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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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졸라 24.***.248.203 4443

    아이가 처음 미국와서 학교다니던 4학년때의 일기입니다.

    <행운과 불행>

    2000년 1월 두번째 주의 어느날.

    나에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행운이 들이닥쳤다.

    수학을 잘해서 대표 2명중 1명으로 뽑혔던 것이다.

    과목별로 2명씩 시험을 보러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었다.

    과외도 따로 학교가 끝나면 가야 했다.

    하지만 불행은 곧 닥쳐왔다.

    그 도시는 내가 사는 곳에서 3시간 멀었다.

    엄마는 가게일로 바빴다.

    나는 학교 버스로 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버스는 인원이 안차서 못가게 되었다.

    내가 희망을 얻을 길은 오직 하나,

    바로 친구 차에 끼어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땅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 후 날짜는 파도처럼 순식간에 바뀌어

    어느새 2월 5일이 되었다.

    그 전날, 대회 담당 선생님이 우리를 부르고

    오전 4시까지 학교에 오라고 했다.

    나는 2월 5일 새벽 1:15분에 일어났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를 하고 3:45에 출발을 했다.

    학교에 갔더니 문들은 잠겨서 주차장조차도 들어가지 못했다.

    엄마와 나는 그 추운 겨울에 30분이나 기다렸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고 오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만 나를 위로했다.

    나는 서러웠다.

    이 나쁜 인간들이 먼저 튀었는지 아님 나중에

    튈지도 몰랐다.(나는 너무 화가 나면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글로 쓸때는 자주 표현을 함.)

    엄마는 그 도시에 나를 데려다 주지 못한 핑계를

    이렇게 말했지만 나에게는 욕이었다.

    “중요한 것이면 엄마가 앞서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아

    신경을 안 썼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국에는 내가 수학에는 재능이

    없거나 실력이 떨어 진다는 말이다.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은 뜻은 별로 없지만

    듣기에는 나쁘다.

    내가 엄마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엄마가 조금 신경을 썼다면 잘 다녀 왔을텐데…

    미안하구나.”

    더군다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아까 그 핑계탈을 쓴 욕을 엄마가 몇번이고 더

    반복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게에는 필사적으로 가는 것을 막았다.

    아마 내동생이 그랬다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동생은 한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때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동생이 조금 필사력(고집)을

    보이면 쉽게 져 주었다. 아니, 졌다.

    그러나 내가 그러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물론 동생까지 덮쳐서 반대했다.

    나는 그런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럴땐 후회가 많이 된다.

    어떤 것을 위해서 고집을 부려서가 아니라 동생처럼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필사력을 많이 보였다면….

    이라는 것이다.
    .
    .
    .
    나는 좀 황당하다.

    왜냐하면 줄곧 이런 것을 일기에 써서이다.

    (대학간 아이의 방정리를 하면서 발견한 일기장인데

    이민 초창기때 아이가 경험하고 느낀것을 쓴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려운 때 잘 극복하시길….

    나만 어려운가?…-.v)

    • Dreamin 63.***.211.5

      부모가 자식을 맹목적으로 위하는 것은 자식에 대한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봅니다.

      어릴때 부모가 자식의 가슴에 못질하면서 살아온 날이 없으면 좋겠지만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그만큼 더 자식을 사랑하면 됩니다.

      저의 어머님이 한번은 그러시길 “부모 자식간에 용서 못할 일을 없다.”

      가슴이 아리시더라도 굳건히 살아가는 모습이 자식에게는 든든함이 되는 것입니다.
      어려운때 건강히 잘 지내시길…..

    • 올림피아 66.***.34.169

      부모자식은 천륜이라 하셨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부모는 영원한 채무자라는.. 아직 아이도 없는 저는 벌써.. 부모님께.. 너무나도 큰 빚을 지는 것 같습니다.. 타향에 와있는 것도 모자라서..

      한국에 부모님께 전화 드려야 겠습니다.

    • 글솜씨짱 76.***.242.99

      자제분께서 글솜씨가 뛰어 나네요. 전 국민학교 4 학년때 저정도의 글을 썼을런지…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아마 대학도 좋은 학교로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웃기 바빴습니다.^^

    • 배우는이 71.***.173.151

      에밀님이 잘못 하셨네요. 이제라도 미안하게 되었다. 그때 그래서 나도 마음이 아펐었다라고 사과하십시요. 자식이라고 그냥 이해하겠지 그러시면 안됩니다.
      저도 제 부모님이 제게 했던 서러웠던거 다 가지고 삽니다. 그러나 우리 윗세대의 부모님들은 사과나 그런거에 익숙하지 않지요. 말하실때 택시라도 불러서 보내줬어야 했는데 미안했었다 그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랬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저도 애들에게 섭섭하게 대한게 없었나 살펴봐야겠네요.

    • 꿀꿀 129.***.69.161

      그런 어려움속에서 꿋꿋히 이겨냈다면 아마 훌륭한 아이가 될겁니다,, 저도 어렷을적 한국에서 힘들게 살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부모님께 의지 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 무지 애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친구들 대부분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꼭 그렇진 않은거 같아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거 같아도 상대적으로 옛날보다 더 못하게 느껴지기도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