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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kbs에서 방송이 나가고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난리치는 걸 보고 한번 생각해보고 쓰는 글입니다.
1. 광우병—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대재앙
광우병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대재앙이 될까요? 그건 과장입니다. 결정적으로 그건 세균에 의한 감염이 아니잖아요? protein mutation이 그 이유인데 mutation의 힘이 그렇게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세균감염 질병들은 여차하면 엄청 퍼지게 되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속 퍼져나가죠. 그런데 이런건, 원인을 찾아내서 그것만 차단하면 되는거죠. 옆사람이 그걸로 죽어도 그것이 나에게 “옮겨” 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방송에선 그걸로 죽은 희생자를 다루었는데, 죄송한 말씀인데 모든 병에 걸려서 죽는 사람들은 “불쌍하게” 죽는 겁니다. 다른 병은 안그런가요.
가장 광우병 사고가 많이 난 영국에서도 지금까지 희생자의 숫자가 두자리숫자인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순전히 “광우병”에만 걸려서 사망한 숫자는 아닙니다. 다른 것도 막 섞여 있고.. 이렇게 neural degenerative disease로 사망하는 숫자는 최소 몇 천명이고 각각 개인을 보면 무수히 많은 사유가 있죠. 개중에 보면 사유를 밝히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 가만히 보면 그런 경우를 갖다 대고, “어.. 이 case etiology 밝히기 힘드네.. 이 환자 평소에 소고기 좋아했나? 그래.. 그럼 광우병이겠다.” 이렇게 갖다 붙인게 많습니다.
“벌써 영국에서만 백여명 가량 희생자가 났고 몇만명 “잠복기” 환자들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이건 새빨간 거짓말 내지는 기껏해야 흥미로운 소설의 문장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 stat이 맞다고 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광우병의 근원이 “동물사료를 먹은 소고기”에 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히 모른다는 건데, 그건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건데 그걸 진실로 받아들이면 안되죠.
2. 그런 고기를 수입한다고—이런 때려죽일 놈들!!!!
그 방송을 보면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기가 막힙니다 (저번에도 그거 보고 열받아서 여기 게시판에 글좀 써볼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다른게 아니고, (미국산 소고기==광우병 소고기) 이런 단순 논리를 너무나도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기가 막혀서… 그럼 미국사람들은 왜 광우병 안걸리는데..??
그 PD는 아주 쉽게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도 실제 광우병 케이스는 아주 많은데, 축산업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정부가 조직적으로 은폐를 하기때문이랍니다. 하.하.하… 참 대단하십니다. PD님.
어쨌거나 세상에는 수많은 genetic mutation에 의한 neurally degenerative disease가 존재하는데 Creutzfeldt-Jakob disease (CJD—“광우병”을 좀 어렵게 써봤음다. 관심있는 분 google해보라고..)도 그중 하나이죠. 즉 이 병은 자연적으로 (randomly) 생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가끔씩 신문에 나기도 하는데 뭔가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어야지만 방송에 나가죠. 한국에서도 누가 잘못된 음식 먹고 식중독 걸려서 죽었다고 무조건 방송에 나가는건 아니죠. 뭔가 다른 기사거리가 있을때 나가죠.
CJD 발생 비율은 million당 1명 꼴입니다. 그러니까 영국 인구가 60 million이니까 CJD환자가 60명정도 되는 것 말되고, 미국 인구가 대략 300
million이 조금 안되니까 한 300명 정도 환자가 있겠군요. 이 case들을 신문방송 에서 별로 못봤으니 그건, 미국정부가 누가 CJD로 죽었을때 열심히 신문방송국찾아가서 “니네들 이거 방송, 신문에 내기만 해봐라..” 라고 해서 그런 거 군요. 허허참전 몇년 전에 신문에서 Chronic Wasting disease(CWD–CJD와 상당히 비슷한 질병) 로 “의심이 될수도 있는” 사망환자의 얘기를 한번 본적은 있는데 기사의 얘기로는 그 사람은 평소에 venison을 즐겨먹었다고 합니다. 물론 deer의 prion이 사람으로 옮겨질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그 기사에서도 그렇게 나왔는데, 그건 아마도 “진실은폐”를 향한 미정부의 줄기찬 노력에 의한 것이었나 봅니다.
KBS방송에서 얘기했던 걸 좀더 짚어볼까요?
우선, “공장형 축산업” 형태의 미국산 소고기는 저질중 최고 저질이다.. 이게 골자입니다. 그 이유로 지목한 내용이 조금 가관인데,
— 소들이 더러운 곳에서 (쉽게 말해서 똥통에서) 키워진다
— 사료에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다 (초식동물이 고기를 먹는다고..? 이 얘기죠)
— 아마 심지어, 다른 cow의 뼈조각들이 섞여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가장 핵심이 되는 요부분은 아무 근거없이 얘기하면서, 바로 이것때문에 미국소고기는 광우병 소고기…노래를 합니다 완전히 노래를)— 그 외 vegan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을 완전히 진실로 믿고 그대로 방송에 내밉니다. 원래 vegan들하고 축산업가공업자들하고는 앙숙지간입니다. 안 그럴 수 없죠. 그런데 이 방송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된건지 이 PD는 vegan들하고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meat factory를 취재하고 조사하기는 더더욱 힘들게 된 것 같은데, 중간중간에 업자들이 취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니까… 그걸 “거봐라.. 이 사람들이 뭔가 숨기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게 아니냐..” 이 작전으로 나갑니다. 완전 코메디죠.
이렇 웃기는 짜장 얘기를 한국 국민들은 잘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한국 소들은 미국보다 깨끗한 곳에서 자라고, 동물성사료도 안먹이나봅니다. 대충 인터넷에서 나도는 한국분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떻게 수입고기를 먹냐… 역시 한우가 최고!”
“광우병 미국소고기는 놈현 밥상으로!!!”3. 방송의 사명은 진실 전달이다…????
진실, 진실?? 웃기지 맙시다. 진실은 아무나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격이 되는 사람만이 진실을 논할 수 있습니다. 자격이란 딴게 아니고, “그놈의 진짜 속 내용을 아느냐” 이건데, 기자들의 특징은 자기들 만이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실제는 정반대인데, 사실 제 소견으로는 기자의 사명은 “진실 (truth) 전달”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fact) 전달”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인은 진실을 전달할 수 없어요. 사실이라도 최대한 왜곡없이 전달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편향되지 않은 사실 전달의 기능은 완전 멀리하고, 정치적인 선전 도구의 역할을 하는 우리의 방송국—아니, 정치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 선전을 하는 건 또 이해를 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정치문제가 아닌것 갖고, 소위 “과학”을 손에 쥐고서 그렇게 정치적인 방향으로 끌고가는데, 도데체 눈 뜨고 봐줄수가 없습니다.
궁금하긴 했습니다. 도데체 그 방송 PD는 누구였을까? 얼마나 골이 빈 사람일까? 아니면, 그래도 속으로는 괜찮은 다른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 괜찮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좀 타협을 했던 것일까… 일말의 기대는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다음의 링크를 보고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http://wnetwork.hani.co.kr/pvic2012/2242
아, 이렇게 숭고한 정신을 가진 PD님을, 내가 ‘겉과 속이 다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했다니…. 대단합니다. 초지일관, 멋집니다.
“얼굴없는 공포–인간광우병” 이 아니고
“머리없는 비판–언론무뇌병” 이 더 심각한게 아닙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