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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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98.***.187.97 5743

    나의 가난함

    천상병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
    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

    Sittin’ in the sun (countin’ my money) – Louis Armstrong

    Sittin’ in the sun, countin’ my money
    Fanned by a summer breeze
    Sweeter than honey is countin’ my money
    Those greenbacks on the trees

    Comes a summer show’r, drops o’ rain falling
    Sweeter than Christmas chimes
    Hearing those jingles upon the roof shingles
    Like pennies, nickels and dimes

    Tho’ it’s known that all I own is not a large amount
    Fields of gold that I behold are in my bank account

    Sittin’ in the sun, countin’ my money
    Happy as I can be
    And to top it all
    When shadows fall
    I look to heaven and I see
    There’s a silver dollar in the sky
    Shining down on me

    • Block 12.***.134.3

      천상병님의 시를 평소에 아주 좋아하는데 이글은 왠지 초라함이 느껴지네요.

      가난을 가난으로 느낀다면 그것은 뭐라고 치장을 한들 가난일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라는 구절이 이미 가난의 아픔을 몸으로 진하게 느끼고 있다는 역설로 보여지니…

      • ㄱㄷㅈ 75.***.88.216

        Being Poor is a blessing. 아무나 할수 없는 말이죠.

        세상의 초라함의 관점을 초월하는 그 역설은 바로 천국의 희망을 보기 때문에 가능한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절이 포인트지요. 부자들아 용용 죽겠지~ 를 성경구절을 가져다가 아주 간곡하게 표현한거지요.

    • eroica 98.***.187.97

      Block님의 말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갖게되는군요. 그런데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체포되어 수 차례의 전기고문을 당한후 폐인이 되다시피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천상병시인을 보면 가난한 그의 생활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천상병시인도 스스로 가난은 서럽다고 고백하였으나 그의 살아온 자취를 보면 그야말로 물질적 집착을 내려놓은 삶을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기에 많은 그의 작품에서 세속적 집착을 초월한듯한 고백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내려놓는다는것… 말과 글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삶 그 자체에서 보여주기는 ㄱㄷㅈ님의 말처럼 아무나 할 수 없겠죠.

    • 지나가다 141.***.201.129

      어차피 물질의 풍요함이 주는 행복은 처음에는 대단하게 느껴지나 시간이 갈 수록 만성화되어 별다른 행복을 주지 못함을 봅니다.

      정신적 행복만이 진정한 행복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물질이 주는 행복을 추구하는 이율 배반적인 삶에 빠져 살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예전에 못살던 시절에 느꼈던 정신적 풍요로움이 현재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차가 있으면 행복할것 같던 시절도 있었지만 몇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유지 보수에 부담을 느끼고 별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있구나 하는 만성화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덕위의 하얀집을 꿈꾸던 이민 초기가 있었지만 지금 그런 집에서 살고 있다고 별반 행복을 진하게 느낀다고 자신있게 말하질 못하겠습니다.

      결국은 정신적 풍요없는 물질적 풍요는 허상이고 지나가는 구름에 불과함을 나이가 찰수록 더 강렬하게 느끼며 사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