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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광고글을 보니 생각나는 기억이 있네요.
몇년전 한국에서 결혼을 한후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카고에 들어올때였죠. 공항에서 리무진 서비스를 신청한후 집까지 폼나게 올 계획이었습니다.
저야 오랜 미국생활이었지만 아내는 한국에서 막 들어오는 것이어서 미국에 대한 나름의 기분좋은 추억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신혼여행을 마무리하고 아내의 미국생활 시작을 준비하려는 마음에서 아내 모르게 준비한 작은 이벤트였죠.
공항에서 전화로 리무진을 예약하고 청사앞에서 기다리는 저희에게 도착한 리무진은 출고된지 20년은 되어보임직한 그마저 롱도 아니고 그냥 덩치큰 4도어 세단차량이었습니다. 하도 기가차서 이게 리무진이냐니까 이런 차량도 리무진 이랍니다.
트렁크에 왠 다른 짐은 그리 많은지 저희짐이 다안들어가서 트렁크뚜껑이 반쯤 열려있는 채로 끈으로 묶고… 거기다가 기사분은 한국분이었습니다. (인종차별하려고 하는 얘기 절대 아닙니다.) 아무래도 신혼여행 직후라서 그리고 아내에게 외국의 느낌을 만끽하게 하고 싶었는데… 왜 그 있잖습니까. 영화 프리티워먼에 나오는 줄리아로버츠를 태웠던 그런 기사차림의 멋진 리무진… 암튼 기사분이 한국분이니 외국느낌도 안나고 또 차량이라도 교환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한국분이니 박절하게 말도 못하겠고…
맘을 정리하며 차에 올랐는데 차량내부는 그야말로 더 가관이었습니다. 대쉬보드엔 한국에서 70년대에 봤을듯한 인형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플로어메트에선 벌래나올것 같고… 기분 엄청 상했지만 내색도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며 집까지 도착한적 있습니다. 일생에 한번뿐인 작은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처참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굳은 제얼굴을 눈치챘는지 아내는 괜찮다며 무슨상관이냐며 안전하게 도착했으면 됐고 자기에겐 이것도 황홀한 기억이될거라며 절 위로하더군요.
그이후 한국에서 부모님오실때 다시한번 시도했죠. 이번엔 철저히 확인한다고 했는데도 실제로 도착한 차량은… 길이는 그래도 리무진처럼 길었지만 역시나 꽤 낡은 차량이었습니다. 겉은 그래도 깨끗한편이었지만 내부는 정말 좀 그렇더군요.
고객이 리무진을 예약할때는 기대하는 서비스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저 굴러가기만 하는 차여야 하고 또 목적지에 안전하게만 도착하면 된다면야 뭐하러 비싼돈주며 리무진을 예약하겠습니까?아래 광고글을 게제한 리무진 회사는 그런 사기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대로 된 리무진 가지고 영업하시고 제대로 된 제복갖추시고 영업하셔서 손님들에게 좋은 추억 남기시길…
참고로 제가 전화한 회사는 오헤어 공항에 광고팜플렛이 걸렸있던 어느 외국계회사입니다. 아래에 광고글을 게재한 회사는 아닙니다.
사실 광고글에 이런 글을 덧붙이는게 좀 그렇지만 이런 곳에 광고글을 올리실만큼의 책임을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별로 유쾌하지 못한 옛기억과 함께 글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