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사진 한 장

  • #84264
    eroica 98.***.187.97 4636

    봄날의 사진 한 장

    김병호

    늙은 사진사가 어둠을 감았지요
    하나 두울, 셋
    세상 가장 뜨겁고 환한 햇살이
    한꺼번에 터졌지요

    성당의 먼 종소리를 타고 흐르던
    연분홍 살구꽃잎이
    꽃무늬 양산에 번지고
    수줍게 웃던 어머니는, 햇살 속에
    한없이 부풀어 올랐지요

    꽃의 시간을 모아 색을 만들고
    뿌리의 시간으로 향을 만들듯
    낡은 사진 한 장에 새로 피는 봄
    어머니는 처녀적마냥 숨이 차오르는 것이지요
    오래된 가지에 다시 오르는 꽃기운마냥

    햇살이 잔물결치는 뜨락에
    연분홍 살구꽃잎 송이송이 날리면
    그 꽃잎 타고 흐르는 노란 나비
    너푼너푼 노닐다가 어느 햇살에 몸바꿔
    내 어머니 되었지요

    봄 햇살 양수처럼 흐르고
    다시 살구꽃잎 날리면, 나는
    늙은 사진사가 감은 어둠으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연애 한번 걸고 싶은 거지요
    봄 햇살 속의 어머니를, 나는
    그만 처녀로 놓아주고 싶은 것이지요

    ==

    어머니 – 이병우

    ==

    인연 – 이병우

    • Voice 71.***.14.135

      그저 훈훈하게 마음 한 켠을 덥히다가 그 더위가 두 눈으로 몰려오네요. 이래서 근무중에는 에로이카 님 글을 클릭하지 말아야…

      고맙습니다.

    • 꿀꿀 64.***.152.167

      eroica 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또 이병우 님의 팬인데~~ 이병우님의 연주에는 사람을 가슴뭉클 하게 하는 그런 과거가 묻어 나오는듯 합니다,, 어떤 제목의 연주를 들어도 과거가 자꾸만 떠오르는,,,,

    • Block 12.***.134.3

      좋네요…
      바로 눈앞에 봄 햇살이 터지는듯합니다.

      “늙은 사진사가 어둠을 감았지요
      하나 두울, 셋
      세상 가장 뜨겁고 환한 햇살이
      한꺼번에 터졌지요”

    • eroica 98.***.187.97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뵌지도 오래되어 한번 ㅤㅊㅏㅊ아뵐때가 ㅤㄷㅚㅆ는데….

      Voice님, 꿀꿀님, Block님 모두 고맙고요, 따뜻한 봄기운 많이 받으세요.

      꿀꿀님이 이병우 님의 팬이라시니 한곡 더올립니다…

      • 꿀꿀 98.***.67.30

        감사합니다,,

    • 75.***.152.217

      맥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들을 수 있을까요?
      물음표 붙은 파란 박스만 뜨거든요.

      • eroica 98.***.187.97

        맥님,
        아래 link에서 software를 다운받아 설치하면 Quicktime으로도 wma file을 들을수 있을겁니다…..

        http://www.microsoft.com/windows/windowsmedia/player/wmcomponents.mspx

        • 75.***.152.217

          이병우의 어떤 날, 오래 전 자주 듣던 곡입니다.
          특히 손톱 자르면서 들으면 ~~~~~.
          eroica님, 다운로드는 받았는데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건 뭔가 제가 빠뜨린 게 있겠죠?
          워낙 컴퓨터를 잘 몰라 질문하기도 죄송스럽네요.

          • eroica 98.***.187.97

            죄송스럽기는요, 무안하게시리…
            wma를 mp3포맷으로 바꿔서 음악을 걸어놓았으니 별다른 plug-in없이도 Mac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을겁니다.

    • Sunpan 98.***.173.40

      어머니에게 연애 한번 걸고 싶은 거

      이 시인 어떻게 알았을까.

      • eroica 98.***.187.97

        저는 지난 일요일 전화로 연애를 걸었지요….

    • 75.***.152.217

      eroica님,
      음악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asdf 174.***.141.141

      이 곡 전에 들을 때는 단지 예쁜 곡이다 라는 느낌외에 딱히 “어머니”라는 주제로는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 시를 보며 음악을 듣고 한동안 머릿속이 먹먹해 질 정도로… 그랬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이곡도 다른 이병우의 곡처럼 그런 연민을 담고 있는 듯 합니다. 나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에 대한 애상이 아닌 아쉬운 젊은 시절을 가슴속에 담고 있을 한 여자에 대한 그런 연민 같은 그런거요. 저는 이 시와 음악을 감상하면서 우리 어머니 그리고 내 아내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