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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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69.***.144.179 4103

    컴퓨터

    정재윤

    요즘 컴퓨터를 모르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다던데……
    하물며 한창 공부하는 애들에게
    컴퓨터가 필요한 건
    당연한 거 아니겠소?

    그러나 당신은 어디서
    주어 들은 건 있어서
    자신있게 반대했지.
    “컴퓨터가 다 뭐야?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이나 두드려대려고……
    그리고 요샌 그걸로
    연애질도 한다며?
    내가 니들 속 모를 줄 알고!!!”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컴퓨터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요것들아!!! 멜롱!’
    하는 통쾌한 표정으로
    식구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순간
    우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오.

    애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타자기능과 정보저장과 교환,
    그리고 인터넷까지
    애써 설명을 했지만,
    당신은 여전히
    ‘안속는다’는 식으로
    아주 얄밉게 웃고 있었소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다들 노트북까지 있는데……
    우린 컴퓨터도 없고…… “
    하며 징징대는 애들에게
    “그래 니들도 컴퓨터 타령 말고
    노트에 그냥 써라.
    필기하는 게 공부에
    얼마나 도움되는데……”
    차리리 그 말은 하지 말지.
    그 말 한마디로
    당신의 무식이 뽀롱 나고 말았소.

    애들아 미안하구나.
    니들 다 크도록
    컴퓨터는 커녕 제대로 된
    계산기 하나 사주질 못했으니.

    그날 밤,
    난 당신에게 말했소.
    “요즘 컴퓨터는 말이오.
    노래방도 되고,
    고스톱도 치고,
    현철, 설운도 사진도 나와.”

    다음날,
    컴퓨터를 사기는 했지만
    당신이 열나게 두드리느라
    애들은 손 한 번 대보지 못했소.
    그라나 얘들아,
    아빠 성공했다!

    ==

    Just Squeeze Me – Louis Armstrong & Duke Ellington

    • 꿀꿀 75.***.117.81

      발췌하신 글인 모양이지요? 재밌네요,,

    • eroica 69.***.144.179

      이글은 정재윤님의 ‘호박꽃 당신’이라는 시집에 있는 시입니다. 그 시집에 있는 모든 시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몇개를 읽어보면 시안에 감성적이거나 서정적인 표현들은 매우 드물고 아내와 세딸들과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있는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을 해놨더군요… 꼭 명랑만화 읽는 느낌이랄까? 참 재미있게 시를 쓰는분이더군요.

    • dinkin flicka 76.***.69.111

      Dwight이라는 다이어리를 아주 충실히 쓰는 사람을 아는데, 이유가 컴퓨터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Duh~ the office – golden tic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