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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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ica 76.***.243.223 4308

    “얘야 슬픔은 언 강물 같은 것, 따스한 봄햇살 한 줌에도 장강이 풀리어 큰 바다로 흘러가듯 누구나 그렇게 잊혀진단다.”

    It touche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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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잉크

    정일근

    아직도 선생님은 녹색잉크로 글을 쓰실까. 처음 시인을 꿈꾸었던 열두 살 시골 국민학교 5학년 문예반 시절, 친구들이 다 돌아간 빈 교실 노을이 유리창을 붉게 적셔 어두워질 때까지 16절지 갱지 위에 연필로 썼다 지웠다 서투르게 시를 썼다. 가끔 눈을 돌리면 운동장 가에 서 있는 키큰 미루나무 그림자가 한뼘 한뼘 길어졌다 달아났다. 수업시간 도망가버린 풍금소리가 무시로 빈 복도를 따라 살금살금 다가왔다 재빠르게 사라지곤 했다. 한 웅큼의 바람에도 미루나무 잎들이 온몸으로 노래하고 그런 모습에도 나는 까닭없이 눈물을 흘려 연습장이 젖었다.

    선생님은 녹색 잉크로 글을 쓰셨다. 하얀 원고지 위 푸른 새 잎들마냥 팔랑팔랑 씌어졌다. 엷게 번져가는 선생님의 녹색 글씨가 나는 좋았다. 마치 흰 꽃이 지고 막 눈을 뜨는 진해의 7만 벚꽃 나무들 연초록 건강한 잎맥에서 엽록소란 엽록소는 남김없이 뽑아낸 듯 선생님의 녹색 글씨에 나는 온몸이 푸르게 물들어버렸다. 꽃 지는 그해 4월 아버지를 잃은 내 슬픔의 모세혈관 하나하나 광합성을 일으켜 폭죽으로 터져나가고 언제나 슬픈 유년의 꿈속에까지 따뜻한 녹색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다.

    아직도 선생님의 목책상 위에는 녹색 잉크가 놓여 있을까. 소리들이 증발해버린 빈 교실에 앉아 나는 조숙했던 슬픔의 시를 지웠다 다시 쓰고 선생님은 녹색 글씨로 내 어린 시를 다듬어 주셨다. 얘야 슬픔은 언 강물 같은 것, 따스한 봄햇살 한 줌에도 장강이 풀리어 큰 바다로 흘러가듯 누구나 그렇게 잊혀진단다. 선생님은 녹색 글씨로 상처받은 열두 살 내 영혼을 어루만져주셨다. 세월도 슬픔도 강물처럼 흘러가고 그때 무엇이 나를 눈물많게 했던가. 이제는 그날의 슬픔의 이유는 말갛게 지워져버렸지만 선생님의 녹색잉크는 내 오랜 그리움 보다 더욱 짙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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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in the Life(Beatles Baroque II) – Les Boreades

    • Block 24.***.123.33

      참 예쁜 글이네요. 글이라는건 누가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도 주고 가끔은 칼날이 되어 마음을 후벼 파기도 하고…
      국민학교 시절이 항상 그리운건 그때는 꿈이 있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누구에겐가 한줌의 봄햇살이 되었으면 합니다.

    • eroica 76.***.243.223

      I appreciate you say ‘누구에겐가 한줌의 봄햇살이 되었으면 합니다.’ I’ll try and hope you be like that too.

    • 꿀꿀 136.***.158.137

      참 좋은글 감사합니다,,

    • done that 66.***.161.110

      Do me a favor?

      Would you show me how to attach pictures (jpeg format) in this site?

    • bread 74.***.17.157

      Hey, done that,

      There are two way to do it. One is uploading jpeg formatted file when you write, or the other way is that you can put html code to show your image if it is in outer server.

      If I give you an example to use html code to show a image in this side,

      1. Check “HTML” when you write.
      2. Put in the textarea.

      That’s it. Hope this would helpful for you.

    • done that 66.***.161.110

      브레드님 감사합니다.

      한번 시도해보고 되면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드리겠읍니다. 워낙 기계에 대해서는, 특히 콤퓨터는 아는 것외에는 시도를 해보지 못해서요. 또 부탁드리겠읍니다.

    • eroica 69.***.144.179

      done that,
      I’m sorry for the delay getting back to you. But, thanks to others, you have already made it. Congrat.

      Thanks 꿀꿀, b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