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 Back Time과 아이들 대학입학

  • #84406
    gjk;hk’k’ 68.***.178.67 5088

    우리아이가 이번에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Early Decision으로 입학하게 될것 같습니다.
    고교생 자녀를 둔 미국학부모들에게 이름만 되면 대다수 사람들이 알만한 대학입니다.
    그리고, 사립대학 입니다. 학비가 상당히 비싸고요, 사실 학비문제를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제 눈치를 적쟎이 보고 있는 우리 아이는 저에게 슬며시, 이미 학비는 물론 장학금 제안까지 받아 놓은 주립대학에 그냥 갈까 하면서 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곤 하는데, 저는 그 녀석이 그 명문사립대학교에 꼭 가고 싶어하고 있다는 걸 너무도 잘알고 있습니다.

    30여년전에, 저 또한 한국의 SKY대학중의 한곳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았고, 당시 집안사정이 뻔한 것을 잘알고 있었기에, 지금의 제자식처럼 (너무도 똑같이)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애를 태우곤 했지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형편도 어려우신데, 빚을 내서 제 대학등록금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졸업을 하였고, 미국유학까지 와서 박사학위 받고, 제분야에선 세계 탑클래스에 드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입니다. 지금과같은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기업사주나 대주주의 자녀가 아닌이상, 그 누군들 직업의 안정성을 유지 할 수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명문대학을 졸업해도, 심지어 박사학위증을 손에 쥐어도, 직업은 더이상 안전치를 못하고, 저또한, 그동안 제 프로페셔널 경력에 쏟아온 노력으로 작은 구멍가게라도 차라리 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불안감에 치를 떨지 않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명문대 학위증및 기타 전문직 학위증등등은 쓰레기이며, 돈낭비이고, 투자대비 회수율이 아주 형편없는 어리것은 투자라고 누군가 저에게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그분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단, 그것은 완전히 경제적 투자마인드에 제한된 동의 일뿐이지요.

    마치, 고 정주영 회장이 “담배를 왜 피우나? 그것 피우면 배가 불러지는 것도 아닌데..” 라고 했다고 하는데, 배고픈거와 담배 피우는게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는 정주영 회장에게 동의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과연 “먹고사는 문제”에만 연관 시켜 바라 볼 수 있는냐 하는 의문점을 제기해보면, 소위 재벌총수에 해당하는 정주영씨의 사고방식에 전반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게지요.

    인간이란 배고파도 밥을 굶을 수가 있고, 배가 불러도 밥을 먹을 수 있는, 도저히 온존하게 투자대비 회수율에 기반한 경제학적 시각으로만 재단되지 않는 존재이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는 인간들과 이들이 서로 엮여지면서 오묘하고 복잡하기도 하면, 때론 경탄해 마지 않는 인간들의 삶을 제대로 아주 깊게 이해하려면, 역시 학비가 비싸더라도, 좋은 교수와 풍부한 인류의 지식및 경험이 농축되어진 명문대학에 빚을 내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보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 아이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 수 있건 없건, 그 아이의 인생에서 주립대나 커뮤너티 컬리지 또는 고교졸업장만으로는 도저히 접해 볼 수 없는 훌륭하면서 우아하고, 깊은 통찰력을 접해 볼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확률이 높아진다는 미국명문대학교 생활은, 결코 쉽사리 경제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기가 쉽지않다는 것이지요.

    또한, 명문대학을 나왔을때,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부여되어지고 평생 지니게 될지도 모를 Pride는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이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다지 쉽게 가져볼 수 있는 경험이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 Pride는 학벌의식이나 지나친 자만감과는 거리가 멀고요. 대학졸업후에 무엇을 하던지 간에, 그 Pride에 준하는 결과물들을 내어놓고 싶어하는 인생길 동력의 주요인으로도 작동되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생각은 일반화되기 어려운 순수한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두며,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또는 학력이 전혀 없어도, 누구못지 않은 Pride를 지닐 수 있으며, 상당히 훌륭한 인생을 살다간 수많은 사례들도 있다는 점을 저는 분명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자녀가 미국에서 명문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면, 저는 제 허리가 휠지라도, 보내겠다는데 한표 입니다.
    이러한 저의 행위는 제가 수십년전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을때, 저희 아버님이
    “지게짐을 져서라도 너는 대학에 다니게 한다”라는 그 숭고한 결심에 대한 제 Pay Back을 제 자식에게 행하여만 하는 당위성이고요, 제 자식도 제 손자가 명문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그 녀석 또한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Pay Back을 그때에도 서슴없이 할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결심이기도 합니다.

    • PEs 12.***.152.10

      원글님 생각과 말씀에 구구절절 옳다고 생각하고 동의합니다.

      한가지 제 생각은 30여년전 말씀하신 아버님의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명문대에서 장학금 등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자칫 학생들이 거의 15만에서 20만불까지 학생론을 얻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될 수 있고 주위에서 그런 분들도 봤습니다.

      오히려 그런 경우 더 중요한 대학원 진학시 더 큰 어려운 결정을 내리거나 더 좋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느정도 빚을지지 않고 학업을 마칠 수 없다면 저라면 주립대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주위에 너무나 많은 사회의 리더들이 전략적으로 먼저 주립대에서 거의 부담없이 학업을 마친 뒤 대학원을 명문대학으로 가서 미국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명문대학이 학생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학교를 다니 던 자신이 하는 일에 비젼을 심고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만들어 가는 것을 많이 보면서 저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사회의 유명인사들 혹은 주위에 입지적으로 인정 받는 분들의 대부분이 의외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명문대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지요.

      미국교육비가 이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그런 수준을 넘어 통제 불능입니다.
      장학금을 못받는 최악의 경우를 산정해서 냉철하게 결정을 내리시는 것이 더 큰 목표인 대학원과 그 이 후를 생각해서 현명하리라 봅니다.

      작지만 경험에 따른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훌륭히 잘 자란 아이를 둔 원글님이 참 부럽고 저도 그런 고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소리네 71.***.236.118

      답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만,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Early Decision은 합격을 하면 그 대학에 입학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합격 후에는 다른 대학에 지원하지 말아야 하고, 이미 지원한 곳이 있으면 취소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글님은 어떻게 지금 다른 학교를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
      혹시 입학 의무가 없는 Early Action으로 합격한 것인가요 ?

      아니면, Early Decision의 경우, 원래는 입학을 해야 하지만
      장학금이 부족한 것을 이유로 입학 의무를 파기할 수 있는데
      혹시 그것을 생각하고 계신 것인가요 ?

      그것을 염두해 두고, Early Decision 합격 후에도
      다른 대학에 지원해도 괜찮은 것인가요 ?

    • 30% 아니면 173.***.222.71

      저도 글들을 읽다가 동감하는 바 있어서 답글 달아봅니다.

      30% -> Family Fund
      30% – > 장학금
      나머지 -> 빚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하는데,
      그 좋은 대학에서 혹은 그 주변에서 학비 + 생활비 합쳐서 30% 정도 지원 받을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좋은 대학들은 그런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들은것도 같아서요..

      그정도만 되면, 론같은거는 방학때 알바나 인턴(좋은학교가 기회도 많으니)해서
      최대한 갚고..
      본인도 어렵게 공부하면 더 동기부여도 되고,
      열심히 하게 되고..

      만약에 그정도도 아닌데 중상층 가정에서 Family Fund로 전액
      그 좋은 학교에 가는건 힘든거 같아요..
      주립대 가고,
      대학원을 좋은 곳으로 진학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 지나가다 75.***.148.245

        60%를 론으로해도 졸업 할 때에 빚이 10만불이 넘어갑니다.
        명문사립대의 경우 의무적으로 몇년은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10만불 빚이 우습게 나옵니다.

        따라서 정말 많은 부모님 보조나 장학금이 없으면 졸업과 동시에 매달 최소 600-800씩 갚아 나가야 하는데….허 참….

    • 제의견은 99.***.132.25

      제 생각은 아드님의 성향을 미리 살펴보는게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올바른 투자를 하는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명문 사립대를 가더라도 아시안 문화가 백그리운드이면 대학시절 화이트칼러와 네트웍을 만든다고 해도 평생 유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인 아닐까요. 자재분도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구나를 느낄 거구요. 명문 사립을 나와야 하는 것은 제생각엔 왜 MBA에서 인맥을 만드냐와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드님이 미국 상류 문화에 잘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엔 돈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것이 이후에 빚으로 남게되면 경제적으로도 본인이 더 힘들겠지요. 만약 아드님이 네트웍이 덜 중요한 사이언스/기술직을 원한다면 궂이 좋은 명문 사립대를 빚을 내면서까지 처음부터 고집할 이유는 더욱 없을 것 같습니다.

    • 68.***.17.194

      “저는 제 허리가 휠지라도”

      라고 하신부분에 대해 한말씀 드리자면…

      은행들이 바보는 아닙니다. 님 허리만 가지고 해결할 수 있게 그리 쉽게 해놓지 않았다는 말이죠.

      학비융자 할때 학생하고 학부모 둘다 사인합니다.

      즉, 만에 하나 님 허리 하나로 해결못하고 돌아가시면 자식 허리가 부러진다는 말이죠…

      참 만만하지 않죠???

    • 68.***.17.194

      꼭 님 허리만 휘게 하시고 자식 허리는 휘게 하지 않으시려면,
      님 크레딧 카드로 학비 내주시면 됩니다. 그건 파산도 가능해요…

      자식을 위한다는 숭고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면 안되겠죠…

    • 글쎄요 158.***.10.101

      미국생활이 꽤 오래되다 보니까 30-40대의 2세, 3세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솔직히 ivy league 학교들 나와서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2세들 보면 많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좋은 학교 나온 변호사로 한국말 못하면서 왜 한인타운에 머무나 물어보니까 역시 미국변호사회사에서 물먹고 결국 하는 것이 아파트 eviction, workmans comp, 차사고, 이민 등등의 한인 사무장 몇 데리고 개업하고 있는 친구들 보면 많이 딱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고 주립학교 나와서도 좋은 직장에서 같이 잘 나가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부모나 아이들에게 비싼 빚보따리 물려주기보다는 주립대학나와서 명문 대학원에 가는 것이 몇 배는 더 났다는 생각입니다

    • ㅎㅎㅎ 137.***.232.22

      원글님이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실정도면 50대 초반이실텐데 미국에 있는 많은 한국부모님들이 겪는일로 고심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한마디로 정리해드리죠.

      형편이 되지 않으시면 보내지 마세요가 정답입니다.

      그이유는…
      요즘 학부과정만 나와서는 소위 “성공” (높은 월급, 직급, 성공의 정의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성공) 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다시 말하면 기본 마스터는 해야한다는거죠.
      괜찮은 주립대를 다니고 공부를 잘하면 대학원은 무료로 혹은 일하면서 (물론 과가 돈이 있어야되겠죠) 다닐수 있습니다.

      님의 자녀분을 두고 하는이야기가 아니니 오해마시고.
      미국에서 20년 이상 살면서 나름대로 본건은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 참 재미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학자금이나 결혼비용은 한국에 있는 부모처럼 기대하면서 부모가 간섭하는것은 미국식으로 생활하려고 하더군요. 미국식이면 미국식으로 한국식이면 한국식으로 하지 양쪽 문화에서 자기 편한것만 따지려고 하는걸보면 좀 우습더군요.

      원글님 다니고 계시는곳에서 박사급이시고 대기업이시면 (눈치로 봐서는 중간 매니져급 이상은 아니신것 같은데 그럼 월급 Range가 나름데로 계산됩니다)
      그 월급가지고 아이비 100% 4-5년 부담하시려면 현금으로 매년 5-6만불인데 노후에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는것을 자녀분이 더 감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리고 자녀분이 사립대를 가고 싶은데 원글님 눈치를 본다라면 눈치 안보게 만들어주면 됩니다. 떳떳하게 자기손으로 다닐게 아니라면 (사립학교도 본인이 융자받아 다닐 자신이 없다면) 안가야 합니다.

      얼마전 한국에서 어떤 가난한 학생이 미국 명문대를 합격하고 집에 돈이없어 후원자를 찾는다고 해서 어떤 학교인지 확인해봤더니
      DUKE, USC, Boston College Northwestern 이러더군요.
      제가 어이가 없더군요. 장난하나.

      아이가 16살때 다른 아이들에게 기살고 싶어서 BMW 사달라는거나 차이가 뭔지 모르겠네요.

      4년 프라이드때문에 20-25만불 출혈
      학벌가지고 먹고사는 한국사회는 모르겠지만 미국에 있을거라면 큰 의미없습니다.
      MIT 합격하고도 UIUC 공대 장학금받고가는 미국학생도 봤습니다. 졸업후 Stanford로 박사학위 되서 가더군요 부모손 벌리지 않고.

      탯글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