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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산책
추명희
이미 지나온 길을
이렇게 천천히 걸어서
돌아갈 수 있다면달리느라 지나친
코스모스 망초 유채 홍초……
찬찬히 들여다보다가누가 볼세라
살짝 꽃을 꺾어 품기도 하며
두근거림 몰래 간직한 날들
다시 살 수 있다면어깨에 힘 빼고
저녁 산책하듯 당신을 찾으리라
아주 다정 다정
아주 조용 조용
아주 느릿 느릿아, 그러나
쓴 약처럼
목에 걸리는 세월저물녘
노을에 물든 사람
낮은 한숨소리==
벚꽃지다 – 정말로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눈부신 날들 가네
잠시 머물다 가네
꽃그늘 아래 맑은 웃음들
모두 어디로 갔나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언제였던가
꽃피던 날이
한나절 웃다
고개들어 보니눈부신 꽃잎 날려
잠시 빛나다 지네
꽃보다 아름다운
얼굴들 모두 어디로 갔나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