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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 미국와서 학교다니던 4학년때의 일기입니다.
<행운과 불행>
2000년 1월 두번째 주의 어느날.
나에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행운이 들이닥쳤다.
수학을 잘해서 대표 2명중 1명으로 뽑혔던 것이다.
과목별로 2명씩 시험을 보러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었다.
과외도 따로 학교가 끝나면 가야 했다.
하지만 불행은 곧 닥쳐왔다.
그 도시는 내가 사는 곳에서 3시간 멀었다.
엄마는 가게일로 바빴다.
나는 학교 버스로 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버스는 인원이 안차서 못가게 되었다.
내가 희망을 얻을 길은 오직 하나,
바로 친구 차에 끼어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땅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 후 날짜는 파도처럼 순식간에 바뀌어
어느새 2월 5일이 되었다.
그 전날, 대회 담당 선생님이 우리를 부르고
오전 4시까지 학교에 오라고 했다.
나는 2월 5일 새벽 1:15분에 일어났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를 하고 3:45에 출발을 했다.
학교에 갔더니 문들은 잠겨서 주차장조차도 들어가지 못했다.
엄마와 나는 그 추운 겨울에 30분이나 기다렸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고 오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만 나를 위로했다.
나는 서러웠다.
이 나쁜 인간들이 먼저 튀었는지 아님 나중에
튈지도 몰랐다.(나는 너무 화가 나면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글로 쓸때는 자주 표현을 함.)
엄마는 그 도시에 나를 데려다 주지 못한 핑계를
이렇게 말했지만 나에게는 욕이었다.
“중요한 것이면 엄마가 앞서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아
신경을 안 썼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국에는 내가 수학에는 재능이
없거나 실력이 떨어 진다는 말이다.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은 뜻은 별로 없지만
듣기에는 나쁘다.
내가 엄마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엄마가 조금 신경을 썼다면 잘 다녀 왔을텐데…
미안하구나.”
더군다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아까 그 핑계탈을 쓴 욕을 엄마가 몇번이고 더
반복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게에는 필사적으로 가는 것을 막았다.
아마 내동생이 그랬다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동생은 한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때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동생이 조금 필사력(고집)을
보이면 쉽게 져 주었다. 아니, 졌다.
그러나 내가 그러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물론 동생까지 덮쳐서 반대했다.
나는 그런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럴땐 후회가 많이 된다.
어떤 것을 위해서 고집을 부려서가 아니라 동생처럼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필사력을 많이 보였다면….
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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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황당하다.왜냐하면 줄곧 이런 것을 일기에 써서이다.
(대학간 아이의 방정리를 하면서 발견한 일기장인데
이민 초창기때 아이가 경험하고 느낀것을 쓴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려운 때 잘 극복하시길….
나만 어려운가?…-.v)