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구요… 날씨도 춥구요… 모처럼 엄마랑 많은 대화를 했어요…

  • #83898
    eb3 nsc 98.***.14.48 3948

    주말에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도 비가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추워지고 해서…엄마랑 만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켓에 가서 만두피를 세일 하는 것으로 10팩이나 사고, 부추랑..두부랑.. 익은 김치.. 돼지고기, 당면 … 등을 넣고..만두를 만들어 봅니다.
    음력 설에 만두를 만들어서 식구 모두 맛있게 먹는걸 보시고 요즘은 내내 만두만 만드십니다..
    확실히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첨엔 겁 없이.. 홍두깨도 사서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주전자 뚜껑으로 만두피를 만들어 봤지만, 힘에 딸리고… 뚜꺼워서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켓 가서 만두 피는 사서 하기로 했습니다.

    엄마랑 둘이서 만두를 빚으면서, 모처럼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눠 봅니다..
    엄마가 옛날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리 어렸을 때는 먹을것이 없어서 ….그때는 왜 그리 비도 안오고 가물기만 했는지.. 논에 벼농사도 짓지 못하고…밭에 이런 저런 거 심어서 먹었는데..그것도 가물어서 잘 안되서 배급해서 주는 깻묵 과 쑥뿌리를 으깨서 죽을 만들어먹고, 그것도 없어서 굶기를 밥먹듯..

    엄마는 왜 공부를 못했어?? 외삼촌은 그래도 국민학교를 나왔는데?? 제가 물었습니다…
    엄마 왈… 그때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바깥으로 나가 다니지를 못했다… 일본 놈들이 벌건 다리를 내놓고(아마 기모노를 입었었나 봅니다.) 나무 판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 나가면 잡힌다고 해서… 엄마는 그때 일본사람들에게 다들 너무 힘들게 당해서, 아직도 일본 여행은 가기도 싫다고 하십니다….
    한번은 엄마 아버지(외할아버지)가 나무껍데기를 벗겨서 30리 먼길에 가서 내다 팔아서 자식들 줄려고 개구리 참외 3개를 사오셨는데… 일본놈이 와서… 건더기 하나 못건지게 밟아서 박살을 냈다고 합니다…그것이… 지금 나이 여든이 되가는데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또, 외할머니께서….어찌 어찌 구해다 놓은 흰쌀을 선반위에 올려놓은 것을 먹고 싶어 건드렸다가 다 쏟아져서… 죽을만큼 두드려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밥 먹기 싫어서 음식 버리는 것 만큼 죄 짓는 것 없다고 하시면서… 어떤 할머니는 얼마나 먹는게 소원이었으면… 죽기전에 치매가 왔는데… 먹고도, 안먹었다 하는 치매가 걸려서, 누가 오기만 하면 먹을 것 달라고 한답니다..
    계속 당신이 살아오신 시대를 말씀 하시면서,… 어떤 시절엔… 밤에는 빨갱이가 와서 밥달라고 총겨누고, 낮에는 경찰이 들이닥쳐서 빨갱이 한테 밥줬다고 총겨눠서 잡아가고…
    일본놈이 젊은 여자를 다 잡아간다고 해서 12살, 13살 할 것 없이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를 나이 많은 남자아이와 결혼 시키고… 어떤 여자 아이는 시집가서 보니 완전 문둥병 집안이라.. 친청엄마가 죽일려고 덤벼 들었다는 이야기….. 갑자기 옆집 아저씨가 없어지고.. 산에서 총성이 들리고 ……
    그런 시절도 다 지내 왔는데… 요즘은 너무나 살기 편하고 먹을것도 많은데… 자살이니… 못살겠다 하는 사람들 …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하십니다..

    갑자기 저도…요즘 힘들다…하면서 인상쓰고 다닌게 맘에 걸립니다..
    글자 하나 제대로 못 읽는 울 엄마 지만, 너무나 대단해 보입니다..

    요즘 저도 남편이 하던 비즈니스도 접을려고 하고…집도 더 줄여서 가야하고… 한국으로 돌아 갈까? 하다가… … 엄마와의 대화 속에 …힘을 얻어서, 여기서, 새로운 시작을 해 볼랍니다.. 건강하고, 가족이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게 없을거라… 다짐 합니다..
    여러분들도.… 파이팅…. 하세요..

    나중에 우리가 우리 자식들에게 해줄 말이 어떤게 있을까요???

    • 꿀꿀 136.***.158.153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자식들이 오히려 더 대견하게 느껴지게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그런생각을 해봅니다,, 가난하고 힘들수록,, 더 강하게 ,,삶에 대한 더 강한 의지,, 근데,,사실,,울 애들이 나약하게 자랄만큼 우리가 그렇게 잘살고 있진 않자나요,, 전 애들이 벌써부터,, 먹는거 하나도 더 얻어 먹을라고 서로 경쟁하고,, 나름 때도 쓰고 하는 모습에서 왠지 저거덜 알아서 강하게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제가 할수 있는건 다 주고 싶지만,,그래도 못해주는게 많을수 밖에 없으니,,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면 포기 할줄도 알고,,양보할줄도 알고 그렇게 자랄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가끔오는이 192.***.61.141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감사드려요.저에게도 힘이 되네요.

    • done that 66.***.161.110

      어머님이랑 시간을 보내시는 게 부럽읍니다. 매년 오셔서 한달가량 같이 지내시던 어머니께서 작년에 처음으로 오지 못하셨네요. 워낙 체력이 약하신 분이어서 더이상은 힘드시다고 하니까, 오시라고 투정을 부릴 수는 없었지만, 작년한해동안 무언가가 빈 느낌이었네요. 특히 사위가 더보고싶어해서—.
      말씀하시는 게 저희어머님의 얘기를 듣는 것같아서 읽고 또 읽었네요. 부럽읍니다.

    • 세아이엄마 72.***.106.41

      만두 함께 빚으면서 수다떨수 있는 엄마 있는 님,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가까이 계시면 놀러가서 그 만두도 얻어 먹고 어머님과 수다도 떨고 싶습니다.
      저도 비내리는 캘리에 사는데…

    • 회색빛 75.***.203.88

      좋은 애기 감사합니다. 다들 힘들지만 예날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아머지니가 겪어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다들 힘내시고 좋은 일이 일년내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