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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120년 전이었던가? 2030의 젊은이들이 수구와 사대주의로 갇혀 있던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결의하고, 준비 안 된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사회가 분열되고 나라가 거덜 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던 것이. 그 끔찍한 사건 후에 수구주의자들과 개혁주의자들은 무엇을 했기에 20년 만에 나라를 고스란히 일본에 내어 주고 말았던가?
자유와 자유를 꿈꾸던 386은 지금?
개발독재 시대에 자유와 자주를 꿈꾸며 진보 운동을 해 오던 386들이 드디어 정권을 잡았다. 북한을 민족 공동체로 여기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바탕 위에서 일본보다 더 발전된 조국을 실현해 주리라고 믿었었는데, 그 386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던 개발독재는 불구대천의 적으로 삼으면서 1800만 북한 인민의 생존을 볼모로 하여 무자비한 독재를 일삼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통일의 파트너라고 여겨 그들에게 추파만 던지고 있는가? 광주 시민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 숭고한 것이었다면 북한 주민의 반독재 투쟁도 숭고한 것이 아닌가?
반미가 자주의 표상인 것처럼 생각하고, 자기들에게 정권을 안겨 준 세력과 불화하고, 사회를 통합시켜 하나의 국가 목표를 설정해 내지도 못하면서, 당정청의 갈등에, 진보와 보수 갈등에, 친북과 반북의 갈등에, 언론과 싸움에, 코드와 낙하산 인사에, 부정과 비리에……. 도대체 이들은 왜 정권을 잡았는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일부 통일운동가들, 환경운동가들, 시민운동가들, 노동운동가들,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386을 등에 업고 사회 주도 세력으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 이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화합시키고 있는가, 분열시키고 있는가? 이들의 사회 운동이 자신들의 권력화를 위한 것인가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언론자유 누리는 언론은?
시쳇말로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수구 언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이 지금 누리는 언론자유는 386으로 불리는 젊은이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쟁취한 민주화의 열매가 아닌가? 그런데 왜 386의 조그만 실수를 확대하여 사사건건 이들과 국민을 이간질하는가?
요즘 전시 작전권 환수를 반대하는 전직 국방부 장관들의 행태는 참으로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이 어떻게 한국 혼자는 북한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는가? 노 정권에 반대해서인가? 수많은 부정과 비리와 억압으로 얼룩진 군대 문화를 관리하던 자가 그들이 아니었던가?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을 이길 수 없다면 그것은 국토방위에 써야 할 예산을 제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병사들을 종 부리듯이 부리느라고 북한을 이길 힘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일부 보수 논객들도 고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주가 미워서 일본 우익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진보가 미워서 미국의 주구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셈인가? 이들은 오직 상처에 소금을 뿌림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자학자요 피학자일 뿐이다. 왜 그들은 일본과 미국을 사랑하기 전에 한국을 사랑하려 하지 않는지. 왜 한국을 일본과 미국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지. 어떤 사대주의자는 한국어를 없애고 영어를 모국어로 삼자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1990년대 이후 활개를 치던 친일파가 우리 사회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활개 치는 세상을 보고 싶지 않은데 어찌 해야 하나?
120년 전, 수구파와 개혁파가 함께 나라 거덜 냈던 역사 기억해야
국정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탄핵 회오리 뒤에 불쑥 내던진 대연정 제안, 말만 요란한 대미 대일 자주 외교, 섣부른 한미 에프티에이 추진 등으로 사회를 갈가리 찢어서 대립시켜 놓은 결과가 머지않아 어떻게 나타날지 계산하고 있는지. 국가 경영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치밀한 정책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표방한 자주와 진보가 무모한 자의 고약한 아집으로 귀착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자주와 진보를 논할 여지가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자주와 진보가 오늘날처럼 국민들에게 참담하게 거부된 일이 있었던가?
이제 다시 우리 선대들이 120년 전에 그랬듯이 수구는 외세에 휘둘리고, 자주와 진보는 배타주의와 원리주의에 탐닉함으로써 함께 나라를 거덜 내고 말 것이 아닌지. 참으로 괴롭고 두려울 따름이다. 국가의 20년 후가 새삼 걱정되지 않는가?
글쓴이 / 남영신
· 서울대 법대 졸업
· 국어문화운동 회장
·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장
· 저서: <남영신의 한국어 용법 핸드북><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공부><문장 비평>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