 말기 정연주 KBS 신임 사장 선출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현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 퍄노맨 74.***.106.238

      밑에 “있는그대로”님이 아뒤만 바꿔서 비슷한 글을 올리신거군요. 운영자님이 찾으시던데 이메일 하셨나요?

    • :) 66.***.77.200

      퍄노/노빠들은 왜 이렇게 오지랍이 ㄴㅓㅀ어요?

    • 타고난혀 71.***.220.248

      :)// 노빠 오지랍 까지 관심 갖어 주시니 감사 합니다, 근데 그렇게 오지랍이 넓냐고 되묻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예의가 아닌걸 보고 지적한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면 드릴말씀이없지만 말이지요..

      ..

    • 한빠 76.***.61.248

      한빠가 또 오셨군요.

    • 노사모? 216.***.71.163

      노사모 : 노무현에게 사기당한 사람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