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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d]……….북한이 지하핵실험을 하면서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 가능성은 요원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되겠지만 김정일 정권은 핵국가(Have Nation)로 국제적 지위를 얻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더 강력한 제재를 거론하고 있지만, 북한이 언제는 경제제재를 받지 않던 국가인가?
미국은 정밀타격을 포함한 무력공격을 하기 어렵다. 이라크의 전쟁도 힘겹게 수행한 상황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결국 가장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는 강력한 대북 봉쇄를 유지한 채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이동공격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한, 경제 봉쇄와 핵능력 수출만 막으면서 적당히 무시해버릴 것이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북한의 핵무기 이동공격 능력이 좀 더 발전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대남용이다. 북한은 워싱턴 공격용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미국은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한국만 고스란히 북핵의 인질이 되어버렸다. 미국을 공격하려면 미사일 탄두에 탑재할 만큼 핵을 소형화해야 하는데 북한을 아직 그런 기술을 갖지 못했다. 결국 남한의 대북 군사력 우위만 뒤집어졌다. 압도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사업도 이제 물거품이 되었다. 북한은 핵무기 하나로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단번에 엎어버린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파키스탄은 군사력면에서 인도와 상대가 되지 않는 나라다. 인도와 세 번이나 전쟁을 벌여 참담하게 패배한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핵개발에 성공한 이후 카슈미르 지방에서 끝없이 국경분쟁을 일으켜도 인도는 완벽하게 응징할 수 없다. 전면전을 벌인다면 인도가 승리할 수 있으나, 파키스탄의 핵공격 능력 때문에 그런 전쟁을 벌일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바로 이 파키스탄식 핵개발을 모델로 삼았다. 파키스탄에게 카슈미르 지방이 도발지역이라면 북한에게는 서해 5도가 도발지역이다. 이미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두 번이나 도발을 일으켰다. 파키스탄식으로 북한이 백령도를 기습 공격 점령해버린다면 한국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군사분계선 침략, 영해와 영공 침범, 핵발전소 파괴, 미군기지 공격, 도시게릴라 침투 같은 ‘저강도 분쟁’을 일으킨다면 한국은 이제 단호하게 응징할 수 없게 되었다. 전쟁지역을 확대하면 핵보복을 당할 수 있으므로….
군사 분쟁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북한은 핵능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끌고 갈 것이다. 핵을 보유한 김정일은 한국에 다양한 공갈과 협박을 일삼을 것이다. 한국에는 이에 동조하는 친북좌파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는 통일 코리아의 핵무기가 아니던가.
이제 북한은 예정된 수순대로 파키스탄 수준의 핵 국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핵을 수단으로 체제를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줄곧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에 의해 파키스탄 수준이라도 핵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잘 만 했더라면 한반도는 한미연합군의 강력한 전쟁 억지력 아래 안정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도모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레바논 같은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되어버렸다. 이제 미·일·중·러 등 모든 외세가 북한 핵무기를 기화로 한반도에 개입할 것이다. 핵무기 개발은 어차피 국제문제다……..
최삼봉 (국제정치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