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개정작업은 시대정신의 구현입니다(한나라당,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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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의 개정작업은 시대정신의 구현입니다.]발간사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과거의 산물이며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난87년 체제가 만들어 놓은 과도기적 헌법인 현행헌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을 미룰 수 없다. 가장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비하는 전향적 체제가 어떤 것인지 연구하기 위해 당내에 헌법연구회를 설치해야 한다”

    올해(2005년) 2월1일, 3년간 수행해온 한나라당의 원내부대표직을 물러나면서 발표한 사임사의 일부입니다. 당시 통일헌법, 권력구조의 재정립, 지방분권의 헌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서 시급히 헌법연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이는 헌법 개정 논의가 단순히 권력구조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진정성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진정성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제안이었습니다.

    그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였지만 대부분이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의 개편문제에 국한된 단편적인 언급에 그쳤습니다. 그나마도 그러한 논의를 헌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헌법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지난3월부터 다수의 젊은 헌법학자들과 한나라당 내의 의원들이 모여 ‘헌법을 연구하는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벌써 8차례나 진행되어 우리 헌법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풍부한 논의를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모여진 발제문과 토론결과를 공개하여 전 국민적인 공론화를 이끌어내어야 하겠다는 생각 덕에 이렇게 활자화 되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개헌 논의는 국가 백년대계의 설계입니다.

    우리 헌정사는 48년 이후 9차례에 걸친 개정을 거쳐 왔습니다. 그러나 제헌의회의 경우에는 당시 좌파들의 참여가 배제되어 참여주체의 한계를 드러내었으며 가장 바람직한 개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87년의 개헌조차도 아래로부터의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여 ? 야가 합의한 것이었으나, 논의의 주체가 국회가 아니라 정당이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민지 지배와 냉전으로 채 이루지 못한 근대적 민족공동체를 완성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지평을 확대하며 인류 문명에 기여할 한민족 문화의 창달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규범체계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개헌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정통성을 재확립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북핵문제, 일본의 재무장화, 중국의 군사대국화 등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민주화 과정에서 이념의 과잉 현상이 빚어져 헌법의 기본질서와 정통성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의 혼란은 정파적인 과거청산 작업과 감정적 통일주의 혹은 민족지상주의에 의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헌 논의는 자유민주주의적인 기본 질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정통성의 정립에 기여할 것입니다.

    개헌논의는 예측 가능한 정치 체제 즉, 법치의 확립을 통해 지역·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는 일입니다

    한동안 우리헌법은 ‘장식헌법’이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그러나 ‘87년 헌법은 국민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여·야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18년간이나 장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법치사회’로 성숙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헌논의가 가지는 의의를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개헌논의는 이념논쟁이 아니라 법치와 국가 이념을 확립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개헌논의가 이념 논쟁으로 흐를 경우, 국가의 장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개헌논의는 역사적 경험과 문화를 총괄하며,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킨 새로운 국가 공동체의 건설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타협의 산물로서의 헌법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헌법개정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논의의 단위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헌법 개정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백출되어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 창출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실질적 합의 도출만이 헌법을 ‘안정적이고 일관된 규범’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개헌일정을 제시하고 이에 맞추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의 일부인 정부형태에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구체화하고, 그 위에 권력의 최적화를 도모하며, 통일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는 통일대비 분야, 권력구조 분야, 지방분권 분야 등으로 주요한 3가지 의제를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 하였습니다.

    먼저 통일대비 분야는 헌법기본질서에 관한 문제, 평화통일과 영토조항의 문제, 북한주민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문제, 북한과 체결하는 조약의 법적인 성격의 문제 등이 포함 되었습니다.

    최근의 국가보안법 논쟁에서 보듯이, 현재의 헌법은 통일에 대비한 헌법으로서는 큰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존중한다.’고 되어있는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되어있는 현행 헌법의 제3조 영토조항과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서독이 통일에 대비해 기본법 체계가 아니라 ‘기본합의서’의 형태로 분단의 과도기를 헤쳐 나갔던 사례에 비추어 남북관계의 특수법적 성격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의 제시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의 심화와 확대라는 시대정신에 입각해서,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것입니다. 권력구조 분야는 대통령제와 내각제 개헌 또는 이원집정부제, 대통령임기와 관련한 논의, 삼권분립과 관련한 논의가 포함되었습니다.

    현재 일부 정치인이 보여주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자의적 비판 역시 우리 정치가 아직 ‘인치(人治)’에서 채 벗어나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책임총리제, 행정수도의 이전 등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이 헌법에 근거하기 보다는 권력주체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국가 체계에 대한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헌법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이라는 측면과 함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5년 단임 등 과도기적 요소가 뒤섞여 있으며, 이로 인해 권력구조에 대한 대통령의 자의적인 판단이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 분야는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의 범위, 지방행정구역의 개편문제, 국가 연합 또는 연방제와 관련한 지방의 정의 문제 등이 다루어졌습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지방분권에 관한 3대입법을 다루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정의를 둘러싸고 진행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은 헌법 개정의 영역이 권력구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단순한 ‘행정권 이양’의 개념이 아니라 헌법적 개념에 자리 잡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중앙정부는 큰일을 하기에는 너무 작고, 작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해 지방자치와 분권을 헌법적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장 진행되고 있는 현실적 문제만이 아니라, 통일 이후에 대한 대비로서도 반드시 필요한 내용일 것입니다.

    헌법개정공론화의 장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국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활동이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갖추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전 국민적인 헌법 개정 공론화의 물꼬를 틔우는 과정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진행되어온 논의를 계기로 국민을 무시하는 반민주적 개헌행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지난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래 9차례에 걸친 개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실개헌’, ‘야합개헌’, ‘깜짝개헌’ 등 치욕적인 수사로 장식되어온 대한민국 헌법 개정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의 뜻을 담아 앞으로 100년을 장수할 수 있는 헌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2006년 1월1일부터라도 국회에 모든 정파와 정당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합니다.

    책의 발간을 위해 애써 주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충실한 발제문을 준비하여 토론을 가능하게 해 주신 교수님들과 바쁜 의정활동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토론에 참석해 주신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05년 5월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

    국회의원 이병석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모임 소속의원소개(2005년 5월)

    이병석 한나라당
    박 진 한나라당
    전재희 한나라당
    김기현 한나라당
    김명주 한나라당
    김정훈 한나라당
    박승환 한나라당
    심재엽 한나라당
    주호영 한나라당
    홍문표 한나라당
    나경원 한나라당
    박순자 한나라당

    • ISP 206.***.89.240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습니다

      국민학교때 사회시간에 헌법 개정사에 관해서 배우다 보면, 참 재미 있는 공통점 들이 있더군요. 제1공화국 제2공화국… 정권이 바뀔때마다 헌법이 바뀌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기가 잡은 정권 조금이라도 더 유지해 보려구요.

      하지만, 적어도 이번 개정은 자기가 잡은 정권 유지가 아니라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