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

  • #83999
    eroica 69.***.144.179 3913

    저녁산책

    추명희

    이미 지나온 길을
    이렇게 천천히 걸어서
    돌아갈 수 있다면

    달리느라 지나친
    코스모스 망초 유채 홍초……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누가 볼세라
    살짝 꽃을 꺾어 품기도 하며
    두근거림 몰래 간직한 날들
    다시 살 수 있다면

    어깨에 힘 빼고
    저녁 산책하듯 당신을 찾으리라
    아주 다정 다정
    아주 조용 조용
    아주 느릿 느릿

    아, 그러나
    쓴 약처럼
    목에 걸리는 세월

    저물녘
    노을에 물든 사람
    낮은 한숨소리

    ==

    벚꽃지다(download)

    벚꽃지다 – 정말로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잠시 머물다 가네
    꽃그늘 아래 맑은 웃음들
    모두 어디로 갔나

    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언제였던가
    꽃피던 날이
    한나절 웃다
    고개들어 보니

    눈부신 꽃잎 날려
    잠시 빛나다 지네
    꽃보다 아름다운
    얼굴들 모두 어디로 갔나

    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 길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 와! 70.***.3.176

      “벚꽃지다”란 시(인지 노래인지) 가사한번 화려하네요. 정말 화창한 봄날, “눈부신 슬픔”을 보는듯합니다. “정(성) 말로(이름)”란 분이 지은 시인가요? (동영상이 안떠서 진지하게 묻는 질문임).

      가만보면, 세상의 시나 노래(유행가)가 대부분 사랑을 노래하는걸 깨닫는데요. 꼭 결말은 슬픔과 이별, 허무함을 노래하더군요. 젊은 세대의 유행가에도 희망의 노래는 거의 별로 없구요. 어렸을땐, 절절한 슬픔을 노래하면 더 아름다운걸로 착각했습니다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슬픔이 원래 아름답기때문에 노래하는게 아니라, 슬프기 때문에 아름답게라도 노래하지 않으면 너무 허무해지니까 일부러 슬픔을 아름답게라도 꾸미는게 아닐까 이런생각도 해봅니다.

    • eroica 69.***.144.179

      정말로(예명)씨는 여성 jazz vocalist이구요, 벚꽃지다라는 노래는 말로씨의 3집 album(2003년)에 있는 음악인데 한국가요를 bossa nova풍으로 잘 소화했더군요. 작사, 작곡, 편곡, producing까지 혼자서 작업했다고 합니다.그리고 맹인이지만 득음했다는 찬사를 받는 전제덕씨의 하모니카연주도 일품이고요. 음원을 link로 걸어놨으니 download해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가사만 읽는것보다 느낌이 색다를겁니다. 놀라운사실은 정말로는 원래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졸업후 jazz를 공부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