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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큰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일하는 직장인입니다. 경력은 10년정도 됐구요. 하는 업무에 만족을 합니다. 연봉은 해마다 틀리지만, 평균적으로는 20만 조금 넘는 정도. (업종은 묻지 말아주세요. 엔지나어나 회계사는 아닙니다.) 뉴욕 부근이나 캘리포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먹고 살고, 애들 교육시키고, 조금 저축할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회사에서의 인종차별? 일단은 대놓고 차별하는 사람도 없고, 은근한 차별이 있다고 해도, 승진하는데 큰 지장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여태까지는요. 두번 승진해서 디렉터까지 됬습니다. 밑에서 같이 일하는 분들이 10명정도 되고요. 장기적인 비젼? 동종 업계에서 끝까지 일하시고 은퇴하시는 동료들을 여럿 봤습니다. 수십년 내에 없어지거나 타국으로 옮겨질 만한 업종도 아니고요.
그런데, 회사 바깥으로만 나오면 우울해집니다.
1) 교회에 가면,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직장생활 하는 이들을 사정 없이 밟더군요. 미국에서 취업하기 이전까지는 직장인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초라하게 인식되는지를 잘 몰랐습니다. “박사가 있어도 잘리는데, 너는 박사학위도 없으니까 더 일찍 짤리지 않겠냐? 지금부터라도 세탁소를 알아봐라.”는 류의 이야기도, 그 얘기를 해준 사람 입장에서는 진심어린 충고겠지만, 귀에 참 거슬립니다.
2) 한국에 있는 처가집과 통화하기가 두려워집니다. 직장인이라는 존재를 참 초라하게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처가집에서는 한국에서 장사를 하시거든요. 장사를 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을 참으로 못마땅해 하십니다. 또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을 정신나간 짓정도로 생각하는 의견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너무나도 초라해집니다. (물론, 한국이 많이 발전했고, 미국은 점점 상황이 안좋아지고, 한국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인 부분이 한국이 많은 것은 다 맞고, 저도 조국의 발전을 자랑스러워합니다.) 해마다 한국에 방문하는데, 처가집을 가는 것이 두려운 정도입니다.
3) 한국에서 음대를 나온 아내는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가, “너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나는 예술가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아내가 아이를 낳고 살림 도와줄 도우미 아주머니를 찾는데, 전화에다가 대고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월급쟁이기 때문에 돈이 없어요. 싸게 해주세요…” 나 들으라고 일부러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합니다.
나는 그냥, 내 직장에 만족하고, 큰 돈은 못 벌어도 내 직업에 만족하며 살고 싶은데.. 이런 얘기들은 무시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대접받고 살고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가장 대접받는 곳이 회사인 상황.. 참, 이상한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감정을 아내에게 얘기해보려고 하면, “남들이 너를 치켜세워줘야 하는거냐.”는 답변을 듣습니다. 또한, “회사원보다 사업가가 나은 존재인 것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데요. 자영업자들의 많은 수입이나 안정성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내가 공부한 것 가지고, 사회생활도 하고, 처자식 벌어먹일 수 있으면 그것도 나름으로 괜찮은 삶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내가 명예욕이 강한것인가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명예의 충족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상처받은 자존심을 치유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존감이 약한 것일지도..
위로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질책이나 조언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넑두리였습니다. 이런데서라도 쏟아부어야 내 맘이 편할 것 같아서요. 쓰고나서 보니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글은 아니네요. 봐주세요.
(사실은 회사에서 업무상으로 친한 중국출신 아줌마 동료가 있는데, 내 감정을 잘 이해하더라고요. 나도 그 아줌마의 신랑 흉보는 것을 잘 들어줍니다. 내가 내 감정을 잘못 다스리면 바람을 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그래도, 이제는 그 동료에게 너무 속깊은 얘기는 안 하려고요. 그 동료랑 이야기를 안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다가 이 게시판에 오게 되었네요. 이 게시판은 신라 경문왕의 숲이 되는 거네요. “임금님귀는 당나귀귀”에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