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글님 상황이 별로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누구 잘못이냐, 남편 성격이 까다롭냐 원글님이 까다롭냐.. 그런 문제는 여기 글만 갖고는 알기 힘듭니다. 저쪽 얘기도 들어봐야 하니까요. 문제는 그게 아니고, 제가 볼때는 원글님이나 남편분이 문화적, 언어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꾸 겉돌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이란건, 어떤 신비감에 바탕을 둔 매력을 느끼는 상대와 하는 게 아니고 (그런 건 연애상대)—- 물론그런 면이 있으면야 좋기는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단기간 잠깐 연애하고 마는게 아니고 장기간 동반자로서 서로 잘 이해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그런 맛이 있어야 결혼생활이 유지되는 겁니다. 원글님은 그런 면을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원글님이 미국생활 미국문화에 아주 익숙한 분도 아니고, 익숙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런 문화가 체질적으로 몸에 타고났다거나.. (한국 토종중에도 그런 스타일 많습니다..) 그런것도 아니고, 남편도 한국문화 한국여성들에 대해서 익숙한 분도 아니고…. 제가 보기에 문제의 많은 부분은 문화차이 언어차이이죠.. 성격 차이라고 볼수도 있는 부분… 그런게 다 어차피 문화차이에서 기반된 겁니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국제결혼…. 요즘엔 많이들 하고 잘 살기도 합니다. 그게 보면, 남들도 많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 가 아니고, 체질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어야합니다만, 원글님이나 남편이나 다 아닌 듯 합니다. 일단 노력은 하시되, 자살이니 뭐니 하는 그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마시고, 현실에서 할수 있는 만큼 하되, 정 안되면 때를 봐서 갈라서야겠다.. 이런식으로 생각하시는 게 낳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부분 역시 문화차이에 관계되는 건데, 애 핑계대지 말고, 일 가지세요. 내가 보기엔 이 부분 특히 심각해보입니다. 남편은 원글님을 한심하게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남자들(저역시 그렇고), 특히 능력이 좀 되는 사람일수록, 부인이 가정주부라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 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업상 사람들 만나고 서로 잡담 같은 거 할때, 부인은 뭐하시나요, 라는 말이 나올때, 우리 부인.. 집에서 애 키우고 있어요… 라는 말을 별로 자랑스럽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라도 하더라도… 아, 내 와이프… 원래 이런 이런 쪽의 일을 했었는데, 애 생긴 이후로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어요. 애 크면 다시 하겠죠.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겁니다. 그게 훨씬 자연스러운 미국문화입니다. 특히 의사,변호사, 교수등등 소위 전문직 남자들의 경우, 부인도 어떤 전문적인 일이 있다는 걸 은연중에 내세우고 싶어한답니다. 실제로 전문적인 일이 없더라도 있는 척하고, 다만 잠깐 쉬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다는 거죠. 내가 가까이 지내는 의사친구들이 좀 있는데, 다들 워낙 돈을 잘 버니까 부인이 꼭 나가서 돈을 벌어올 필요는 없는데, 부인들 보면… 뭔가 자기 일이 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화가, 아니면 프리랜서 작가.. 등등.. 이런 경우, 부인 뭐하냐고 물으면 그냥 이러이런 일이 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애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진 못한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물론, 미국 여자들 중에도, 드물지만 가정주부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크진 않지만 그런 것도 하나의 미국 문화로 자리잡고 있죠. 그런데, 그런 경우 엄청나게 집에 깔끔하고 디자인도 잘 해놓고 수준있는 미술품같은 것도 갖다놓고, 요리도 신경써가면서 하고… 뭐 그럽니다. “Martha Stewart woman”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고유명사가 아니고 일반명사로 쓰는데… 돈도 많이 벌고 능력있는 사람들끼리… 친구들집에 왔다갔다 하다보면 이런 집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거든요. 애 키우는데 어떻게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요? 이런 경우 homemaking 자체가 full-time job equivalent입니다. 이렇게 집 가꾸고 할때 nanny를 고용해서 애를 보게하고 집을 이쁘게 꾸미는 그런 여자들도 많고, 남자들도 그걸 좋게 생각합니다. 아니, 왜 집에서 애를 직접 안 보고 babysitter를 돈들이고 쓰냐… 이런 건 한달벌어 한달 먹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죠. 의사정도 수입이라면 이런 거 눈 하나 꿈쩍 안합니다. 이런 것도 미국문화라면 미국 문화입니다. 원글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제가 볼땐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애요.
자, 원글님, 원글님 남편은 지금 결혼을 해놓고 보니, 이게 아니다.. 싶은 겁니다. 자기 친구들 부인들 보니… 참 괜찮다 싶은데… 난 이게 뭐지. 속된말로 부인이 쪽팔려서 다른 사람들하고 사교할때 얘기하기도 민망하다.. 이겁니다.
이게 바람직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이런 부분이 있어 보이는데, 서로 얼마나 노력하고 타협할 준비가 되었는지, 그게 아니다 싶습니다. 그래서 전 별로 희망은 없어보입니다. 미안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