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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개인적인 고민을 얘기하는게 좀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털어놓고 조언이라도 구하려고 합니다.
일단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 저는 30대초반이고 한국에서 박사과정 중입니다. 여자친구는 연하구요.
– 여자친구는 작년 여름에 서부로 유학 (박사과정) 갔습니다.
– 저는 올해 여름에 졸업 예정이고, 현재 동부쪽 학교에서 포닥 오퍼 받았습니다.
그녀 학교로 가고 싶었지만, 거기엔 제 분야 교수도 없고, 여자친구도 더 좋은 학교에서 오퍼 받았는데 거기로 가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작년 봄에 학교에서 만났구요.
그녀가 유학 간다는걸 알면서도 사귀었습니다.
서로 첫눈에 반하고 너무너무 좋아했거든요.
3-4개월동안 정신못차리게 서로 좋아하고, (확정은 아니지만) 결혼 얘기도 하고,
서로 부모님도 뵙고, 각자 친구들에게도 소개했습니다.작년 가을동안에는 매일 통화하고, 화상채팅하면서…
서로 많이 그리워했지만 그만큼 행복했습니다.그런데, 겨울부터 그녀가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예뻐서 다른 사람이 생겼나 걱정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스토커들이 끊이질 않아요. 에효. 저도 남자지만 남친 있어도 대쉬하는 남자들 정말 싫습니다)올해 초에 학회 다녀오면서 그녀 학교에 들러 며칠 함께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지만, 일단 일이 정말 바빠요.
코스웍+실험+논문. 정신없더라구요.
또 거기에서 그녀의 지도교수, 미국인 랩동료, 룸메이트, 다른 한인 친구들에게 저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생긴건 아닌것 같아요.
그녀 역시 현재는 남자보다 연구가 우선이구요.
그 랩도 빡쎄고 여자친구도 연구 욕심이 많아요.
암튼 며칠이었지만 함께 있을 땐 서로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녀도 올 여름이면 미국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구요.
우린 잘 될거라면서요.
출국할땐 마음이 안좋았는데, 그런 그녀를 보며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하지만 지난 한달동안, 다시 일때문에 저에게 소홀해졌는데…
제가 전화 안하면 1주일도 안할거 같아요.
물론 제가 2-3일도 못참고 전화해서 그런 일은 없었지만요.
그걸 이해하면서도 저도 사람인지라 서운함이 쌓여왔습니다.
물론 정답은 압니다.
남은 반년동안 저도 여기에서 연구에 집중하고 논문 잘쓰고,
미국가면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그녀가 있는 서부로 가서 보고…근데, 표현도 잘 안하고, 전화도 잘 안하고, 메일에 답장도 안써주고…
(제 메일이 워낙 닭살이라 머라 답장써야할지 모르겠답니다.
표현은 원래 잘 못하는 편입니다. 너무 쑥스럽대요.
이걸로도 한번 다투었는데 제가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보면 서운함을 넘어 왜 나만 이렇게 매달려야 하나.
나도 여기에 나 좋다는 사람 많은데 그만 포기할까.
..라는 전혀 진심아닌 생각까지 욱 하곤 합니다.그래서.. 며칠 전엔 전화로 장황하게 얘기했습니다.
서운하다고. 너무 힘들다고.
도대체 왜 그렇게 소홀해졌냐고.
가을까진 그렇지 않았었다고.이제까지 함께 조심조심하던 그녀도 이번엔 솔직하게 말해주었습니다.
이제 거기가 자기 집 같고 자신의 생활에 제가 없어서 이전만큼 생각이 자주 안난다구요.
한국에 있는 가족과도 연락 뜸하다구요.
다른사람이 있거나 제가 싫어진건 아니지만, 새로운 생활에 빠져있어서 생각나지 않는다구요.
억지로 전화하고 표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구요.
제가 서운해하고 힘들어 할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구요.
차라리 다른 사람이 생긴거면 간단하겠다구요.함께 있을 땐 서로 아니면 안되겠다고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는지 저로선 너무 가슴아팠지만…
그래도 이해는 됩니다.
그녀가 이번이 처음하는 독립생활이거든요.
저도 처음 독립하여 혼자 살땐, 그 생활이 너무 좋아서 푹 빠졌던 경험도 있구요.
그래서 그녀에게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하지만 그녀는, 현재 상황이 제가 이해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죠.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덜하고 절실함도 줄어드는 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잠시 보류하고 여름에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는 우스운 생각까지 했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제가 징징대기까지 하니, 더 고민되었겠죠.
1달전에 봤을때만 해도 안그랬는데, 그 사이를 못참고 또 징징댄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 정말 속상합니다.
제가 더 참고 쿨해지도록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게 안되네요.또하나 그녀의 걱정은…
저희 계획이 제가 동부에서 1-2년 포닥한 후, 서부의 그녀 근처 학교로 교수로 가는겁니다.
근데 이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걸 둘다 잘 알고 있죠.
그렇지 못할 경우, 계속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건가 하고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도 2-3년 내엔 결혼하고 싶어 하거든요. (꼭 제가 아니더라도)
예전에 한번은, 결혼해서도 떨어져살면 애기는 자기 혼자 키우냐고 그러더라구요.
맞는 말이죠.아. 너무 길어졌군요.
정리하자면.그녀는 현재 위 두가지 이유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은…
처음과 같이, 그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그녀가 헤어지자고 해서 그렇게 되어도, 미국에서 적응하는 올해 말까진 다른 사람 만날 생각 전혀 없구요.
출국 전에 여기에서 사람 만난들 제가 곧 미국가는데 답이 안나오죠.1.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 계속 그녀에게 올인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구애한다.
(근데 그녀가 구속을 많이 싫어해요.
더 망칠거 같기도 하고.
얼마전엔 한국에 계신 여자친구 어머님이 절 부르셔서,
요즘 그녀가 제 올인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어려서부터 구속 싫어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어머님이 저를 잃기 싫으시다며 조언도 해주셨어요.
정말 고마운 말씀이지만, 저도 제가 제 마음대로 안돼요)2) 그녀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현재 일과 생활만 보이는 그녀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하면 잘못되지 않을까요.
차라리 올 여름에 몇주라도 다시 만나고 선택해달라고 하는게 좋을거 같기도 하고.
그럼 그때까진 어떡하죠. 아 모르겠어요.
어려운 선택을 그녀에게 미루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해요)3) 그냥 포기하고, 내 일에 집중한다.
(요즘 제 일과 생활이 엉망이 되었어요.
저도 알고 그녀도 원하는게, 제가 제 일에 집중하는거에요.
근데, 그녀가 확신을 줄땐 저도 집중이 잘 되는데,
조금만 다른 생각이 들면 집중이 안돼요.
아 딜레마네요.)하루에도 수십번 생각이 바뀌어요.
이러다 정말 미치지 싶습니다.
저도 쿨하게 내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잘. 아니 전혀 안돼요.
혹시 이런데 효과 있는 약 같은거 아시나요… 에효2. 동부-서부가 워낙 멀잖아요.
1-2년 미국내 롱디가 가능할까요.
혹시 주위에서 보신 적 있으신지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자신 있는데, 그녀가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정말 서부로 포닥을 구해서 가야할까요?
그녀는 늘 제게 제 성공이 먼저라고 하지만,
전 그녀가 훨씬 우선이거든요.글로 적으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여전히 복잡하고 힘들군요.
사실 오늘 하루종일 일도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난생 처음 학교에서 하는 심리상담까지 신청했습니다.
이제껏 살면서 제가 할일에 영향을 줄 정도로 관계에 고민한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잠도 잘 못들어요…
이런 상태가 한달 넘어가면 정말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야되는거 아닌지.문제의 근원에는,
저는 가정과 행복이 중요하고 그녀에게 올인한 반면,
그녀는 당장은 연구가 더 중요하고, 남자답고 성공지향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이 있는것 같아요.
저도 다른 곳에서는 너무 냉정하고 무신경하단 소리도 듣고,
스스로 얽매이지 않는 대범한 편이라 생각하는데…
그녀 앞에서만큼은 완전히 딴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사귀기 시작할때도 가끔 구박 받기도 했는데,
그래도 저는 그런 그녀도 무작정 좋습니다.제 개인적인 고민인데 장황하게 늘어놓아 죄송합니다.
그냥 어떤 의견이라도 듣고 싶어서요.
특히 롱디에 성공하신 분 있으시면, 한마디라도 해주세요.
제 집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좋습니다.
평소엔 다른 사람 말 잘 안듣는데, 그녀와 잘 될수만 있다면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어요.
제게 바보라고 정신차리라고 욕하셔도 좋습니다.요즘엔 결혼하신 분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아무 걱정없이 한사람만 죽어라 헌신하고 사랑하면 되잖아요.
설마 결혼 후에도 조절해야 하는건 아니겠지요.근데 혹시 여자친구 아는 분이 여기 계시진 않겠죠?
혹시라도 여자친구가 이걸 보면 많이 실망할텐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